책 보는 까만 애벌레 - 한글 이중모음 그림책 감동이 있는 그림책 43
노은실 지음 / 걸음동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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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중모음 그림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러므로 그림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중모음 11자를 익힐 수 있게 된다.
글자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이중모음은 어려울 수 있다.
발음도 쉽지 않지만 쓰이는 단어도 헷갈린다.
그림책을 애써 지은 작가의 마음이 보이는 듯 하였다.

본문에서는 다양한 이중모음이 들어간 순우리말 낱말 몆 가지를 덤으로 배우게 된다.

월컹덜컹 
에구데구
왜퉁스레
의초롭게
왁자지껄
웨죽웨죽

'왜퉁스레'와 '웨죽웨죽'과 같은 말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하물며 아이들의 경우에는 평소에 접할 기회가 잘 없으므로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책의 이런 장면을 통해서라면 어떨까?

저자는 현재 초등학교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재밌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서 '그림책 작가 되기'에 도전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로 첫 번째 그림책 《무지개 애벌레 ㅏ ㅑ ㅓ ㅕ》가 세상에 나왔다.
표지 그림에서 책 보는 까만 애벌레가 흥미롭게 읽고 있는 바로 그 책이다.

앵두나무 애벌레가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나뭇잎 미끄럼틀을 타면서 재미나게 논다.
웨죽웨죽 신이 나서 팔을 내저으며 걸어다니노라면 나비, 잠자리, 무당벌레와도 친구가 된다는 내용은 비록 단순하지만, 그림책 속 애벌레들처럼 여럿이 함께 소리내어 읽기 좋다.
몇 번을 반복하여 읽다보니 저절로 외워진다.
매우 훌륭한 이중모음 말놀이가 완성된 셈이다.

- ㅐ  앵앵앵앵  앵두나무 애벌레야
- ㅒ  얘기얘기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 ㅔ  에구데구  소리지르며 울지 마
- ㅖ  옛날 옛적  어느 따뜻한 봄날, 무지개 애벌레가...
- ㅘ   왁자지껄  이야기꽃이 피면
- ㅙ   왜퉁스레   애벌레들이 하나 둘씩 다가와
- ㅚ   왼손 오른손  두 손을 꼬옥 잡고
- ㅝ   월컹덜컹   나뭇잎 미끄럼틀 함께 타네.
- ㅞ   웨죽웨죽   신이 나서 팔을 내저으면   
- ㅟ   윙윙윙윙   나비, 잠자리, 무당벌레 곤충들이 날아와
- ㅢ   의초롭게   사이좋은 친구가 되네.

우리 집 마당에도 앵두나무가 한 그루 있다.
혹시라도 책 보는 까만 애벌레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보석처럼 영롱한 빨간 앵두가 익어가는 그 날을 가만히 기다려보기로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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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랑 나랑 알록달록한 하루
윤나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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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놀이 아기 그림책 한 권이 보드북 형태로 내게 왔다.
판형은 손 안에 담기는 사이즈이며, 안전한 둥근 모서리에 컬러감이 뚜렷해서 아기 그림책에 부합되는 조건을 다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와 강아지가 함께 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는 통통 튀는 감각이 느껴지는 듯하였다.
아마도 그것은 놀이 형식을 띄고 있는 페이지 배열 때문일 것이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깔 순서대로 화면을 구성한 것도 그렇고, 각 색깔 별로 도입부와 펼침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까꿍 놀이'처럼 재미나다.
아삭아삭, 동글동글, 따르릉 따르릉, 뒹굴뒹굴, 첨벙첨벙, 쿨쿨, 보들보들, 반짝반짝과 같은 흉내내는 말을 넣어 입말을 살렸으며, 리드미컬한 문장들은 낭송하기에 딱 좋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삭아삭 빨간 사과-

-나눠 먹으면 정말 맛있어.-

아기랑 함께 이 책을 읽는 상상을 해 보았다.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색깔 놀이 그림책이지만 스토리를 담아내었다는 점에서는 독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견 포카와 어린이 마꼬가 일상을 나누는 이야기인데,
시간적 배경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룻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하여 담아내었다.
꼼꼼한 작업 방식 및 귀여운 일러스트도 마음에 쏙 들어왔다.

지은이 윤나리
반려견 포카, 어린이 마꼬와 함께하는 일상의 즐거움을 그립니다.
인왕산 아랫동네에서 '일러스트 스튜디오 포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카랑 나랑 알록달록한 하루》는 엄마가 된 뒤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입니다.

윤나리 작가가 '일러스트 스튜디오 포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https://www.instagram.com/nariplanet?igsh=bzF2YjgyNTd2d2ph

작가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둘러보면서 포카와 마꼬가 더욱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아기와 함께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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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담은 옷 감동이 있는 그림책 42
김현정 지음 / 걸음동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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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냇저고리와 백일 옷, 돌복에 관련되어 있는 우리의 전통 복식을 다룬 그림책이다.
명백히 설명하는 글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다정한 문체가 빚어내는 조화로운 감각 때문이었을까?
감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백 개의 천 조각을 이어서 백일 옷을 만들었다는 대목에서는 경외감에 빠져들었다.

-한 조각이 아이의 일 년이라
 백 개의 조각을 곱게 곱게 이으며 엄마는 바랐어.
 백 개의 소원은 단 하나.
 "우리 아이 백 살까지 살게 해주세요."-

당시의 평균수명을 생각해 본다면 백 살은 당치도 않았을 텐데...예나 지금이나 엄마들의 사랑이란 이처럼 끝 간 데가 없다.

백일 때의 의례와 돌잡이 하는 모습은 요즘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이 지금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림책을 통하여 제대로 구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료적 가치로서도 매우 유용하다.
돌잡이 물건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졌지만, 원칙과 의미는 결코 퇴색하지 않는다.
그림책 속 문장처럼 말이다.

-그 마음은 하나, 우리 아이 잘 되라는 거지.-

아이의 첫돌 준비는 조금 복잡한 듯 하다.
돌림고름 저고리에 사폭 바지, 오방장 두루마기, 전복에 호건, 타래버선...이걸 다 손수 만들어야 했다니...
돌날 아침, 집안에서는 잔치가 벌어진다.
돌상이 차려지고, 아이는 첫 예복을 갖추어 입었다.
돌복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방장 두루마기에는 아이가 세상의 모든 좋은 기운 다 받으며 조화롭게 살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두루마기 위에 덧입는 전복에는 금박의 무늬를 붙였는데 이것은 아이의 장수와 복을 바라는 문양들이다.
머리에 쓰는 호건은 호랑이처럼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그리고 마지막에 두르는 돌띠는 자손을 많이 보고 풍요롭게 잘 살라는 뜻을 담은 복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타래버선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주로 돌옷과 함께 신는 어린아이들의 누비버선으로 남자아이는 버선목에 남색 선을 두르고 남색 대님을 달았으며, 여자아이는 붉은색 선에 붉은 대님을 달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림책 속에서 완벽하게 재현된 남자아이의 타래버선 이미지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세밀한 선과 면, 그리고 명료한 색감 표현이 돋보이는 일러스트는 페이지마다 눈이 즐겁다.

전통 복식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한복 만드는 기술을 익혀서 아이에게 직접 한복을 만들어 입히고, 아름다운 한복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현정 작가.
이번 책이 작가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라고 하여 더 관심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작가들의 첫 책이 품고 있는 오랜 염원과 간절함으로 인하여 더 큰 감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이 따뜻한 물결이 되어 강물처럼 흐를 수 있다면 그림책과 함께 더욱 충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이들에게 욕심껏 흘려보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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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거리
민지 지음 / 다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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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시의 풍경을 순식간에 상냥한 거리로 바꿔주는 마법같은 그림책이다.
가시 돋친 선인장을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가의 기막힌 역발상에 감탄하였으며, 지하철 2호선 당산역의 풍경이 익숙해서 그런지 더욱 재미나게 읽었다.
도로에서 공원에서 서로가 주고받는 상냥한 말과 웃음 가득한 삶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시 선인장이 뜻밖의 예쁜 꽃을 피우듯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앞ㆍ뒤면지의 그림 또한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두 그림을 비교하면서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좋겠다.
본문을 읽는 방법도 특별하다.
글과 그림을 별개로 읽을 수 있어서 신기하였는데, 이러한 점이 바로 이 책이 가진 매력 포인트인 것 같다.
그림을 읽을 때는 선인장들의 눈매와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하철과 도시의 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그림책 판형은 가로로 길쭉하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내가 가장 선호하는 타입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표지 그림은 당연히 펼쳐서 감상해야 할 것이다.
제목의 타이포그래피도 돋보인다.
귀엽고 상큼하다.

가시 투성이 세상에 사는 아이는 걱정이 많다.
"엄마, 엄마. 나도 이다음에 크면 가시가 나요?
  만약 나만 가시가 안 나면 어떡해요?"
전철 안에서 곁에 앉은 호기심 많은 아이와 지혜로운 엄마의 대화가 유난히 살가워서 귀를 쫑긋하며 듣게 되는 것처럼 그림책 속 문장에 소르르 빠져들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리에게는 꽃도 핀다는 거야."-

사실이다.
선인장에 꽃이 필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꽃처럼 예쁜 꽃을 피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물론 그림책 속 언어는 비유적인 표현이므로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가시가 있다거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엄마 선인장의 말은 매우 유의미하다.

그림책을 읽는 도중에 '세상을 바꾼 작은 친절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카인드니스》(북스토리, 2023)가 문득 떠올랐다.
'친절의 선순환'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베푼 작은 친절로 인하여 우리 사는 세상이 조금 더 따스해진다면 우리는 기꺼이 꽃을 피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꽃을 피우면
  다른 사람도 꽃을 피우게 만들 수 있어."-

일상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친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럿이 함께 읽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어 보아도 좋겠다.
교실에서 그림책 수업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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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케이크 그림책의 즐거움
황지영 지음, 김고둥 그림 / 다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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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사이에 엄청난 눈이 내렸다.
우리 집 마당 가운데 놓여있던 화분 하나가 온통 눈을 뒤집어 썼는데...와우!
영낙없는 함박눈 케이크가 아닌가!
소품 몇 가지를 챙겨서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림책 속 '함박눈 케이크'를 실물로 보는 듯 황홀하다.
생일을 맞은 동생 눈사람에게는 '산타클로스 케이크'를, 마음씨 착한 누나 눈사람에게는 '핑크빛 땡땡이 모자 케이크'를 선물하면 좋겠다.
겨울이면 함박눈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아이들에게도 기가 막히게 멋진 선물을 주고 싶다.
하얀 눈과 함께 판타지가 팡팡 쏟아지는 이토록 예쁜 그림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

누구라도 한번쯤 눈사람을 만들어본 기억은 다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눈사람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발견할 때마다 진심으로 환호하며 즐거운 상념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런만큼 그림책은 내게도 장면마다 선물이었다.

함박눈이 내린 풍경에 흠뻑 취하고, 누나 눈사람과 동생 눈사람의 다정한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가득 차오르는 사랑!
누나 눈사람이 동생 눈사람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는 그림책 이야기는 놀랍도록 서정적이다.
일러스트 또한 그러하다.

-케이크를 기다리며
 동생 눈사람은 새하얀 눈밭을
 콩콩 뛰어다녔어요.-

함박눈으로 만든 케이크라니...
상상만으로도 굉장하다.
하지만 케이크 장식으로 쓸만한 것들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촛불은 어떻게 켜지?
그러던 중 뜻밖에도 너무나 사랑스런 장면 하나를 만났다.

-어느새 보름달이 낮게 내려와서
 함박눈 케이크에 촛불이 켜진 것 같았어요.
 둘은 나란히 앉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어요.
 "눈 꼭 감고 후, 해!"
 "누나도 같이 후! 하자."-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해가 떠오르면 눈사람들의 운명도 다할 것이다.
현실적 이별은 안타깝지만 
서로의 가슴에 소망의 등불이 꺼지지 않는 한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그림책의 메시지가 
눈 내리는 풍경처럼 아련하게 와 닿았다.

-"다음 겨울에도 누나랑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빌었어."-

남매간의 우애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이들이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축복의 기도와 함께 읽어 준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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