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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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게 반짝이는 가를 구체적으로 담아낸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다정하고 포근한 느낌의 일러스트 또한 행복을 자아낸다.
그림책과 함께 하는 동안 아주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하였다.
특히 책 뒤편에 실린 '작가의 말'이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진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만들면서 저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이 떠올랐어요. 행복한 기억들에 웃음 짓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들이 그리워 슬퍼지기도 했지요.
......"

가족을 향한 가슴 따뜻한 헌사도 잊지 않았다.
-나의 가족에게, 온 마음을 담아 ㅡ 유태은-

시작 페이지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 내가 새싹만큼 작았을 때,
  할아버지의 정원은 아주 컸어요.-

노랫말이 너무 좋아서 지금도  즐겨 부르는 동요가 있다.
정하나 작사. 박흥수 작곡의  '우리 집'이다.
내가 커서 아빠처럼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은 내 손으로 짓고, 꾸미겠다고 한다.
울도 담도 쌓지 않은 그림같은 집.
넓은 뜰엔 꽃을 심고, 연못에는 고기를 기르겠다고 한다.
마지막 구절이 가장 좋다.
"언제라도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의 주스처럼 달콤한 노래이다.
이 그림책 또한 그러하다.
시작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내 어릴 적 추억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그리운 장면이다.
그 동네에도 정원이 딸린 이층 양옥집이 한 채 있었다. 어린 마음에 부러움이 컸었나보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드나드는 사람들을 눈여겨 보면서 가당치도 않은 상상에 빠져들던 일을 생각하니 슬몃 웃음이 난다.

더스트자켓을 벗겨보니 똑같은 그림의 표지가 쏙 나온다.
우왓!
덤으로 예쁜 그림 한 폭을 선물받은 것 같아서 무척 기뻤다.
액자처럼 걸어놓고 즐기기 좋겠다.

그림책의 화자는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식물과 교감하면서 바람직하게 성장한다. 
세월의 흐름을 펼침 화면 한 장으로 담아낸 이 장면 또한 감동이 컸다.

- 할아버지는 생일날
  모란꽃 화분을 선물해 주었어요.
  나의 모란꽃은 점점 자랐고,
  나도 자랐어요.-

모란꽃 화분은 이후에도 계속 등장한다.
화자가 훌쩍 자라 독립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도...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딸을 낳아 다시 할아버지를 만나러 왔을 때에도... 모란꽃 화분이 그들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분홍색 모란의 꽃말은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꽃의 언어를 충분히 이해하셨던 것일까?
그러고보니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수많은 키워드를 품고 있다.
대를 이어가는 삶의 영속성, 바야흐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족의 힘이 아닌가!
지금 당신에게 가족의 따스한 사랑과 응원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꼭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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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니만 한 축구 선수는 없어
프란 핀타데라 지음, 라켈 카타리나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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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정겹다.
모두가 만족한 표정으로 다정스레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네 축구단이라 인원이 빠진다. 게다가 가운데 서 있는 아이는 축구화도 없이 맨발이다.
맨발이지만 누구보다도 공을 잘 다루는 마다니가 바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다.

 -마다니의 맨발에 공이 떨어지는 순간, 축구장은 멈춰 버려.
  축구장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멈춰 버려.
  음식을 나르던 식당 종업원은 쟁반을 든 채 정지!
  말싸움하던 할아버지들은 입을 다물어.
  비둘기도 날지 않고
  자동차까지 멈춰 꼼짝 않는다니까.-

축구를 썩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분위기 파악은 제법 잘 하는 편이다.
스포츠로 대동단결하는 국민 DNA가 내 몸 속에도 새겨져 있음이어라.
축구 이야기가 장황하게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림책의 서사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안겨준다.

 -마다니는 맨발로 뛴다.
  그런데도 우리 동네 최고의 축구 선수다!
  내일은 원정 팀과 경기가 있는 날,
  드디어 마다니가 저금통을 들고 
  시내에 쇼핑하러 갔다.
  이제 이길 일만 남았다.
  마다니가 축구화를 신고 뛸 테니까.
  그런데.....-

앗!
그렇다면 마다니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무엇을 산 것일까?
그림책 속에서 꼭 확인하기 바란다.

나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그 무엇보다도 마음이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오랫동안 기억 한 켠에 묻혀있던 영화의 감동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우리가 비록 속세에 물들고, 순수한 마음을 저당 잡혔다 할지라도 마다니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난다면 금세 달라진다. 
보고만 있어도 얼마나 흐뭇한가!
혼탁했던 눈빛은 순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가슴은 벅차다.
그림책을 통하여 누구라도 이처럼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풍경과 사람들...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친근감 있게 담아낸 일러스트에도 마음이 갔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주의깊게 읽었다.
역동적이며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져서 참 좋았다.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 따스한 터치감과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다가 문득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되었다.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마다니와 마다니의 엄마에게만 속눈썹을 그려 준 것이다.
주인공에 대한 그림 작가의 각별한 사랑이 느껴졌다.
역시 마다니는 충분히 사랑스런 아이임에 틀림없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칭찬하고 있지 않은가!
"마다니만한 축구 선수는 없어!"

마다니, 아지즈, 다우오다, 솔로, 칼리드, 하마디, 압델하디, 그리고 함께 경기하고 삶을 나누었던 모든 청년에게.
할아버지가 되는 것보다 축구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환에게. _F.P.

내가 세상을 기억할 수 있게 해 준 디에고와 이레네에게. _R.C.

작가님들이 그림책에 남겨 주신 헌사에도 사랑이 가득하다.
따스한 마음이 그리워질 때마다 추억처럼 꺼내어 자꾸만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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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코끼리
타마라 엘리스 스미스 지음, 낸시 화이트 사이드 그림,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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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웃지 않던 아이, 슬픈 눈빛의 늘 외로워 보이던 한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가 이 그림책을 만난다면 어땠을까?
슬픔을 동물에 비유한 작가적 상상력은 가히 일품이다.
막연한 감정의 깊이를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슬픔을 수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슬픔을 처음 만나면 코끼리처럼 거대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것이 들어갈 공간이 없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점점 작아집니다. 여우처럼 작아지고 생쥐만 해졌다가 마침내 반딧불처럼 어둠 속에서 깜빡이며 사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작품은 누군가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연고가 되어줍니다.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진심어린 목소리로 일깨워줍니다."

출판사 서평만으로도 너무나 특별한 이 그림책.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색다른 감동이 따뜻한 강물처럼 넘쳐 흐르는 듯 가슴이 벅차올랐다.
슬픔이 차오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억누르고 숨죽이며 혼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다.
슬픔은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이며 드러내기에는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책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당당하게 마주하라 한다.

>온 몸으로 슬픔 밀어내기
>슬픔에서 빠져나와 힘껏 달리기
>다시 맞닥뜨려도 놀라지 않기
>네잎클로버를 찾거나 손가락을 교차하면서 행운을 빌어보는 것도 괜찮음
>손을 내밀어서 슬픔의 실체에 다가가기
>슬픔에게 말 걸기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  이해하기
>슬픔에게 진짜 나의 속마음 털어놓기

 -슬픔에게 털어놓아봐.
  이따금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고
  때로 꼼짝없이 묶인 채 울기만 한다고
  그러다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해봐.-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의 속마음을 들킨 듯 했기 때문이다.
이 페이지에서  나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떠오르는 나의 슬픔들을 헤아려보았다.
기억 저 편에 가라앉아 있던 어두운 슬픔들이 일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한 시간이 흐르고, 북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야 다음 페이지를 열었다.
세상에!
순식간에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문장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별이 쏟아질 때까지 말해봐.
  네 말이 빛이 되고
  슬픔이 작고 작은 반딧불이 될 때까지-

어느 날 문득 마주친 슬픔을 정성껏 쓰다듬다가 귀하게 날려보내는 모습을 명징하게 담아낸 그림책의 페이지마다 놀랍도록 따스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내 안의 새까만 숯덩이 같던 슬픔을 꺼내어 아름다운 기억으로 되돌려놓은 마법같은 책갈피들이, 슬픔은 결코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며 빛처럼 찬란한 감격이라는 것을...슬픔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그것은 바로 나의 온전한 사랑이었음을...단단하게 일러 주었다.

그림책은 이처럼 긍정적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꼭 맞는 감정 교육서로서의 역할도 충분하다.
부드러운 느낌의 일러스트는 그 자체가 힐링이다.
좋은 그림책을 만나서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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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도시에서는 신나는 새싹 205
줄리 다우닝 지음, 이계순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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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깨어있는 다채로운 도시의 풍경을 활기차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하루가 저물고 푸른 밤이 찾아오면 우리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그런데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다.
그 시각에 일어나서 출근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에 밤이 찾아오고 
  우리의 하루도 거의 끝나 갈 무렵
  어떤 사람들은 잠에서 막 깨어나요.-

그림책은 바로 이렇게 밤에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직업 세계를 포착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우리는 이 장면을 보면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서 경험을 공유하고, 시야를 확장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얼마 전에는 나도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을 찾은 일이 있었다.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통증을 호소하는 남편 때문이었는데,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도시는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도로에는 끊임없이 자동차가 달리고, 병원 응급실은 북새통이었다. 자정까지 문을 여는 약국도 있었다.
밤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위기를 넘길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회 안전망이 가동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우리가 비록 깊은 잠에 빠져 꿈꾸고 있을 때도...

 -도시는 밤새 바쁘게 돌아가요.
  깨어 있는 사람들은 도시를 안전하고 깨끗하게 가꿔요.
  다 함께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줘요.-

그림책은 밤에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그들의 모습 또한 각양각색이다.
간호사, 박물관 청소부와 경비원, 제빵사, 호텔 매니저, 소방관, 영화 기술자, 택시 운전사, 119 상황실 담당자...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여기서 멈추지 말고 외연을 더욱 넓혀가면 좋겠다.
야간 매점이나 식당, 공항 등도 밤새 불을 밝히고 있지 않은가!
작가는 이들 직업인의 모습을 통하여 다양성을 수용하고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인종이나 연령, 성별에 대한 편견이 없다.
사진
출근하는 방법조차 다양하다.
걸어서 또는 버스나 지하철로, 자전거나 스쿠터, 전동 휠체어를 타기도 한다.
택시 운전사는 자신의 차를 직접 몰고 있다.
누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을까?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림책 주인공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모두 아홉 명이다.
이들이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모습을 한 장면에 담아낸 일러스트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은 이처럼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림책 속 가장 멋진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 함께 한밤중 도시의 불빛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마음이 따스해지는 듯 하였다.
섬세한 연출력은 물론이고, 푸른 밤과 노란 불빛의 색감을 잘 살려낸 일러스트는 매우 흥미롭다.
목줄이 풀려 돌아다니는 강아지의 행적을 찾아보는 것도 깨알 재미다.
우리가 잠이 든 동안에도 세상은 이처럼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감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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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북멘토 그림책 15
우이 지음, 왕주민 그림, 김혜진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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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 불러온 커다란 오해를 통해 올바른 소통의 중요함을 깨달아요.'
출판사 서평에 마음을 기대어 지나간 시절들을 더듬어보니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그 해, 교실에서는 사소하게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하였다. 그냥 묵과할 수 없었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알고보니 정말로 뜻밖의 아이가 저지른 일이었다.
사실 누구도 마음 다치는 일 없이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자칫 무리수를 둘 수도 있었다는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 많이 깨달았다.
선입견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그림책을 통하여 다시금 깨닫게 되는 진리 앞에서 나는 한 번 더 겸허해진다.
표지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책 세상~
반전 매력 가득한 유머 코드 속에 뼈 아픈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 속으로 훌쩍 뛰어 들어가 보자.

암탉이 오리네 옆집으로 이사온 후 계속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쿵쿵쿵, 쿵쿵쿵, 쿵쿵쿵'
'이건 분명 암탉의 소행이야.'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
'하지만 난 말 못하겠는데...고양이야, 네가 대신 말 좀 해줄래?'
그렇다면 고양이의 입장은 또 어땠을까?
오리가 고양이에게 그랬듯이,
고양이는 거위에게
거위는 비둘기에게
비둘기는 강아지에게
강아지는 돼지에게
돼지는 젖소에게
젖소는 당나귀에게 떠넘긴다.
당나귀는 다시 말에게
말은 여우에게
여우는 메뚜기에게
그리고 메뚜기는...
급기야 소문은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암탉이 예의없이 시끄럽게 벽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일까?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하지 않았다.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쿵쿵쿵 소리의 실체를 공개하는데, 이는 암탉도 오리도 아닌 의외의 인물이다.
앗!
그러고보니 앞뒤면지에 이미 복선을 깔아놓았다.

이 사건은 명백하게 최초 발신자인 오리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남의 일에 섣불리 끼어드는 다른 동물들의 태도 또한 옳지 않다.

 -그때, 오리와 암탉의 방에서 또다시
   쿵쿵쿵, 쿵쿵쿵, 벽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요.-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오리와 암탉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벽 뒤에 숨어서 상대를 노려보는 눈길이 매섭다.
이처럼 오해와 편견은 자칫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제로 층간소음으로 인하여 생긴 이웃간의 불화가 끔찍한 사건으로 확대되는 것을 보아도 그러하다.
여럿이 함께 읽으며 올바른 소통의 방법에 관해서 나눌 얘기가 많은 그림책이다.

본 도서는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우수작이며 제9회 신의 그림책상 문자 창작 우수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에 매료되었다.
거칠고도 강렬한 선과 면은 개성이 넘쳐 흐른다.
암탉을 시작으로 바톤을 이어받듯이 여러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그림 보는 맛이 쏠쏠하다.
독특한 스타일의 동물 캐릭터들을 만나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강렬한 표지와 회화적인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아주  재미나고 유머러스한 책이다. 개성이 넘치는 다채로  운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웃과 우정, 선입견과  소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귓속말로 할 말을 차례차례 전해서 결국엔 모든 사람이 메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전통적인 어린이 놀이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라인과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르 브뤼를 연상시키는 일러스트는 각 페이지의 공간과 색상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새로 이사 온 암탉을 시작으로 책의 모든 동물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동물 캐릭터 하나하나에 힘썼다." -2023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심사평

심사평이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이 책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함께 사는 이곳에 늘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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