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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로 간 아이들 ㅣ 청소년 권장 도서 시리즈 12
우리아 지음, 강화경 그림, 허모종 감수 / 틴틴북스(가문비) / 2023년 11월
평점 :

문득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나? 싶어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별에서 전쟁이 멈췄던 순간이 있나?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당장 이 땅도 종전이 아닌 휴전일 뿐이고 벌써 2년 전쟁을 꽉 채우고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 세계의 걱정어린 눈길에 어느 국가와도 전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애초에 대만을 국가로 봤던가? 싶은 중국과
매일매일 불바다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단지 내 귀에 전달되지 않았을 뿐 어디선가 불타고 있을 다른 크고 작은 전쟁들.
이미 지구 상에는 지구를 6번인가 7번은 멸망시킬 수 있는 폭탄이 존재한다고 하죠.
핵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모든 세상이 3초안에 끝난다고도 하고요.
피해가 모두에게 공평할 것 처럼 얘기해도 사실은 약한 사람부터 크고 강하게 다가올 거라는 것도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죠.
오늘은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은 조선인들, 그 중 특히 어린이들의 모습을 조명한 <나가사키로 간 아이들>을 읽어보았어요.
임진년, 왜적에 대비하지 않았던 조선은 왜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많은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갑니다.
그나마 아버지가 역관이었던 승이는 마구잡이 노예로 팔려가는 천민들과 조금은 다른 곳으로 끌려왔는데요.
조선은 오로지 남자만, 그리고 양반이어야만 글을 배울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여자도 학문을 익혀야 하는 시대가 곧 온다며 이 집 동생에게 천자문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쨌든 조선 후기의 모습은 이래저래 뒤쳐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ㅠㅠ 흑흑
도공들 싹 다 잡아가서 노예로 부려먹는 장면도 나오네요... 으드득
분하지만 당시의 일본은 남녀 평등 분야에 대해서만 앞서간 것도 아닙니다,
일본인들 중에는 서양의 종교 교리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천주교라면 씨를 말리기 바빴어서... 순교자 수만 세도 어마무시하죠.
남녀 차별은 물론이고 양반과 천민 계급 등 여러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선과 달리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종교를 받아들여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 타지에서도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특히 승이의 도피생활을 도와주는 마테오 신부가 등장하는데요.
노란머리 파란눈의 외국인이 왜 일본땅에서 포로로 잡혀온 우리를 목숨걸고 돌봐주는 지.. 잠시 의지할 곳을 찾은 것 같지만
모든 외국인들은 일본을 떠나라는 추방 명령이 떨어지고 믿었던 측근의 배신으로 승이의 탈출은 다시 험난해집니다.
꼭 살아있으라고, 반드시 찾으러 온다는 아버지의 편지 한 장을 품에 안고 다시 떠나는 승이의 발걸음.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포로로 잡힌 어린이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패전의 아픈 역사와 미래를 향한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나가사키로 간 아이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