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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도로 가야지 ㅣ 우리글대표시선 18
이생진 지음 / 우리글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를 읽어본게 언제일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책보다 접하기 쉬운 정보의 바다라는 곳에 떠돌아다니는 우수개 소리들
에 더 관심갖게 되는 요즘이다.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고교시절 친구
에게 선물받은 칼릴지브란 시집이 끝이 아니었을까 싶다.이사를 앞두고
어디있나 찾아보니 책장 아주 구석에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있었
다. 오랜만에 한장한장 넘겨 읽어보니 그때 읽었을때와 또다른 느낌이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가..개인적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어 요즘 마음이
너무 심란하다.좀더 좋은 조건 넓은 평수로 가고 싶은 맘이야 누구나
똑같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참 싫다.머리가 복잡하니 맘을 편하게
해주는 책에 자연스레 손이 간다.보통 소설책처럼 두껍지도 않고 페이지
에 내용이 꽉차 있지 않은 시집에 말이다. 한동안 손을 떼고 있었던것이
무색하게 어느새 또 빠져든다. <우이도로 가야지> 책표지에 발자국 하나
없는 모래밭에 맨발로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이분이 시인 이생진님이신
가보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맨발로 걷고 싶은 곳,시만 생각하고 생각
한 시를 소리내어 읽으며 한없이 걸어가고 싶은곳.저자가 표현한 우이도
의 모습이다. 시집을 열지 않고도 이한줄로 나또한 우이도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잡념없이 쓰고 싶은 시를 생각할수 있는곳. 그런곳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보고 싶다. 책의 첫장을 열고 차례를 보면서 나
도 어느새 이생진님의 여행에 동참을 한다. 여행가방을 싸고 기차역으로
기찬안에서의 만남 그리고 도착. 그리고 도착한 섬에서의 이야기가 모두
시가 되어 내 맘에 들어온다. 시라고 하면 으레 운율이라는 걸 맞추고
뭔가 아련한 말들도 감성을 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생진
님의 시를 보니 그것도 나의 좁은 편견이었던 듯 하다.여러 시들중 기억
에 남는 하나가 있다. <어디서 우는 소리가 나기에/자다가 뛰쳐나와
보니/새벽달이 울고 있다/새벽달이 야위었다/천고마비라는 가을에
너무 야위었다/달이운다/ 배고파서 우는것 같다> '새벽달'이라는 시
인데 몇번은 반복해 읽은것 같다. 길지도 않아 어느새 머릿속으로 쏙 들
어오기까지. 야위었다는 거 보니 반달 혹은 초승달을 보고 표현을 한 시
인거같다. 그저 밤에 나가 보이는 달조차 아름다운 시의 소재로 승화시킴
에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나도 나만의 우이도를 찾아 떠나고 싶다. 이런
저런 족쇄 다 풀어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