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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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동조한 살인사건에서 빠진 유일한 사람인 브로덱이 이 사건의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한다.
처음에 브로덱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별 생각없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조사를 할수록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살인이 일어난 시간에 모두 한 자리에 모여있던 마을 사람들과 달리 자신만 배제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브로덱의 과거가 겹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전쟁이 일어났고, 마을은 점령당했다. 점령군의 장수는 시장에게 이질자들을 넘기라 요구하고, 마을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방인 취급을 당한 브로덱은 고발되어 끌려간다. 모두가 죽어나가는 곳에서 브로덱은 개처럼 굴며 살아남아 마을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그곳은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는 점령군들에게 겁탈을 당해 아비가 누구인지 모를 아이를 낳았고, 살아 돌아온 브로덱을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들에게 브로덱은 여전히 이방인인 것이다.
마을을 찾아 온 또 한 명의 이방인인 '안더러'가 마을의 불편한 진실들을 알게 되고, 그 일을 사람들 앞에서 밝히자 마을 사람들 모두 한 편이 되어 그를 죽이고 살인사건의 조사를 맡았던 브로덱마저 모든 걸 알게 되자 그를 마을에서 추방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폐쇄적인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무시하는 일이야 오죽할까 싶다. 하지만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닐텐데 하는 마음에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이 전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더 마음이 아팠다. 브로덱을 공부시키기 위해 마음을 합쳤던 사람들이 전쟁이 나고 자신들의 목숨이 걸리게 되니까 브로덱을 고발하고, 브로덱의 부인과 낯선 여자들을 점령군에게 넘기게 된다. 그리고 그 진실들을 숨기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다. 결국엔 평화로울 땐 모두 사이 좋은 이웃이지만, 위기의 순간엔 내편과 남의 편이 구분되는 것이다.
분단국가의 전쟁 위험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절대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닐 것 같다. 내 친구가 언제 나의 적이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정말 서글퍼진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늘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여운이 길어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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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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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의 눈물>을 읽으며 처음 소현세자를 알았다. 그리고 드라마 <추노>를 보면서 그에 관해 점점 궁금해졌었다. 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소현>이다.

병자호란에서 패한 후, 볼모로 청으로 끌려가야 했던 소현세자. 낯선 나라에서 볼모로 지내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말 한마디조차 조심하며 보냈던 8년의 세월. 처음엔 눈물로 그를 보냈던 아버지마저 그를 경계하고, 주변에 있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시간들.

이 책은 소현세자가 볼모생활을 청산하고 환국하던 1644년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현과 함께 청으로 간 봉림대군, 좌의정 심기원의 아들 심석경, 회읜군의 딸이었으나 청에 잡혀온 후 황제에게 받쳐졌다 대학사의 둘째 부인이 된 흔, 흔의 종이자 신기가 있는 막금, 청나라 군인들에게 가족을 모두 잃은 후 청나라 사람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역관이자 상인인 만상. 이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들과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청의 정권교체 시기에 어느쪽에 설지 고민하는 소현의 모습과 소현을 지키기 위해 목숨 내놓고 일을 벌이는 주변 사람들. 그런 그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소현의 모습 등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들이 여기저기 드러난다.

자신이 청에 있고 싶어서 있는 것이 아니건만, 그가 청과 친하다는 이유로 그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아버지와 대신들. 자신의 아들조차 제대로 품어줄 수 없는 소현의 아픔이 너무 절절하여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한편 이 책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인 청의 섭정왕 도르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이 책이 도르곤에 관한 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가 소현에게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 또한 내가 그 전에 알고 있던 모습은 아니었다.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드러낸다. 그래서일까. 굉장히 차가운 역사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책은 굉장히 따뜻하게 다가온다. 작가의 다른 책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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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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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좋아하는 나는 그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기에 기대감에 차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0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인 이 책은 어렵다.

주인공 아낙스는 공화국 최고 지성집단인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해 4교시에 걸친 면접을 본다. 아낙스의 주제는 '아담 포드의 삶과 그의 시대, 2058년부터 2077년까지'이다. 면접관과의 질의 응답을 통해 펼쳐지는 아담 포드의 삶과 공화국의 이야기는 정말 놀랍다.

2052년 전 세계에 전염병이 번지자 플라톤은 한 섬에 방벽을 쌓고 공화국을 세운다. 외부인이 내부로 들어올 수도 없고, 내부인이 외부로 나갈 수도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계층화 되고, 아이는 부모와 떨어져야 하며, 남녀가 함께 지낼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경계 근무를 서던 아담이 섬으로 표류해 오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는 소녀를 죽이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동료를 죽이고 그녀를 피신시킨다. 그 죄로 인해 로봇인 '아트'와 한 방에 구금된 아담은 아트와 지내는 동안 인공지능 로봇인 아트와의 대화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궁극적인 차이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설정 자체가 기발하다. 안드로이드가 주인이 된 세계가 창조된 것을 제너시스(창세기), 공화국의 반란자를 '아담', 그가 구해 준 소녀를 '이브'라 하며 그들의 원죄가 공화국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면 순간순간 턱 막힐 때가 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미래엔 정말 이런 모습이 그려질까 끔찍하기도 하다. 또한 마지막에 펼쳐지는 반전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난 아직 인간인지라 그런 식의 결말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미래를 다루는 책들을 읽다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놀란다. 그리고 그런 미래가 그려질까 두려워진다. 어느 책에서도 행복한 미래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 모두가 계층화 되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 과연 정말 우리의 모습이 그렇게 그려질거라면 지금 우린 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인간이기에..햇빛과 공기와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기에 오늘도 열심히 사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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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필립 그랭베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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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와 루. 어린시절 공원 놀이터에서 만난 둘은 언제나 함께였다. 서로를 빼 놓은 인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마치 샴쌍둥이처럼 자라던 그들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한다. 루의 시각에서 씌여진 책에서 루는 자신이 만도를 배신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루에게 만도는 늘 버겁고 힘든 존재였다. 사랑하는 여자마저도 루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차버리는 만도를 보며 루는 자신에게 절대적인 그를 힘들어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 생활을 인정해주지 않는 만도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새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났던 것이다. 루가 여러번 약속을 어기자 결국 만도는 그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몇 달 후 걸려 온 만도의 전화를 통해 그가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도는 루의 배신으로 상처를 받아 미쳐있었던 것이다.

"등 없는 작은 의자가 전부 다리 네 개로 서 있는 건 아니다. 그중엔 다리 세 개로 버티는 것들도 있다. 거기서 다리 하나가 더 없어지면 치명타가 된다."

만도에겐 루가 배신할 때마다 의자 다리가 하나씩 사라진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절친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친구는 연인과 달라 화내고 싸울 일도 별로 없고 모든 것을 이해해주며 절대 헤어질 일이 없다. 몇 달을 연락없이 지내다가도 만나면 반가운 것이 친구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아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친구는 줄어든다.

어릴 때 만났던 친구들은 나이가 들면서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줄어든다. 내 직업적 고충을 친구가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들의 아픔을 내가 이해하기도 어렵다.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과연 내 친구들에게 악연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누군가에겐 가슴에 깊이 남을 배신감을 안겨주거나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생각하니 조금 무서워졌다. 다행히 아직은 악연인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앞으로도 친구들을 잘 살피며 그들의 다리가 되어주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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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제독립 백서
노르마 싯 지음, 이유경 옮김 / 나무한그루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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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른 셋. 결혼 6년차. 집 없음. 통장 잔액 약 1000만원.

현재 나의 모습이다. 과연 지금 나는 경제적으로 독립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혼하기 전에는 시집갈 돈만 마련하면 된다는 생각으로(솔직히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시집간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저금하고, 여행다니며 자유롭게 살았고, 결혼하고 나서는 집 담보대출을 갚느라 내 이름으로 된 적금 통장 하나 갖기 어려웠다. 물론 집은 신랑명의로 되어있다. 빚을 다 갚고 나니 세테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도 신랑 이름으로 발급받아 쓰고,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세금혜택이 있는 신랑명의의 통장에 돈을 저금했다.

결국 내 앞으로 남은 건...거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솔직히 창피했고, 지금껏 집안 경제를 관리하며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제대로 한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일반 경제서들과 다르지 않다. 예산을 세우고, 빚을 관리하고, 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를 하는 등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미혼일 때,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 미망인이 되고 등 여성이 놓일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쉽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독립은 신랑이 벌어온 돈을 쓰지 않고, 내가 벌어 내가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연 갑자기 신랑에게 일이 생기거나 이혼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나는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신랑 눈치 안보고 돈을 쓸 수 있기에 얼마 안되는 월급이지만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었기에 내 일을 소중히 여기지도 않았고, 편안한 일만 원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래서 혼자 남아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갑이 넘어 생계를 위해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보다는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이제 확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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