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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제독립 백서
노르마 싯 지음, 이유경 옮김 / 나무한그루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서른 셋. 결혼 6년차. 집 없음. 통장 잔액 약 1000만원.
현재 나의 모습이다. 과연 지금 나는 경제적으로 독립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혼하기 전에는 시집갈 돈만 마련하면 된다는 생각으로(솔직히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시집간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저금하고, 여행다니며 자유롭게 살았고, 결혼하고 나서는 집 담보대출을 갚느라 내 이름으로 된 적금 통장 하나 갖기 어려웠다. 물론 집은 신랑명의로 되어있다. 빚을 다 갚고 나니 세테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도 신랑 이름으로 발급받아 쓰고,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세금혜택이 있는 신랑명의의 통장에 돈을 저금했다.
결국 내 앞으로 남은 건...거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솔직히 창피했고, 지금껏 집안 경제를 관리하며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제대로 한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일반 경제서들과 다르지 않다. 예산을 세우고, 빚을 관리하고, 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를 하는 등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미혼일 때,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 미망인이 되고 등 여성이 놓일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쉽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독립은 신랑이 벌어온 돈을 쓰지 않고, 내가 벌어 내가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연 갑자기 신랑에게 일이 생기거나 이혼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나는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신랑 눈치 안보고 돈을 쓸 수 있기에 얼마 안되는 월급이지만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었기에 내 일을 소중히 여기지도 않았고, 편안한 일만 원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 좀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래서 혼자 남아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갑이 넘어 생계를 위해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보다는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이제 확실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