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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필립 그랭베르 지음, 홍은주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만도와 루. 어린시절 공원 놀이터에서 만난 둘은 언제나 함께였다. 서로를 빼 놓은 인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마치 샴쌍둥이처럼 자라던 그들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한다. 루의 시각에서 씌여진 책에서 루는 자신이 만도를 배신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루에게 만도는 늘 버겁고 힘든 존재였다. 사랑하는 여자마저도 루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차버리는 만도를 보며 루는 자신에게 절대적인 그를 힘들어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 생활을 인정해주지 않는 만도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느새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났던 것이다. 루가 여러번 약속을 어기자 결국 만도는 그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몇 달 후 걸려 온 만도의 전화를 통해 그가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도는 루의 배신으로 상처를 받아 미쳐있었던 것이다.
"등 없는 작은 의자가 전부 다리 네 개로 서 있는 건 아니다. 그중엔 다리 세 개로 버티는 것들도 있다. 거기서 다리 하나가 더 없어지면 치명타가 된다."
만도에겐 루가 배신할 때마다 의자 다리가 하나씩 사라진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절친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친구는 연인과 달라 화내고 싸울 일도 별로 없고 모든 것을 이해해주며 절대 헤어질 일이 없다. 몇 달을 연락없이 지내다가도 만나면 반가운 것이 친구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아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친구는 줄어든다.
어릴 때 만났던 친구들은 나이가 들면서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줄어든다. 내 직업적 고충을 친구가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들의 아픔을 내가 이해하기도 어렵다.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과연 내 친구들에게 악연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누군가에겐 가슴에 깊이 남을 배신감을 안겨주거나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생각하니 조금 무서워졌다. 다행히 아직은 악연인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앞으로도 친구들을 잘 살피며 그들의 다리가 되어주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