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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미래에 관한 암울한 책들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 책처럼 무섭고 끔찍한 미래는 없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괴롭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옆에서 친구가 무슨 책이냐고, 재밌냐고 물었을 때도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서른이 넘어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이를 떠나보내는 친구들을 본다. 나는 그 친구의 입장이 아니기에 뭐라 말을 할 순 없지만 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좌절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의료폐기물이 되어버린 아이들, 그들이 서술하는 미래는 너무나 암담하다. 노령인구의 증가로 자식들이 부모를 더 이상 부양할 능력이 없게 되어버린 미래.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60세가 되면 생애전환기 검사를 통해 통과하지 못하면 폐기물로 처리되어 버리는 노인들, 성장하지만 노화하지 않는 미소년들과 그들을 디저트라 여기며 난교를 일삼는 지배계층들,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지만 자신의 엄마가 누군지 모르고 자라는 사람들과 자신의 아이들이 누군지 모르고 살아가는 어머니들...작가는 왜 이런 끔직한 미래를 그리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책에는 주요인물이 세 명 등장한다. 아버지를 따라 삭발을 감행하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수'와 수의 유일한 친구이자 아름다웠던 '진', 그리고 수가 낳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 '251004231111'.
머리에 오세아니아처럼 생긴 점이 있는 수는 폐기물 재활용 심사장에서 한쪽 팔을 잃은 진을 만난다. 수는 제대로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야위었지만 진은 한쪽 팔을 잃었을 뿐 젊었을 때 모습 그대로이다. 하지만 그들의 나이는 '60'일 뿐이다. 이렇게 늙어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과거로 돌아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너무나 참혹하다. 어떠한 희망도 발견할 수가 없다.
내가 이 책을 참혹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망루이야기 뿐 아니라, 낙태로 버려지는 아이들, 저출산으로 노인을 부양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현대의 모습이 이 책에 다 담겨있다. 나 역시 먹고 사는 것이 힘겨워 아이 낳기를 꺼리고, 혹 좀 더 지나면 부모님을 부양하게 될까 두려워지는데 다음 세대들은 어떻겠는가.
자라는 동안은 부모의 피를, 늙어서는 혈세를 빨아먹는 흡혈귀라는 말이 결코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내가 맞이하게 될 미래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