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명적이다 -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
제미란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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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볼 줄도 모른다. 인사동 거리를 그렇게 걸으면서도 예쁜 물건들이나 구경하고 차나 마시러 다녔지 전시회를 구경하거나 그림을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내가 그나마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른이 지나면서부터 같다. 이제 다들 결혼하고 직장에서 자리를 잡으며 여유가 생기니 미술관 나들이도 가고 전시회도 보러 다니게 된 것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무척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여성 미술가 14인의 작품과 그녀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은 내가 미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그림을 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느끼기란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지만 작가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인지하고 바라보는 그림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여성이기에 느끼는 감정이라는게 있다. 남자들은 여자도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절대 알지 못할 그런 것들...그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이 그녀들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노모를 위해 자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인사동의 공방이야기 속에서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었고, 가는 줄에 매달려 버티는 마리오네트 그림을 통해 위태롭게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핑크 소파를 뚫고 나온 험악하게 생긴 꼬챙이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고, 말이 아니라 색점으로 대화하는 작품을 보며 언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수 많은 작품 속에서 그녀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가면 느끼던 답답함이 없어 참 좋았던 것같다. 그래서 뭐든 알면 좋은 것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겠지만 미술이 어렵다고 느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책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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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죄수 - 자오쯔양 중국공산당 총서기 최후의 비밀 회고록
자오쯔양.바오푸 지음, 장윤미.이종화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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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천안문 민주화 운동은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이었다. 1989년이면 내가 초등학생일 때이고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광주 학생운동도 잘 모르는 내가 중국에서 벌어진 천안문 사태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책의 제목이 내 관심을 끌었다. '국가의 죄수'라니.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들에게나 붙이는 이 말을 제목으로 쓰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우선 주제의 무게때문인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중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우리가 흔히 부르던 등소평대신 덩샤오핑 등 중국식 이름도 낯설었고, 저자가 과거를 회상하며 쓴 글이라 시점이 왔다갔다하여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만 하다.

책에는 중국이 민주주의와 개혁의 바람이 불던 1980년대의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있다.

후야오방이 주축이 되어 일으키던 자유화 운동과 그것을 저지하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 했던 당의 보수적인 인물들,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자신의 권력을 지키며 살아남고자 했던 덩샤오핑의 암투 등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싸움들도 잘 드러나 있고, 후야오방의 실각과 그로 인해 전개된 6.4 천안문 사태와 그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애쓰던 자오쯔양이 왜 당에서 버림을 받게 되었는지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중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을 누리다 국가의 버림을 받고 노년의 나이에 자택에 연금되어 16년이나 지내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고서야 연금상태에서 해방된 자오쯔양은 과거를 회상해 나가며 자신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이 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와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마음과 함께 그 분이 떠올랐다.

자신의 소신을 지킨다는 것이 가져올 수 많은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테지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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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이롱이 중국어 첫걸음
조일신 지음 / 제이플러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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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어느 나라 말이든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어가 중국어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있지만 중국어는 한자를 많이 알아야 하기에 더 어렵게 느껴졌었다.

회사를 옮기며 중국어를 익혀야 한다는 부담감에 두려워하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사실 책을 펼쳐본 시간보다는 mp3를 들은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기엔 뭔가 모를 두려움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사실 한자를 모르고 읽을 줄 모르는데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 책은 정말 나같은 직장인을 위한 책이었다.

글을 쓰는 것보단 회화가 중심인 사람들에게 이 책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 수 있을까. 발음과 성조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단어 하나 하나를 먼저 설명하고 문장을 끊어서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쉽게 따라 말하며 익힐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각 단락마다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되어있어 짧게 나마 배우고 익힌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물론 한 번 읽고 듣는다고 이 책의 내용을 다 알 수는 없다. 수없이 반복하고 말을 내 입에 익혀야 하는 것은 내 몫이다.

나처럼 mp3로만 듣지 않고 책과 함께 공부하면서 단어를 쓰고 읽을 줄 알게 된다면 더 좋겠지만 바쁜 직장인들은 출퇴근 등 짬짬이 시간을 내어 공부하기엔 이만한 책이 없을 듯 하다.

열심히 공부해서 중국인을 만나 기본적인 대화는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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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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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관한 암울한 책들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 책처럼 무섭고 끔찍한 미래는 없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괴롭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옆에서 친구가 무슨 책이냐고, 재밌냐고 물었을 때도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서른이 넘어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이를 떠나보내는 친구들을 본다. 나는 그 친구의 입장이 아니기에 뭐라 말을 할 순 없지만 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좌절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의료폐기물이 되어버린 아이들, 그들이 서술하는 미래는 너무나 암담하다. 노령인구의 증가로 자식들이 부모를 더 이상 부양할 능력이 없게 되어버린 미래.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60세가 되면 생애전환기 검사를 통해 통과하지 못하면 폐기물로 처리되어 버리는 노인들, 성장하지만 노화하지 않는 미소년들과 그들을 디저트라 여기며 난교를 일삼는 지배계층들,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지만 자신의 엄마가 누군지 모르고 자라는 사람들과 자신의 아이들이 누군지 모르고 살아가는 어머니들...작가는 왜 이런 끔직한 미래를 그리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책에는 주요인물이 세 명 등장한다. 아버지를 따라 삭발을 감행하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수'와 수의 유일한 친구이자 아름다웠던 '진', 그리고 수가 낳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 '251004231111'.

머리에 오세아니아처럼 생긴 점이 있는 수는 폐기물 재활용 심사장에서 한쪽 팔을 잃은 진을 만난다. 수는 제대로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야위었지만 진은 한쪽 팔을 잃었을 뿐 젊었을 때 모습 그대로이다. 하지만 그들의 나이는 '60'일 뿐이다. 이렇게 늙어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과거로 돌아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너무나 참혹하다. 어떠한 희망도 발견할 수가 없다.

내가 이 책을 참혹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망루이야기 뿐 아니라, 낙태로 버려지는 아이들, 저출산으로 노인을 부양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현대의 모습이 이 책에 다 담겨있다. 나 역시 먹고 사는 것이 힘겨워 아이 낳기를 꺼리고, 혹 좀 더 지나면 부모님을 부양하게 될까 두려워지는데 다음 세대들은 어떻겠는가.

자라는 동안은 부모의 피를, 늙어서는 혈세를 빨아먹는 흡혈귀라는 말이 결코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내가 맞이하게 될 미래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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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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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소설 <서유기>를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서유기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은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 뿐이었다. 챙피한 말이지만 '서유기'라는 제목이 서쪽으로 여행한 기록이라는 것도 몰랐으니 정말 나의 무지함이란...

이런 내게 이 책은 읽기 전에 많이 버겁게 느껴졌다. 책의 크기와 두께는 물론이고, 불교에 대한 지식 또한 전혀 없기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래도 서유기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덤벼들었다.

우선 책은 정말 잘 쓰여졌다. 나같이 무지한 사람을 위해 쓰인 것처럼 모든 내용을 쉽게 풀어 써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내용이 작게 나뉘어져 있어 지겹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현장스님은 둘째 형인 장첩법사를 따라 절에 들어가 불교를 공부하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불교에 입문하게 된다. 그 후 수 많은 불교 경전을 익히며 19살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서역으로 가 구법여행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여러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28살이 되어 여행길을 떠나게 된다. 정부의 허가없이 시작된 여행길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고, 중국을 빠져나가는 동안 겪은 고충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수 많은 부족들과 곳곳의 어려움들을 뛰어넘으며 현장스님은 드디어 자신이 바라던 날란다 사원에 도착하게 되고 그 곳에서 계현법사를 만나 꿈에 그리던 <유가사지론>을 배우게 된다.

현장스님의 뛰어난 언변과 학식은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 속의 멍청해 보이는 삼장법사와 달리 현장스님은 예리하고 정확하며 그래서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린 나이에 품은 뜻을 펼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죽음의 순간들을 뛰어 넘고 적을 친구로 만들며 달려간 인도에서도 그곳의 훌륭한 스님들을 제쳐두고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훌륭한 사람은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뒷 부분에 가서 현장스님의 흠도 약간 나오긴 하지만 이 책은 한 편의 위인전이다. 불교도인 사람들에겐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같은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만큼의 글을 써 내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공부를 했을지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겉모습에 주눅들지 않고 한 번쯤은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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