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볼 줄도 모른다. 인사동 거리를 그렇게 걸으면서도 예쁜 물건들이나 구경하고 차나 마시러 다녔지 전시회를 구경하거나 그림을 들여다 본 적은 없었다. 내가 그나마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서른이 지나면서부터 같다. 이제 다들 결혼하고 직장에서 자리를 잡으며 여유가 생기니 미술관 나들이도 가고 전시회도 보러 다니게 된 것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무척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여성 미술가 14인의 작품과 그녀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은 내가 미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그림을 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느끼기란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지만 작가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인지하고 바라보는 그림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여성이기에 느끼는 감정이라는게 있다. 남자들은 여자도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절대 알지 못할 그런 것들...그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이 그녀들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노모를 위해 자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인사동의 공방이야기 속에서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었고, 가는 줄에 매달려 버티는 마리오네트 그림을 통해 위태롭게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핑크 소파를 뚫고 나온 험악하게 생긴 꼬챙이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고, 말이 아니라 색점으로 대화하는 작품을 보며 언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수 많은 작품 속에서 그녀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가면 느끼던 답답함이 없어 참 좋았던 것같다. 그래서 뭐든 알면 좋은 것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겠지만 미술이 어렵다고 느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책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