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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난 소설 <서유기>를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서유기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은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 뿐이었다. 챙피한 말이지만 '서유기'라는 제목이 서쪽으로 여행한 기록이라는 것도 몰랐으니 정말 나의 무지함이란...
이런 내게 이 책은 읽기 전에 많이 버겁게 느껴졌다. 책의 크기와 두께는 물론이고, 불교에 대한 지식 또한 전혀 없기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그래도 서유기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덤벼들었다.
우선 책은 정말 잘 쓰여졌다. 나같이 무지한 사람을 위해 쓰인 것처럼 모든 내용을 쉽게 풀어 써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내용이 작게 나뉘어져 있어 지겹게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현장스님은 둘째 형인 장첩법사를 따라 절에 들어가 불교를 공부하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불교에 입문하게 된다. 그 후 수 많은 불교 경전을 익히며 19살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서역으로 가 구법여행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여러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28살이 되어 여행길을 떠나게 된다. 정부의 허가없이 시작된 여행길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고, 중국을 빠져나가는 동안 겪은 고충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수 많은 부족들과 곳곳의 어려움들을 뛰어넘으며 현장스님은 드디어 자신이 바라던 날란다 사원에 도착하게 되고 그 곳에서 계현법사를 만나 꿈에 그리던 <유가사지론>을 배우게 된다.
현장스님의 뛰어난 언변과 학식은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 속의 멍청해 보이는 삼장법사와 달리 현장스님은 예리하고 정확하며 그래서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린 나이에 품은 뜻을 펼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죽음의 순간들을 뛰어 넘고 적을 친구로 만들며 달려간 인도에서도 그곳의 훌륭한 스님들을 제쳐두고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훌륭한 사람은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뒷 부분에 가서 현장스님의 흠도 약간 나오긴 하지만 이 책은 한 편의 위인전이다. 불교도인 사람들에겐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같은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만큼의 글을 써 내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공부를 했을지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겉모습에 주눅들지 않고 한 번쯤은 읽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