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착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 선택하는 인간을 위한 옳고 그름의 법칙
이언 킹 지음, 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삶은 B와 D사이의 C'라는 말이 있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늘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한다. 문제는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어떠한 방향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신중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결론은 결국 이기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언 킹은 우리에게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하며 옳은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 준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방법은 '최선책 실행'이다. 이 방법은 최선의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물론 몇 가지 문제는 있다. 가치를 비교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모든 사라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 방법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갖고 있게 마련이며,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한 밀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행복을 추가할 때 사람들의 행복의 총량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또 다른 방법은 '도움 원리'이다. 이 방법은 최선책 실행보다는 좀 더 이타적인 방법이다.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극단적으로 죽음도 도움 원리에 적용시켰을 때, 충분히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즉, 안락사에 대한 찬성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이런 일련의 법칙들을 통해서 소위 '착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솔직히 이런 원리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군가를 도울 때, 이성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성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라고 명령한다. 그게 설령 나와 타인과 비교에서 타인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저자의 원리들을 통해 무엇이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착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이 책의 의미는 충분히 가치있다. 우리는 어떤 도구를 통해서든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타인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아저씨를 만난 것도 벌써 20년 정도가 됐다. 빵모자를 쓰고 자기 키만한 바게뜨를 들고 안경 낀 눈을 동그랗게 뜬 특유의 캐릭터는 지금도 여전히 나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나뿐만이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먼나라 이웃나라>를 빼놓고 어린 시절의 독서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그야말로 학습만화의 고전 중에서도 고전이자, 명작이다. 이원복 교수는 대체 어떻게 이런 명작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만화로 교양하라>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좋은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제목에 낚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연히 만화책이겠거니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은 그 동안 이원복 교수가 <먼나라 이웃나라>를 쓰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한 생각을 모아놓은 인터뷰집이었다. 어쨌거나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제 발에 걸려 넘어진 셈이니 누굴 탓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 편하게 술술 읽어가자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오, 이 책, 의외로 재미있다. 인터뷰집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먼나라 이웃나라>를 한 권으로 압축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각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나라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세계의 흐름을 어느 정도 짚어볼 수 있었다. 개인적인 시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역사 앞에 객관적이 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그 정도는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먼나라 이웃나라>는 물흐르듯 읽어갈 수 있는 가벼운 책은 아니다. 만화라는 장르가 가진 특징이 있긴 하지만 내용의 무게가 한 번으로는 이 책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저자 역시도 세 번은 읽어야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저자의 공력이 들어간 책이다. 하나하나 짚어가며 살펴주는 나라들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자니 다시 한 번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
 

뒷부분에 나와 있었던 만화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우리나라의 만화 역사는 상당히 짧은 편이고, 그마저도 얼마 전까지 일본의 만화를 베끼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발달한 만화산업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만하다. 만화가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마저 생겨났다. 난 만화책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웹툰은 즐겨보는 편이다. 초반에는 웹툰에 인스턴트적인 면이 상당히 강했는데, 요즘은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것도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더욱 성장하는 만화 산업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먼나라 이웃나라>를 비롯한 다양한 학습만화들이 출간되어 어린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겨 읽을 수 있는 수준 높은 만화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다보니 요 근래에 청소년 소설을 몇 권 읽게 됐다. 대부분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솔직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황선미 작가의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은 조금 다른 내용이다. 시대 배경이 60~70년대이고, 지금의 청소년들이 공감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는 소위 '못 사는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도 그 '못 사는 시대'의 끝자락을 살아낸 나로서는 어느 정도 가슴에 멍울이 지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황선미 씨는 청소년 소설보다는 '마당이 사는 암탉'으로 대표되는 어린이 문학 작가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서도 청소년의 감수성보다 어린아이의 감수성이 더욱 묻어 있지 않나 싶다. 소설의 주인공인 연재가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아이라는 데서 그런 느낌은 더욱 짙게 배어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유는 연재가 살고 있는 팍팍한 현실이 이미 어린아이의 감성을 뛰어넘어 한 집의 맏딸로 감내해야 하는 고민들을 끌어내고 있기 대문이리라 생각한다. 아이 많은 집의 장녀. 위로 오빠가 한 명 있지만, 모든지 완벽하게 해내는 오빠는 가정의 희망이자 자랑이다. 주인공 연재는 그런 오빠의 그늘에서 늘 동생들 뒤치닥꺼리나 해야하는 희생양에 불과하다. 집에서는 제 앞가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철딱서니 없는 것으로, 동네에서는 가난뱅이집 딸로 왕따를 당하는 여리디 여린 아이로 받아들여진다.

내가 본 이 소설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연재는 이 모든 현실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거부하기에 가족은 연재에게 이 세상의 전부이다. 돈벌이에는 영 재주가 없는 무능한 아빠도,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도, 그런 부모를 대신해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무심한 오빠도, 늘 칭얼대고 귀찮은 동생들도 하나같이 연재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와 동생을 병들게 만든 꺽다리 집조차 세상 어느 대궐같은 집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순박하기만 했던 연재는 세상을 뚫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워나간다.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고,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앉으며 조금씩 다른 이들의 호의도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가 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일어설 힘이, 아주 실낱같고 희미해서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들어있는 책이라고 한다. 황선미 작가 역시 어렸을 적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제대로 된 공부를 해 나갈 수가 없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꾸밈없이 솔직한 글을 써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에게 불행이란 한결같이 불행일 수는 없다. 언젠가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상황들은 그 모양을 바꿔 희망이 되기도 하고, 다시 일어설 힘이 되기도 하고,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내가 처한 현실이 불행하다고 믿는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한 알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여섯 살 베이비시터 사계절 1318 문고 65
마리 오드 뮈라이 지음, 김영미 옮김 / 사계절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은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편견 속에 성장한 내 모습이 책을 펴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주인공 에밀리앵은 남자아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 별로 특이한 일은 아닌 듯 싶었다. 특히나 베이비시터라는 아르바이트는 상당히 보편적인 듯 보였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와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흥미로운 감정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그래서 그 나이 또래의 감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 에밀리앵은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열 여섯살의 남자아이다. 갖고 싶은 물건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을 하기도 하는 사춘기를 보내는 평범한 아이다. 하지만, 돈이 없는 엄마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 주기도 하고, 잘못된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굳은 심지를 갖고 있기도 한 심성이 고운 아이다. 그런 에밀리앵은 베이비 시터를 하며 세상을 만나고, 도둑질을 밥 먹듯이 하는 소녀를 만나 엄마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도둑질까지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는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치고 이 책은 분량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어려운 내용도 없어 읽기에 부담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의 고민과 작은 반항도 잘 잡아주었고,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던 고민을 하는지도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들, 예를 들면 부모와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한다든가, 이성 관계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사실 어쩌면 조금 부러웠을지도 모를 장면들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에밀리앵은 아버지가 없는 편모 가정에서 자라난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전혀 상처로 범벅된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이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제 우리 사회 속에서도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들이 무너지고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는 가정 속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는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 - 행복을 유예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안주용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먼저 용기 있는 선택을 한 그녀에게 응원을 보낸다. 결코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데서 한 켠의 부러움과 질투가 동시에 느껴지는 그녀의 삶이었다.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사회의 보수성과 관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벗어나길 두려워하는 나에게 그녀가 현재 가고 있는 길은 마치 먼 나라의 낯선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어쩌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외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가 현재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부모님과 오랜 시간 투쟁해야 했던 일은 나에게도 마냥 다른 사람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무조건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부모님과의 싸움을 나도 겪어낸 터였다. 부모님마저 이해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주변의 어느 누구도 진심을 담아 나에게 위로를 건네지 않던 상황. 글쓴이만큼 현실과 괴리된 것이 아니었음에도 나도 꽤 오랜 시간 부모님과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 싸움을 너무나도 솔직하게 써 준 그녀의 글에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숨길 수도 있었던 이야기. 가족의 치부와 어쩌면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겪하게 쏟아내 준 그녀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꼈다. 또한, 비록 자신이 원하는 자유에서 도망가지 않는 삶을 얻어냈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혀야 했던 고백도 이 이야기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에세이임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찍어 주었다는 사진도 꾸밈이 없다. 히말라야와 라다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사진은 구도가 전문적이지 않아도, 색감이 뚜렷하지 않아도, 심지어 모델이 짙은 화장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디자인으로 이미 신뢰가 두터운 출판사 안그라픽스의 계열인 컬처그라피에서 나온 책이라는 것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는 데 한 몫을 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겠다.

하지만 그녀의 글에 지나친 기교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저 담백하게 쓰여졌어도 라다크의 순수함을 담아낼 수 있었을텐데, 스스로가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많은 감정을 넣으려고 한 것이 엿보였다. 그리고 이런 형식의 에세이에서 늘상 발견할 수 있는 나는 옳고, 너희는 옳지 않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도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런 글을 쓰시는 분들이야말로 획일화 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분들이니만큼 현실 속에서 나름의 길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의 노고도 너그러이 받아들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쓴이가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현실에 순응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불행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어쨌든 처음과 마찬가지로 용기 있는 선택을 한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