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선물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44
홍순미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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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닙니다. 
몇 권의 그림책이 있지만 대부분은 선물로 받은 책입니다. 
어쩐지 그림책은 억지로 교훈을 주려 한다거나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그림책에 대한 편견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른이 읽어서 좋은 책이 훨씬 많다는 것도요. 
그래서 때때로 좋은 그림책을 만나면 보기 좋게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을 느끼며 
뒤통수가 얼얼해집니다.

이번에 우연히 읽은 <한밤의 선물>이 딱 그런 책입니다. 
첫 장의 글을 읽는 순간, 전 이 책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빛과 어둠이 다섯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아이들의 이름은 새벽, 아침, 한낮, 저녁, 한밤입니다.
이 글 위에는 하양, 파랑, 빨강, 노랑, 검정 다섯 가지 색의 토끼 그림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색을 달리했을까 생각하다가 세상의 색이, 하늘의 색이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작가의 탁월한 관찰력에도 놀랐습니다. 
어째서 저는 단 한 번도 우리가 사는 하루가 이렇게 아름다운 원색이라는 걸 몰랐을까요! 
실제로 하늘과 세상은 시간에 따라 온갖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빛이 커지고 작아짐에 따라 빨간색도 됐다가 노란색도 됐다가 파란색도 됐다가 검은색도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아름다움은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단 하루만 살아봐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훗날 저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꼭 함께 읽고 싶은 책입니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있는지 
아이와 하나하나 짚어가며 나누고 싶기 때문이죠. 
또 이 책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진 작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꿈꾸는 하루를 만드는 
귀중한 씨앗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좋은 마음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순미 작가님은 이 책을 한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지의 질감이 그대로 녹아들은 게 보입니다. 
덕분에 토끼의 털은 더욱 섬세하게 표현되었고, 
저녁놀은 반투명한 여러 색이 겹치며 물감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색을 만듭니다. 
그래서 책 속의 그림들은 더욱 따뜻하게 살아났습니다. 
작가님이 종이를 하나하나 손으로 쓸어넘기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이 책은 쉽게 만나기 힘든 따뜻한 책입니다. 
그림도 글도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잘 다독여줍니다. 
곁에 오래 두고, 마음이 상했을 때마다 읽으며 위로받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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