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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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하나를 정의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과정과 시간을 지나야 할까. 사전에서 단어의 뜻을 외우는 것만큼 명확하게 머리에 바로 넣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현상과 사건들은 한번에 정의하기 쉽지않다. 우정, 사랑 같은 것들은 그것이 가지는 의미와 무게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겪어보는 것이다.
시행착오라고도 불리는 이런 불규칙적임과 동시에 연속적인 경험은 어떤 현상에 대한 정의를 계속해서 수정해나가면서 하나의, 자신만의 의미로 완성되어 간다.
그러한 현상들이 모여 나라는 하나의 인간이 정의된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기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살아만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오팬하우스 #모모 출판)제목이 바로 그 답이다.
무언가를 계속 경험하기 위해서는 살아있어야한다. 살아가야한다. 죽는게 더 나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루, 며칠, 몇달, 몇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만 얻을 수 있는 피, 땀, 눈물이다.

남녀 둘 사이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완성된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냈는지에 따라 그 의미의 무게는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겐 봄과 겨울 그 사이의 서늘한 간극을 채워줄 따뜻한 사랑으로 여름과 가을이 절실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살아갈수록 끔찍해지는, 반쪽만 나눠가졌음에도 다른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엔 완전히 공유된 여름과 가을로 보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절실하고 누군가에겐 끔찍하며 아릿한 무언가가 또 이제와는 다른 삶의 과정으로 또 한번 그 의미가 변해간다.

소설 속에서 봄이 저물고 있듯이, 이 책을 쓴 작가도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유작이라 여겨지는 이전작품도 정식출간되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 그런 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져 ‘살아만 있다면’이란 문장의 무게가 너무나 깊게 마음을 짓누른다.

그는 얼마나 바랬을까. 살아만 있기를.
살아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책 한권을 적어낼만큼 인지하고 있던 병든 작가에게 그것은 얼마나 절실했을까.

살아만 있다면 지금 불행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행복과 사랑, 우정 등 온갖 좋은 것들을 찾아 떠날 수 있지 않은가.
꺼져가는 상황에서도 웃음과 다정한 마음을 놓지않는 하루카(봄)과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작가를 겹쳐보며 기어이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얻는다.

살아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에 얼마나 귀한것인지 깨닫지 못했다. 도망치고 숨고 싶은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감담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을 주신다는데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나날들이었다.
괴대평가된 것은 지금의 고통이었다.
나라는 존재와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가 너무나 과소평가되어있었다. <살아만 있다면>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저울에 달 수 있게 되었다.

눈이 부시게 살아가세요.
아니 살아만 있다면 결국 눈이 부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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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 돌봄과 상실 너머, 다시 시작된 사랑의 모험
천희란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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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녀석이 어떤 심정인지 정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하나의 현상이 주말에 널부러져있는 나를 한심학 쳐다보고 있는 눈과 마주칠때는 다행이었다 싶다가도 치료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면 그 무엇보다 더 큰 아쉬움이자 벌로 느껴진다.
무리에서 도태되지 않겠다는 야생의 습성때문에 아픈 티를 내지않는 녀석들에게 아프면 아프다고 티를 내라며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을 꾸짖는 소리를 할 때부터, 조금씩 병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의 치료가 정말 얘가 원하는 것인지 나의 욕심인지 매마르지도 않는 퉁퉁 부은 눈으로 뜬밤을 지새울 때 속시원히 말해달라고 아픈 애를 붙잡고 애원할 때의 그 심정이란.

#고양이가두고간세계 (#천희란 씀 #김영사 출판)는 어엿한 성채로 커가는 것을 지켜보는 뿌듯함과 기쁨보다 어쩌다보니 늙고 병든 고양이를 돌보며 하나 하나씩 고양이별로 떠나보내는 것을 먼저 겪은 집사의 이야기다.

남편의 회사 사무실에 살던 비슷한 나이의 고양이 세마리. 제대로 돌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담감때문에 집에 들이는 것을 고민하다가 열살이 넘어 마침내 그 세녀석을 집으로 들이고 최선을 다해 돌본 집사(작가).

그런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킨 것일까. 고양이치고 제법 긴 시간을(사람 나이로 치면 80이 넘는) 세마리 모두 살아냈지만 이별의 순간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위안도 되지않는다. 병 간호를 각오한 것이 무색하게 병원에 갔다 사흘만에 떠나기도 하고, 몇 개월 동안 할 수 있는 한 시간과 돈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나 결국 떠나고. 그 상실의 아픔을 말없이 엉덩이를 내어주며 위로해주던 마지막 고양이는 식도에서 넘어온 무언가가 기도를 막아 쓰러진지 5분만에 무엇이 그리 급한지 훌쩍 떠났다.

짧은 시간동안 세 번의 이별을 겪으면 어떤 심정일까.
나도 강아지 동생과 고양이 동생을 뒀었고 이 둘을 2년이 채 되지않는 기간동안 강아지별과 고양이별로 보냈다.
나는 이십대를 지나 여전히 건강한 삼십대인데 생긴 것은 여전히 애기인 동생들이 십년남짓한 세월동안 인간의 평생을 겪고 떠나는 것이 너무나 아픔이 아팠다.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할정도로.

하지만 그 아이들이 처음 내 무릎에 올라왔을 때, 촉촉한 코를 내 손에 부딪힐 때, 나에게 기대어 같이 낮잠을 자던 때, 늦게 들어와 불이 모두 꺼진 집에 살며시 들어올 때 눈도 다 못뜬 상태로 나와서 나를 반기던(꾸짓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 그 아이들이 만들어준 찌그러진 곳 하나 없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내 세상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소중하다.

세상에 이들처럼 누군가를 이유없이 전적으로 믿을 수 있을까. 그런 전적인 믿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것도 나도 그런 믿음과 사랑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 것도 이 비인간적 동물들이다.

작가도 그렇게 또다시 새로운 묘연을 만났다.
떠나보낸 고양이와 너무 닮아서 이게 옳은 일인지 한참을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 다른 캣초딩.
생김새가 아무리 비슷해도 성격과 표정과 살아온 묘생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것. 부서질까 살포시 안게되는 저 작은 몸에 담겨있는 무한할만큼 거대한 세계는 그 슬픔을 기꺼이 다시한번 받아들일 각오를 다지게 한다.
물론 아픔은 익숙해지지않는다. 그 무한한 가능성 만큼 아픔도 제각각의 통증으로 찾아올거란걸 알고있다.

그럼에도 나는 눈을 감으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른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진심어린 감탄과 감동을 안겨주었던 우리 고양이의 둥글고 투명한 눈동자를. 그 안에 담겨있던 빛을.

그 빛은 십년, 길게는 이십년(제발)동안 뭉클함으로, 따뜻한 위로로, 나라는 존재의 유의미함을, 아낌없이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이라는 온갖 형태로 나를 완전하게 만들고 단 한번의 이별로 산산조각낸다. 그리고 그 조각조각난 것을 보수하면서 더 크고 완전한 세상을 만들게 한다. 다름아닌 나와 다른 종의 생명체가.

작가의 말처럼, 고양이가 존재하는 세상의 가능성을 나는 믿는다.
모든 이들에게 묘연猫緣 이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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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한다는 착각 - 열심히 말하는데, 왜 마음은 멀어질까?
마이클 니콜스.마사 스트라우스 지음, 윤삼호 옮김 / 교양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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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싶다는 욕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그리고 그 공감을 받고싶다는 욕구는 우리를 강력한 화자, 말 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모두가 말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대화와 공감은 적어도 둘이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다.
말하고, 들어주고. 공을 던지도 받듯이 실과 바늘처럼 반드시 서로가 존재해야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중에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보고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큰 행복이다. 잘 들어준다는 것은 진심으로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공감해 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감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져 왔다는 것일테니 말이다. 떠오른 사람에게 맛있는 밥이라도 한끼 사주자.

#대화한다는착각 (#마이클니콜스 #마사스트라우스 씀 #교양인 출판)은 상대를 평가한다기 보다 자신을 평가하는 이야기이다. 위의 글을 읽고 응? 나는 꽤 괜찮은 리스너인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제법)있을 것이다. 물론 ‘진짜 잘’들어주는 멋진 청자일수도 있지만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괜찮다. 내가 정말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로인해 함께 대화하는 것이 위로가 되는 청자인지 말이다.

<대화한다는 착각>은 분명히 들어주고 반응해주었는데도 집에 돌아와서 곱씹어 보면 뭔가 찝찝함이 남는 ‘관계를 단절시키는’청자의 유형의 예를 보여준다.
상대가 말하고 있는데 제대로 듣지않고 머릿속으로 자신이 할말을 생각하고 있는 대기실형, 고민을 털어놓고있는 와중에 끼어들어 해결책부터 내어놓는 해결사형, 말하고 있는 와중에 ‘나도 그런데’를 시전해 자신이 말 할 차례로 만들어버리는 가로채기형, 상대가 털어놓는 감정을 부정하는 감정차단형,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슨 말 하는지 다 안다며 멋대로 추측하는 독심술사형, 몸만 여기에 있고 정신은 다른 곳에, 또는 휴대폰에 있는 유령형, 상대방의 감정보다 사실관계를 따지려드는 요점정리형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하나라도 벗어나기가 쉽지않다.

정확하게 나도 나 정도는 괜찮은 청자라고 생각했는데 지레짐작하여 말을 가로막기도 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던 적도 있고, 감정에 공감해 주기보다 사실관계를 따져 잘잘못을 따지려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나는 내가 말을 하기위해서 상대방의 말을 끊은 것이 아니다. 지레짐작은 내가 너를 이만큼 잘 안다고, 척하면 척이지를 보여주고 싶어서였고 잘잘못을 따지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싶어서였다(심지어 다 듣고 말했다)

물론 내 주위의 사람들은 참지않고 ‘내가 원한 건 그런게 아니야’, ‘아니야 그거 아니야 끝까지 내 말 들어봐’라고 바로 피드백을 준다. 그덕에 많이 고치려고 애썼고 나름 바뀌었다고 믿고싶다.

그냥 들어주면 될 텐데. 그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만큼 이해받고 싶은 본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이 주는 기분 좋음이 주는 도파민도 상당하다. 그래서 모두가 화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자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잘 알아야 하는 것은 자기자신이지않을까. 성숙된 바람직한 자아를 위해서는 듣기를 잘 해야한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아 안정을 얻는 것보다 누군가의 말을 경청해서 누군가의 세상을 완성시키는 경험이 스스로에게 주는 만족감이 더 크다.

잘 듣기 위해서는 개인의 관심사, 선입견, 자기 내면에 있는 상처, 불안과 같은 심리적 장애물을 걷어내야한다. 자기자신을 잘 다스려야 비로소 가능한 올바른 관계를 맺는 진정한 청자. 단단한 자신, 좀 더 나은 자신을 위한다면 우리는 화자보다 청자가 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 여길수도 있지만 결국 진심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공감하는 것은 결국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게되는 수양임을 깨달았다.
상대방도, 그리고 나도.
조금 더 위안이 되게, 조금 더 편안할 수 있게, 조금 더 세상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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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마 - 지역 재생 교과서
시노하라 다다시 지음, 김경인.박우현.정석 옮김 / 오늘산책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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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고토 고등 전문학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소멸해가던 지역의 재생을 이룬 가미야마. 어떻게 소멸을 기다리고 있던 지역이 일본 전국에서 20년 만에 문을 여는 전문학교를 유치할 수 있었을까. <가미야마>이 책은 이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그 질문의 답은 전문학교 유치를 넘어서 매우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었다.

가미야마는 전문학교가 자리 잡기 전부터 위성사무소, 푸드허브의 먹거리 교육, 지산지소 식당, 가미야마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오노지 집합주택 등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곳이었다.

현 단위의 계획이 자신들에게 알려지지도 않고 만들어져있더라도 탑-다운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도 반영되지 않을 정책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연합체를 조직해 자신들의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렇게 아티스트들이 상주하기 시작했고, 아티스트가 두고 갈 작품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에 집중했다.
하나의 아티스트에 여러 명의 어시스트를 두어 재료 조달과 전시공간 계약과 같은 일을 처리하는 아버지 적 역할, 생활을 세심히 케어하는 어머니 적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예술의 특성상 오래 머물러야 하는 아티스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 챙겨주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도시인들을 배려해 신체적, 정신적 거리를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한번 자리 잡은 아티스트들은 상주기간이 끝나도 다시 방문하거나 아예 가미야마에 자리잡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을 외부인으로 두지 않고 가미야마에 빠르게 흡수시켰다. 고등학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들의 졸업 후 상주, 마루고토 고등학교로 인한 교육관계자들의 이주 등을 단발성으로 그치게 두지 않고 가미야마의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하나의 유기체가 될 수 있게 진심을 다한다.
가미야마의 성공에는 마루고토 고등학교 그 자체가 아니라 지역민들의 ‘능동성’과 ‘진심’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지역민들이 직접 만들어 운영한 프로젝트로 유입된 이주민을 배척하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여 이주민간, 이주민과 지역 주민 사이의 소통에 정성을 쏟는다. 그 결과 소통에서 또 다른 프로젝트가 탄생하고 새로운 이주자를 불러들이는 가미야마만의 선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단발성 제도, 숫자에 급급한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노인층의 유입도 마다하지 않는 눈가리고 아웅 하는 방식의 수동적이고 비적극적인 행동들은 아무리 좋은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가미야마만큼 바뀌지 않는다.

지역재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삶의 태도에 관해서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 진심과 적극성. 지금 이 순간, 오늘, 앞으로의 인생에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과연 이게 통할까? 라는 다가오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줄 확실한 증거 같은 한 권이다.

인생, 프로젝트, 사업, 정책. 모든 것의 교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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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in 도쿄 - 일본 미술관에서 만나는 모네와 고흐, 피카소
전원경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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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라파엘전파부터 추상미술까지의 서양 미술사가 담긴 책을 읽었다. 다 읽은 뒤에 괜히 뒤적거리다가 문득 인상주의는 어느정도 분량을 차지할까 궁금했다.
자세한 페이지는 세어보지 않았지만 인상주의 부분을 두손가락으로 잡고 책배(또는 책입)을 보니 적어도 1/4과 1/5 그 사이 정도 될 것 같았다.
긴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에서 10년 남짓한 특별한 강령도 없었던 하나의 사조가 이만큼이나 분량을 차지하다니. 모네를 좋아하는 나의 입장에선 괜히 뿌듯했다.

나의 모네사랑은 그 전문성에 비해 주변사람에게 알려진 정도가 과하다. 모네를 보면 내 생각이 난다해서 머쓱한 경우도 제법있고 오랑주리 미술관에 자기가 먼저가서 미안하다며 해외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오랑주리에서의 긴 하루를 꿈꾸는 사람이긴 하지만 직장인 현대인입장에서 언제나 가능할지 ‘언젠가는’이라는 단어로 그 의지를 놓지만 않고 있다. 이런 나에게 오랑주리의 훌륭한 대체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되었는데 이것도 고마운 지인 덕분이다. 일본여행을 다녀왔다며 스윽 내미는 것. 책갈피인데 누가봐도 모네의 <수련>이다. 도쿄 국립 서양미술관에서 진행했던 모네전을 갔다가 내 생각이 나서 사왔단다. 수련이 일본에 있어? 심지어 ‘모네전’을 할만큼 모네 작품이 많아? 놀라웠다. 그리고 어느정도 찾아보았더니 일본은 인구 50만도 되지 않는 도시에도 모네와 고갱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을만큼 훌륭한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이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픔을 겪고있던 1900년대 초반에 ‘탈아입구’를 슬로건으로 적극적으로 유럽과 교역했을 당시 유럽에서 모네에게 직접 수련작품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을 사들였다고 한다. 역사의 아픔때문에 아니꼽게 보이기는 한다. 재팬머니라고 불리는 일본의 경제호황시대에 부정적 시선까지 생겨나던 공격적인 소비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 시기에 만국 박람회에 어려번 참가할 정도로 일본은 유럽과의 교류가 상당했고 그 시기가 마침 인상주의가 꽃을 피우던 시기와 맞물려있다. 게다가 교류가 일본의 짝사랑도 아니었다. 일본의 과김한 생략과 강조로 두 눈을 사로잡는 우키요에가 유럽의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다.
그런 우키요에에 대한 매료됨과 애정이 서양 미술사를 논할 때 뺄 수 없는 모네와 마네, 르누아르, 고흐, 고갱, 메리 커셋 등 기라성같은 이들의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이들이 주로 인상주의 화가들이니, 로코코, 르네상스, 고딕, 고전, 나비파, 입체파, 표현주의 등 수많은 시대의 작품이 골고루 있는 일본에서도 특히나 사랑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상파in도쿄 (#전원경 씀 #세종서적 출판)은 인상파의 탄생과 활동 등 그 유파의 특징을 알려주고(1부) 우리가 몰랐던 인상파와 일본사이에 존재했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2부) 그리고나서 일본, 특히 도쿄에 가서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는 인상파 작품들, 그리고 인상파를 넘어 꼭 보면 좋은 작품들을 미술관별로 소개해준다(3부)

인상파하면 떠오르는 모네, 그 모네의 시작이었던 각별한 스승 부댕, 모네에 가려졌지만 인상파의 실직적 리더였던 피사로와 시슬레, 모네의 츤데레 선배 마네, 끝내 다른 길을 걸어간 르누아르의 작품을 일본에서 볼 수 있다니. 인상파의 역사를 본고장은 유럽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도쿄에서 모두 살펴볼 수 있다니. 부러우면서도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들었다.

인상파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상파를 넘어 미술 전체를 사랑하는 ‘난 그 나라에 가면 미술관은 꼭 가’사람들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내용은 꽉 찬 그런 책이다.
책 한권으로 인상파에 대한 2회독을 할 수 있는 것(이론 + 도쿄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 설명)도 이 책의 멋진 부분이다.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의 표지로 모네의 ‘수련 연못과 일본다리‘가 엄청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도쿄로 휴가 가시는 분들 필수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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