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ㅣ 머묾 세계문학 자아 3부작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해영 옮김 / 머묾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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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인생을 오롯이 이해하기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나도 마찬가지로 생을 다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눈을 감을 때 이제 좀 알 것 같다 말하던 분이 생각난다.
팔십 년의 세월을 살고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는데 과연 사는 동안 모든 것을 깨닫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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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버지니아울프 씀 #머묾 출판)은 보통의 우리보다 생을 이해하는 것을 네배 또는 다섯배 정도 해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16세기의 남부러울 것 없는 지위, 부, 외모 모든 것을 가진 남성으로 태어났던 그는 20세기까지. 무려 400년을 살아간다. 심지어 남성만이 아닌 여성으로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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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약속했으면서도 다른 여성과 불같은 사랑도 해보고, 버림받아도 보고, 귀족 사회에서 고립되어도 보고, 타국의 대사로 떠나보기도 하고, 여성으로 바뀌어서는 온건히 자신의 것임에도 재산을 위해 혼심의 힘을 다해 재판을 받아야하기도 했다. 엄마가 되기도 하고 시인이 되기도 하고, 여성 작가들의 출판을 후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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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고 할 정도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올랜도는 두 성별을 인간의 평균수명을 아득히 뛰어넘는 시간동안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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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이해했나 라는 질문의 답은 시원하게 내려지지 않지만 남성, 여성 두 성의 삶을 살면서 올랜도는 비로소 완전해졌다. 남자여서 가질 수 있었던 것과 버려야 했던 것, 여자여서 가질 수 있었던 것과 버려야 했던 것들을 400년의 시간동안 올랜도는 해냈고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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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면서 성별, 가정, 속해진 집단에서 부여하고 기대받는 역할에 맞추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행한다. 그렇게 하나의 삶에는 하나의 모습이라는 것이 당연시 되는 세상(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고도 하는)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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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대로, 바라는대로 살아가는 것을 강요받고 학업, 취업, 결혼, 육아, 교육, 노후 준비처럼 쉽없이 등장하는 삶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다보면 ‘나’를 생각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럴 시간에 1분이라도 더 누워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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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이번 생은’, ‘일단은’이라는 안일함으로 심적으로 무의하고 지쳐만가는 생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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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는 그렇지 않다고, 삶은 무한한 가능성과 여러갈래의 길이 있다고, 하나의 이름과 역할에 얽매일 필요없다고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껏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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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 자아는 한번 형성되면 그걸로 끝이 아니다. 그것을 기저로 살아내고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깨닫고 고치고 나아감을 반복해야한다.
생물이 보여주는 진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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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진다라는 개념이 아니다.
우월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더 충실할 수 있게,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다양함이라는 바다로 흘러들어갈 수 있게, 자유롭게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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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또 다른 가능성,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깨지고 그럼에도 즐거워하고 살아있음을 느낄 또 다른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해방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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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로 인해 내가 가두어진 것 같지만
결국 아무 생각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던 내 스스로가 결국 나를 하나의 사실만으로 가두고 있었다.
코앞만 바라보며 나아가지 말고 고개를 들고, 시선을 멀리.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누리는 자신에게 또 다른 가능성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온 몸, 온 마음으로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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