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ㅣ 위픽 클래식
이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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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연관어는 천재다.
그렇기에 #날개 (#이상 씀 #위픽 출판)의 시작,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물음에서 이미 나에게 <날개>는 소설과 에세이 그 사이 어디쯤의 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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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주인공은 아내와 단칸방에서 살아가지만 단칸방은 가벽으로 작은 방 두 개로 나뉘어 있고 아내와 동침하지 않으며 밥도 아내 방에서 먹지 않는다. 심지어 밖으로 나가려면 아내의 방을 통해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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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바람막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세상으로 나가보려는 의지를 꺾는 무기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돈을 벌고 생산적인 무언가는 꿈도 꾸지 않고 아내가 조금씩 쥐어주는 돈을 들고 밤거리를 헤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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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아내는 무슨 일로 돈을 버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손님이 낮에도 밤에도 아내 방을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이 아내에게 돈을 주고 아내는 자신에게 돈을 준다.
손님 맞는 아내를 피해 자정까지 밖을 헤매야 한다.
그러다 싸늘한 날 비를 맞고 견디다 못해 자정 전에 손님이 있는 아내 방을 넘어 자신 방으로 간다. 심한 감기에 걸려 아내가 아스피린을 준 줄 알았지만 아내 방에서 발견된 약은 아스피린과 비슷하게 생긴 수면제 아달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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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내는 나에게 아달린을 주었을까. 확실하지도 않은 가정에서 ‘나’의 생각은 끝도 없이 번져나간다.
사실을 확인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무기력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이어나가게 한다. 워낙 대화가 없는 부부의 일상 때문에 오히려 혼자 망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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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모든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잠자듯 세상을 살아가는 것. 벌써부터 다가올 아침이 밉고 사라질 밤이 아쉬워 아무 생각 없이 티비, 또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현실의 나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무기력에 이어 무관심. 세상을 무의미하게,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세상에, 삶에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건만 그런 마음도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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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망상 중에 결국 그는 백화점 옥상에 다다른다. 처음으로 능동적으로 귀찮은 무언가를 행동한 ‘나’는 날개가 있었던 겨드랑이에 가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바란다. 다시 한번 날개가 돋아나길, 그래서 하늘을 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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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에서 ‘나’가 딱 한 번, 유일하게 자의로 무언가를 해본 것이다. 그는 실은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았던 사람이었다. 그랬으니 날개가 있었겠지. 그 날개로 세상으로 날갯짓을 해보았겠지. 하지만 극도의 무기력과 무관심은 세상과의 차단이 아니라 세상을, 스스로를 외면했다.
외면한 것은 날갯짓을 하던 열정 가득한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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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는 작가 이상의 모습을 투영했고, 책 속의 아내 ‘연심’은 이상의 아내 ‘금홍’의 본명이었다. 결혼하고 4개월 만에 혼자 도쿄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폐결핵으로 만 26세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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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아내와의 삶에서 무기력한 나날들을 보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날갯짓을 할 하늘로 도쿄를 선택한 것 같다. 하지만 이상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적었듯이 하늘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나 보다. 이런 그의 <날개> 속 ‘나’가 한 번만 더 날개가 돋아나기를, 한 번만 더 날아보자는 바람은 작가 이상이 스스로에게 되뇌는 마지막 불꽃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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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지만, 무기력과 무관심, 대화 단절, 과도한 보호, 사회에 안착하기 쉽지 않음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앞을 내다본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짧지만 애두르지 않고, 가상의 세상만으로 끝내지 않은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지금의 우리에게 90년의 세월을 지나 더 의미 있고 위안이 되어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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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날개가 돋아나기를, 아니 날개가 있어 치열하게 날았던 존재였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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