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안부 - 쉽게 미워하고 오래 사랑하는 계절에게
백가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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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여름은 내가 가장 활발하던 시기였다.
방학은 시골 친척 집에 가서 눈꼽도 떼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계곡으로 나갔다. 지치지도 않고 다이빙과 수영을 했고, 라면과 매운탕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개학을 하면 검게 탄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제일 까맣게 타 있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6년을 제일 검은 아이로 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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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이를 먹은 뒤 나에게 여름은 정.말. 싫.은. 계절이다. 원래도 하얗지 않은 피부라 검게 타는 게 무척 싫어졌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녹아내리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에어컨 만든 사람에게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며 에어컨 밑에서 숨만 쉬는 계절이 여름이었다. 휴가도 가지 않았다. 집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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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안부 (#백가희 지음 #클랩북스 출판)을 읽으면서 올여름을 다시 되짚어보았다. 저자가 자신을 보듯 나도 나의 몸을 보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탄 여름이었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덥고 습한 여름은 싫다. 하지만 저자처럼 달리기를 꾸준히 했다. 매미의 울음소리와 나를 점박이로 만들어 버리는 단백질 큐브, 날벌레들, 연초록에서 짙은 초록으로 풍성하고 짙어지는 식물들을 해가지지 않고 환한 저녁 여덟 시에 언제 봐도 반가운 낮달과 함께 달렸다. 여름 휴가도 몇 년 만에 다녀왔다. 운전 때문인지 왼쪽 팔이 더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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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에게 여름은 네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이 되어 있었다. 그게 뭐냐고. 결국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지 않냐고 말하지만 부정과 긍정. 이 미묘한 차이가 여름을 살아내는 나의 심리적 여유의 차이를 만들었다.
싫은 상태에서 또 싫은 것을 만나는 것과, 좋은 상태에서 싫은 것을 만나는 것. 견뎌낼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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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붉다 못해 검어질 만큼 달리면서 속도를 늦추고 주변 풍경을 바라본다. 운전 중에도 창밖을 본다. 쨍하고 파랗고, 먼지 한 점 없는 날씨는 바라보기에 그만이다. 이만한 계절이 없다. 나는 그동안의 여름을 ‘싫다’고, 막연하게 특별한 이유도 없는 상태로 살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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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부>는 여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처럼 뜨겁게 살아가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여름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도 책에서 인용하고, 나도 이번 여름에 읽은 알베르 카뮈의 <결혼 여름>이 생각났다.
실제로 지중해에서 여름을 보내며 쓴 글들이지만 카뮈가 말하는 여름도 계절로 국한되지 않는다. 끝없이 궁리하고 움직이고 젊음을 불태우는 뜨거움. 그것을 여름이라 칭한다. 그렇게 카뮈의 뜨거운 여름은 우리가 살아내는 일상들처럼, 썩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아름답지만은 않음을 적어내는 카뮈의 글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그럼에도 살아내는 뜨거운 열정과 삶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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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미워해도, 좋아해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고 흘러간다. 여름이란 이름의 인생의 1/4를 차지하는 시간들. 싫다라는 막연한 부(-)의 감정에 절어 있기에는 너무나 귀한 시간이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인생을 뜨뜻미지근하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눈부시게 찬연한 그 열정과 뜨거움이 부담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여름, 안부>를 읽으면서 계속 검게 탄 내 팔에 시선이 갔다. 너무 탔나 싶었던 보기 싫은 팔이 이번 여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는 솔직한 기록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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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게 여름을 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 뿌듯하다.
어릴 적 이후로 오랜만에, 일 년 뒤 다가올 여름이 기다려진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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