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만들어라 - 피카소의 화실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침묵까지 철학하는 철학사 4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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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를 넘어 인류 역사에서 손꼽히는 예술가 피카소. 그 피카소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으라면 <아비뇽의 처녀들>이 아닐까. 가로 세로 2.5m의 거대한 화폭을 자랑하는 이 그림은 대상의 모습을 하나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여러 시각을 구분 짓지 않고 이어 붙인 입체형으로 바라본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처녀들‘의 모습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 존재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입체형에서 큐비즘이라는 단어가 시작되었고, ’아비뇽의 처녀들‘은 피카소를 살아생전 이미 가장 위대한 예술가의 반열에 올렸다.
무수한 비평이 끊이지 않았던 그림이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이 중요성은 예술가의 이름값 때문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원리를 알려주는 상징이었기에 가능했다.
고정된 절대적 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을 그림이라는 언어로 문자적 언어보다 더 적확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만들어라 (#리하르트다비트프레히트 지음 #열린책들 출판)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의 폭발과 함께 벌어진 20세기의 철학‘들’의 무수한 탄생과 변화들을 다루고 있다. 베르그송, 프로이트, 후설, 에른스트 카시러, 하이데거, 베냐민, 비트겐슈타인까지 나치즘과 파시즘이라는 아픈 역사, 그 역사를 살아가는 그들이 한 선택들과 연계 지어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각자의 언어, 이론, 사상은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지만, 이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확실성’과 ‘존재의 근거’에 대한 집요함이다.

양차 대전을 직접 몸으로 겪고 나치를 피하기도, 합류하기도 하는 선택들을 하면서, 이런 모든 움직임들이 결국 파시즘이라는 최악의 선택지로 굴절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왜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나’라는 질문에 부딪혔을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그들에게도. 무언가를 단 하나의 형상으로 강하게(병적으로) 확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너무나 많은 피로 몸소 겪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은 왜 존재했어야만 했는지 그 근거까지 파고들면서 똑같은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그 참사가 왜 일어났어야만 했는지 이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너무나 무가치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는 <세상을 만들어라>에서 솔직히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의 사상이 완전히 뒤집히기도, 같은 사상을 공유하다 끝내 갈라 서기도 하면서 그 모든 것이 정답인, 적어도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유의미한 무언가로 남겨지는 과정을 보면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모두가 어떤 하나를 바라보며, 같은 것을 보며 그 대상을 설명하지만, 모두 같은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그것이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어 어느 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다양하기에 흑과 백으로 나누는 시선을 거둘 수 있고, 무수히 다양한 그 사이 회색들이 존재함을 인식할 수 있다. 그 모든 것들의 유의미함을, 존재의 이유를 깨달아야 그런 피의 역사는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역사를 직접 걸어오지 않은 우리에게, 그 통찰을 전해주어 유연한 사고와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유연함이 딱딱한 것들에서도 유머와 위트를 만들어 낸다.
<세상을 만들어라>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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