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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시럽 뿌리기 - 셋셋 2026
이영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평점 :
살면서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모두 셀 수 없을만큼 많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간다. 어떤 것은 상처가 아직, 여태 아물지 않아 다른 누군가의 그 상처와 전혀 상관없는 말에 쓰라리고 더 벌어지기도 한다.
#상처에시럽뿌리기 (이영주, 원영원, 강다운, 김나은, 신은솔, 이비 지음 #한겨레출판 출판)은 여섯 명의 작가가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 시가 담겨있다.
각자의 작품에는 각자의 상처가 존재한다.
모르는 개를 산책하다가 알게된 낯선 여자의 죽음, 든든하게 지켜주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는 자기 비하에서 시작되는 우울감과 의처증, 떠났던 엄마가 이름도 얼굴도 바꾸고 병에 걸려서야 돌아오는 상황, 부모님의 부재와 같은 상처들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음에도 ‘나도’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진짜 찢어지고 갈라지고 피가나는 상처였으면 흉이 지더리도 아물기라도 하지. 더 이상 아프지라도 않지.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살기위해 기억 저편으로 치워졌다가 뜬금없이 스위치가 켜져 다시 피가 흐른다. 그런 상처들을 가지고 있고, 그럴때마다 괴로움에 몸서리치면서도 살아가고 있기에 책에 담겨있는 상처들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상처에 시럽을 뿌리는 상상을 해봤다.
쓰라린 붉은 상처에 쏟아지는 투명하고 끈적한 시럽.
괜히 영화 쥬라기 공원 속 호박석이 생각났다.
끈적한 용액이 모기를 덮어 수백만년의 세월을 견뎌내게 해주었듯, 시럽은 우리의 상처를 더이상 진행되지 않게 정지시키는 것이 아닐까.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으니까. 그대로 두면 너무 괴로우니까. 그상태 그대로 더 심해지지 않게 달콤함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시럽코팅이 떨어져나가면 허둥지둥 거리며 애쓰는 와중 손에 묻는 끈적한 시럽을 살짝 핥아보면 어떨까.
그 건조하면서도 여전한 달콤함이 세어나오는 상처를 포기하지 않고 마주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울하거나 힘들 때 단 것들이 당기는 것처럼.
각자의 상처가 시럽에 코팅되어 제각각의 색으로 반짝인다. 그 모든 빛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달콤하고 반짝일수록 세상은 상처로 가득한 모순.
그 모순이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인가보다.
외면하지 않고 상처를 바라보고 ‘나도’라고 말할 수 있게 세상을, 상처를, 나를 코팅해주는 달콤한 시럽.
세상에서 누구보다 먼저 이 달콤함을 맛볼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