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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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찢어지는 일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이 찾아온다.
이별, 질병, 배신, 죽음 등 하나의 단어에서도 수많은 갈래의 통증이 담겨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 우리는 상처입은 곳이 너덜너덜해지고 마침내 찢어진다.
그 찢어진 절단면은 깨끗하지 않아 다시 이어붙일 수도 없다. 단면의 상처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단절들 (#클레르마랭 지음 #사람in 출판)은 이런 단절(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단절이 마냥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가 자라날 기회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저런 단절을 겪으면 떨어져 나가는 단절도 있지만 이전까지의 자신과도 단절된다. 극복하든 극복하지 못하든 분명 이전과는 다른 자신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삶까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니 우리는 그 단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결국 단절은 정체성과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책의 제목인 단절은 이전 자신과의 이별을 야기하는 원인과 동시에 정체성을 의미하고, (들)은 이런 것들이 살면서 한번만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내포한다.

단절들.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이전과 다른 또 다른 자신들. 수많은 정체성들.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여러개의 정체성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페르소나(가면)이 떠오른다. 가면이 주는 이미지 때문일까. 진정한 자신을 속이고 거짓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편견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수많은 단절들에서 이전의 나와 단절되어 내 안에서 지금의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숱한 나 자신들을 모두 거짓이라 낙인찍고 숨기고 외면하고 ‘원래의 나’라고 생각하는 모습만을 꺼내어 산다면 그것이 더 가짜가 아닐까.

숱한 단절들에서 만들어진 여러 나의 정체성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 변형된 일종의 진화체들이다. 진화라는 말도 더 나은 것이라는 우월의 의미로 약간 변질되어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생존하기 수월하게 적응한 것을 의미한다. 각각의 단절들을 견뎌내 적응해낸 그것이 자신이 아니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각각의 슬픔과 변화들을 견뎌낸 정체성(들)은 자랑스러운 훈장이자 그럼에도 계속 되는 삶을 살아가게 해준다.계속 하는 것. 나는 그것을 도약이라 부르고 싶다.

단절을 넘어 앞으로도 계속될, 마주하게 될 단절들을 도약하게 해줄, 지금까지의 내가 도약한 흔적들.
그 흔적들이 마디마디가 되어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무수한 내가 나를 흐르게 하는 기쁨.
그 기쁨을 느끼면 단절(들)은 더이상 나를 부수는 것만이 아니게 된다. 마냥 힘들고 괴로운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한 또다른 가능성의 씨앗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심지어 자신이 직접 삶에 집어넣는 단절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피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부딪히게 될 것이다.
단절들로 깨어지는 것이 당연한 세상. 그것을 우리는 일상이라 부른다.

물론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 한줄기 빛, 숨통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분명한 사실만 기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긍정적이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서 수없이 깨지고 단절되는 것.
그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그로 인하여 조금 더 웃음지으며 살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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