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썸머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민지현 옮김 / 머묾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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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봄 내내 굳건히 뿌리내리는데에만 집중하던 온갖 것들이 꽃과 열매를 맺으면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계절. 물리적 성장이 비로소 존재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이 계절은 봄만큼 생명력이 넘침과 동시에 강렬하다. 뜨겁다. 태동한다.

#여름 (#이디스워튼 지음 #머묾 출판)의 채리티의 시기도 여름을 맞이했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길 바라는 듯한 노스도머의 생활에 환멸을 느낀다.
심지어 자신보다 수십살은 더 많은, 자신을 ‘산’에서 데려온 대리인 로열은 아름답게 성장한 채리티에게 사랑한다며 청혼한다. 이런 노스도머를 떠나 모든 것이 활기차고 아름다운 더 넓은 곳으로 떠날 수 있기를 꿈꾼다. 그런 채리티 앞에 나타난 루시어스. 그에게 사로잡힌 그녀는 그의 곁에 있는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것과 같다고 여기지 못하던 시절의 인물인 채리티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은 척이다. 결국 그렇게 최적의 시기를 놓치고서야 채리티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행동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내던진 불같은 사랑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돌아오겠다던 루시어스는 끝내 돌아오지 않고 거침없던 사랑의 결실이 채리티 안에 자리잡는다.

노스도머 사람들의 시선이 두러웠던 채리티는 자신의 기원과도 같은 ’산‘으로 향한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산‘에서 맞이한 엄마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이었고, 결국 처음 마주한 엄마는 교감없이 세상을 떠난다.

정말로 세상에서 혼자라 된 채리티.
그런 채리티를 찾아온 것은 다름아닌 로열씨다.
채리티를 데려가기 위해 산을 올랐던 것이 산을 오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로열은 그렇게 또 채리티를 데려가기 위해 산을 올랐다.
결국 채리티의 여름은 여름밤의 꿈처럼, 채리티의 인생이 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피하고자 했던 것이 현재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 되었다.

<여름>을 읽는동인 채리티의 모든 마음에 동의하기는 쉽지않았다. 물론 몸과 정신 나이의 차이가 있는 사춘기라고 하지만 안하무인인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그럼에도 나아가기에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채리티는 책 속 그 누구보다 뜨겁고 열정적으로 나아간다. 지금 시대의 우리 시선에서 분명 더 능동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채리티의 시절에는 그런 것이 전혀 불가능한 시절이었다.
채리티의 선택이 아쉬운 것이 아닌 시대를 아쉬워해야 한다. 태어난 장소와 신분, 성별에 얽매여 순수하게 갈망하는 것이 죄이던 시절. 지금 우리 시대에 채리티가 살았다면 분명 당차게 걸어나갔을 것이다.
그런 믿음이 당연하다 생각될 만큼 채리티는 글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것이 젊음의 생명력이구나를 절감한다. 이디스 워튼이 세계 대전 속에서 숱한 죽음과 절망을 경험하고 있던 시기에 <여름>을 써낸 것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는 다시는 없을 것 처럼 보이는 젊음, 그러한 젊음이기에 가능한 순수한 욕망, 여름처럼 들끓는 열정에 대한 갈망 때문이 아닐까.

인간은 실패하면서 나아간다.
실패하면 삶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삶이라는 연장선 위 하나의 점일 뿐이다.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내일이었던 오늘이 밝아오는 것. 그것이 삶이다.
그런 삶에서 미끄러져 낙오되지 않게 디딤돌을 까는 것.
그것이 실패하는 것이다.

의미없는 것은 없다. ‘나중에’도 없다.
‘나중’은 결국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순간이다.
그러기에 실패하더라도 그 순간, 선택해야한다.

물론 선택에 결과도 책임도 따르지만.
일곱빛깔이 합쳐져 하나의 무지개가 되듯. 그 순간, 그 선택, 그 결과, 그 책임. 모든 것이 삶이다.

기꺼이 선택할 자유, 욕망할 자유.
그것에 대해 그 어떤 작품보다 솔직하다.

뜨거워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는 태양 속에서
열정이라는 또 다른 찬란한 뜨거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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