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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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상이 이전과는 다르게 확 커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않다.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자식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않고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를 이토록 갈망하고 전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심지어 열달을 제 몸의 일부로 살았던 기억을 가진 엄마라면 그 아이가 딸이라면 그러한 감동과 애정은 더 하지않을까.

<푸른 빛이 내리는 시간>은 꼭 함께 있어야만 하냐며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빈자리를 가진 딸과 엄마의 이야기다.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 딸. 혼자 있을 엄마를 걱정하며 (거의)매일 영상통화를 하지만 엄마의 허전함은 쉽게 채울 수 없다. 의지하면 엄마의 엄마도 근래에 돌아가셨고, 삶의 이유와도 같았던 딸이 떠난 빈집은 너무나 넓고 고요하다.
자신이 목소리를 여전히 낼 수 있는 존재인지 긴장하면서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엄마는 이 큰 집이 쪼그라들어 자신을 가득 껴안아 주길 바란다. 외롭고, 뉴스에서 나오는 온갖 나쁜 사건에 딸이 휩쓸릴까 전전긍긍하며 마음에 병이 생긴다. 그렇게 약해지는 엄마를 보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며 그 순간을 대비하는 딸이지만 닭장같은 숙소에서 살아도 이 넓은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미래도 (당연히)쉽게 놓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흐른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사실일까. 비로소 엄마는 혼자있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챙기기 시작한다. 연못같던 자신의 좁은 세상을 혼자라서 비로소 누릴 수 있게 된 자유를 가지고 너른 바다로 산책을 나간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딸을 떠올리고 바다를 만끽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비로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마음을 누르던 말못할 묵직한 무언가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나, 엄마는 딸이 사는 뉴욕으로 스무시간 가까이 걸려 마침내 도착했다. 딸과 함께하는 일주일의 시간동안, 딸과 엄마는 다시한번 서로와 일치된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엄마는 이 낯선 곳에서 자기 딸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익숙해졌고, 뉴욕의 것이 최고라고만 생각했던 딸은 엄마와 함께 했던 고향의 것들이 자신들에게 최고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관광을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아닌 딸의 일상에, 삶에 엄마가 고스란히 녹아들어갔던 일주일의 시간. 그 시간은 엄마의 연못같았던 삶을 바다같은 삶으로 바꿔주었다. 특별한 줄 잊고있었던 딸의 삶도 다시한번 바다가 되었다.

엄마와 딸로 존재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교집합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엄마의 삶, 딸의 삶 전혀 다른 두개가 그냥 합쳐지는 것이다. 겹쳐지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더해져 두배가 된 세상 그 모든 것이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불어넣어 한쪽을 부풀린 삶.
다시 돌아가도 분명 그렇게 할 것이지만 힘찬 날갯짓으로 자식이 떠나고 남은 둥지를 보면 겁이나고 의미를 잃는다. 비워낸만큼 더 좋은, 자신에게 꼭 맞는 것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더 좋은 것을 찾아내고 삶에 더해가는 과정은 또 다른 세상을 가진 딸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아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것도 괜찮다.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의 역할교대. 확실한(대부분)것은 자식이 남는 장사라는 거다.

두 세계가 온전히 합해지고, 비로소 내 세계가 되어야 보이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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