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온갖 슬픔이 존재한다.그런 슬픔들을 감당해내고 있는 것처럼 속이며 어찌어찌 바라보고 있노라면 크게 그 부류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무언가를 잃었을 때의 슬픔 그리고 없던 것이 생겨났을 때의 슬픔.⠀하지만 #지상의밤 (#임선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표현이 다를 뿐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없던 일이 생기면서 우리는 결국 무언가를 잃는다. 무언가를 잃는 슬픔, 그리고 그 상실이 우리 삶에 생겨나면서 슬픔이 궂은살처럼 자리잡는다.⠀임선우 글 속의 상실은 우리가 겪는 것과 그 모습이 차이가 있긴 하다. 연인이 맑은 물로 바뀌어버리고, 살 희망을 잃은 인간들은 자신을 해파리로 바꿔주는 변종 해파리에게 쏘여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죽었던 반려견이 유령으로 돌아온다. 그들 각자에게는 그 사건들이 아주 놀랍고 커다랗고 진중한 것이겠지만 보는 우리에게는 뭐랄까. 동화같달까. 약간의 귀여움이 담겨있다.⠀그 귀여움의 뉘앙스가 읽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여유를 준다. 너무 슬퍼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 마주하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이 허락된다. 이것은 우리에게 두가지를 가능하게 해주는데 첫째는 슬픔을 내 안이 아니라 밖으로 떼어내 객관화할 수 있게 해준다. 슬픔을 비로소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두번째는 이런 것들을 겪음에도 삶은 계속 된다는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깨달음이다.모두 저마다의 슬픔을 간직하고 그 당시에는 그것때문에 죽을 것 같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그 어떤 이야기에서도 삶이 끝나지 않는다.⠀이 두가지는 우리를 홀가분하게 해준다. 외면했던 것을 마주하면서 슬픔이 어떤 소멸이 아니라 이야기 속 인물들처럼 착고 귀여운 무언가를 남기는 과정일 수도 있겠구나 설득된다.⠀그리고 <지상의 밤>이야기가 좋았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인물 혼자 그 감정을 마주하지 않는다. 곁에 항상 누군가가 있다. 그 누군가는 다정한 시선을 건낸다.⠀그 다정한 시선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관심과 사랑을 끊임없이 보낸다. 자기도 모르게 단단히 자리잡은 슬픔을 깨고 세상으로 부화하게 한다.⠀그렇게 다시 마주한 세상은 이전과 같으면서도 다른 세상이다. 억지로 극복해냈다니 보다는 마주하여 마침내 받아들이고 지나와서 느끼는 남아있음은 그 자체로 큰 용기가 된다. 슬픔을 손에 쥘 용기, 기꺼이 위로받을 용기 등 그 용기는 이름도 생김새도 매우 다양하다.⠀어쩌면 슬픔은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극복해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을 함께해야하는 반려의 존재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해 보인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슬픔에 잠식되지 않고 당당히, 평온히 평생 함께 걸어나갈 용기.⠀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그런 용기가 생겨날 때까지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머물러 쉬었다 갈 수 있는 쾌적하지만 온기가 남아있는 나무 그늘 같은 책이다.그 그늘 속에서 또 걸어나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