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인류가 지구에서 사라진지 수천년 뒤의 일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십년 뒤의 모습도 상상이 가지 않는데 죽어 사라져 심지어 몸을 이루던 성분들도 이미 사라진 뒤의 일을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구체적인 상황을 빼고는 딱히 지금의 우리와 달라진 것이 없구나, 세상 사는 것이 다 똑같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SF다.#송라이트 (#모이라버피니 지음 #자음과모음 출판)는 인류가 멸망한 뒤 수천년 뒤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루고 있는 SF소설이다. 이전 인류가 이룩한 것들이 대부분 소실되오 중세시대와 비슷한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이 시기는 안타깝게도 디스토피아다.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하듯 멸망 후에 새로운 태동을 기대했건만 어김없이 힘있는 소수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된다. 남자와 여자의 선천적 차이에서 기인되는 차별(과부는 집 밖에서 일을 할 수 없다)부터 기관이 정해주는 남편이 그러한 얘이다.⠀여성들의 인권과 자유가 상당히 억압되어 있는 상황에서 엘사는 자유를 향한 탈출을 꿈꾼다.사실 엘사는 더 심한 제약을 받는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이능력, 송라이트 때문이다. 송라이트는 토치라고 불리는 소수만이 가지는 능력으로 말을 하지 않고 서로의 내면에서 부터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보듬어 밝게 채워줄 수 있다. 이런 감시할 수 없는 소통망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당연지사(지금과 너무나 똑같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인간보다 못한 ‘비인간’이라 칭하면서 박멸하려 애쓴다. 붙잡힌 토치들 중에 목숨을 구걸해 살아남아 다른 송라이터들을 잡아들이는 권력의 앞잡이가 된 사이렌들도 우리 역사의 예전과 지금, 어디에나 존재했던 흔한 악인이라 입맛이 쓰다.⠀진정한 자유를 찾기위해 시도를 하는 이들.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만연해진 악법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을 막아서는 것은 누구보다 그것을 지지해줘야하는 것이 당연한 가족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을 귀가 따가운 소리가 아닌 내 안에서 울려퍼지는 다정한 소리로 나만큼 나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알아주는 같은 처지인 다른 토치들에게 마음이 가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어찌보면 진정한 의미의 가족인 것이다. 피를 나누었다고 가족인 것이 아님을, 깊게 공유하는 무언가가 서로를 이완시키고 빛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선물하는 것이 가족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송라이트 songlight 라는 단어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 자유를 꿈꾸며 떠나고 싶어하는 나약한 이들을 새장 속에 갖힌 새라고 한다면 그들이 내는 목소리가 송song이 될 것이다. 그들 서로의 노래가 서로에게 닿아 내 안을 밝은 빛light으로 채운다.⠀송라이트. 이능異能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으로 공감하고 이해하고 다독여 빛과 그 빛의 온기로 세상을 가득채우는 것, 사람이 사람답게 함께 살아가기위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이런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억압받고 차별받고, 숨겨야 한다는 것이 이미 잘못되었다.인류의 문명이 멸망한 것이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 세상. 그것이 바로 <송라이트>속 디스토피아다.⠀이 이야기는 아직 두 권이 더 남아있다.거대한 세계관에 영국 작가들의 최고 영예인 왕립 문학 협회 회원에까지 오를만큼 탁월힌 작가의 글실력이 더해져 방대한 분량이 오히려 축복처럼 여겨진다.⠀극작가인데 이 글만은 소설로 써야만 했다는 작가의 말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더 쉽게 더 널리 읽혀져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지 않았을까.그런 작가의 바람은 이미 성공한 듯하다.⠀그 바람이 시원하게 내지르는 바람에 실려 더 멀리멀리 전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