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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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밤이 되어도 여명으로 여전히 밝은 시간.
흔히 밤과 새벽은 감성적이 된다고 한다. 밤에 쓴 글을 아침에 읽으면 이불킥을 하게된다나.
그렇다면 백야 때 사람들의 감성은 어떨까. 밤의 그것일까 낮의 그것일까.

#우리는가장밝은밤에헤어졌다 #백야 (#표도르도스토옙스키 지음 #윌마 출판)은 스물 여섯의 남자 주인공이 ‘나스텐카’를 만나 며칠동안 열병같은 사랑을 앓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쉽지않는 남자의 사랑. 그것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나에게는 이 사랑의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였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그녀의 사랑을 돕기위해 자신의 마음은 숨기고 가장 친한 ‘사랑스러운’친구로 관계를 시작하는 것. 여기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그 씁쓸함은 그것 때문에 넘기는 동성 친구와 부딪히는 소주잔의 소주보다 씁쓸하다는 것을 이미 나는(우리는)알고 있다.

그런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것도 공감이 간다. 비겁한 변명일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은 알지만 이런 관계로라도 그 사람 곁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 너무나 잘 안다. <백야>에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있다면 ‘나’가 진짜 마음을 나스텐카에게 털어놓고 난 이후의 이야기였다.
1년 뒤에 만나러 오겠다던 정인이 이곳으로 돌아오고 며칠이 지나도 나타나지도, 편지로 연락도 주지 않아 실연의 상처를 절감하고 있는 나스텐카에게 진짜 마음을 고백한 ‘나’에게 이제 당신을 사랑하겠노라 말하는 나스텐카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답게 들렸을까.
이렇게 초심자의 행운처럼 해피엔딩을 바랬지만 역시나 소설에서도 사랑에서 이런 결말을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매일 만나던 밤이 아니라 드디어 내일 ‘아침’을 약속한 순간 나스텐카의 정인은 거짓말처럼 그 둘 앞에 나타났고 그녀는 나의 품에서 벗어나 그에게 뛰어든다.
완벽한 추락을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리는 잔인한 클리셰. 소설에 대해 고민하던 이십대의 젋은 대문호는 극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극적인 장치로 사랑을 고른 것일까.

기어코 밝아온 아침.
그의 일상은 고요하다. 모든 것이 바뀌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없는 고요한 일상. 그 일상을 깨는 것은 결혼소식을 알리는 나스텐카의 영원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우정을 바라는 편지이다. 화가 날 법도 하지만 ‘나’의 태도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어딘가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소녀의 표정을 띄고 품에 <백야>를 소중히 안고 있던 옆자리 승객 이야기를 듣고나서 그때 처음 <백야>를 읽어보았었다.

아마 이십대 후반 즈음이었을까. 책을 덮었을 때는 왜 이 책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강산이 변할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백야>는 첫사랑의 풋풋함, 사랑의 간질간질함은 물론 진정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단단한 마음이 보였다.

이 책이 170여년이 지나 젊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혼자 지내다 잿빛 세상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는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을 그들의 퍽퍽한 삶에서도 바라는 것인지, 그런 단단한 마음을 갖고 싶은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어떤 상황 속에 있더라도 갖고 싶은 이상향을 발견할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도 등장인물도 독자도 모두 이십대인 책이니 분명 통하는게 있겠지.

청년물이 이제는 조금 낯간지러운 아저씨에게도 어떤 개운한 뒷맛을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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