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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품절
집사 입장에서 하루종일 고양이를 관찰하다보면 참 기가막힌다. 어릴적에는 세상의 호기심으로 일명 ‘우다다’라 불리는 광기의 스프린트라도 했지, 나이가 두자리가 되고나서는 볕 잘드는 캣타워의 가장 윗부분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며 꼼짝하지 않는다. 정말 말그대로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첫만남의 순간에 유리구슬같던 그 둥글고 반짝이는 눈동자에 이 세상을 모조리 담고있는 것일까. 뭐가 그리 신기하고 재밌을까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 같은 생명체가 맞나 싶을 정도의 낯섦을 자랑하며 바닥에서 자고 있다. 뒷다리까지 주욱 뻗어 좁고 긴 털뭉치형상을 한 자고있는 고양이는 바닥청소의 욕구를 샘솟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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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양이는 조용한 와중에도 한없이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렇기에 집사를 자처하며 밥과 장난감, 츄르를 제의지로 상납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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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소세키 지음 #열린책들 출판)을 펼쳤을 때, 방에서 책을 조금 읽다가 엎드려 책에 힘을 흘려가며 잠들었다가 또 일어나서 그림 조금 깨작거리고 또 잠드는 인간, ’주인‘의 모습을 관찰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고양이 ’나‘를 보는데 낯설지 않았다. 누가 고양이고 누가 인간인지만 바뀌었지 고양이와 냥집사사이의 흔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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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똑똑한 고양이라니, 모든 집사들의 로망이다. 사람말 알아듣고, 인간사를 인간 수준으로(어쩌면 그 이상으로)잘 이해하는 고양이를 ’세상에 이런 일이‘, ’동물농장‘같은 곳에 출연시키면 로또맞은 것과 다름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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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나‘가 바라보는 그 시대의 일본은 구경거리가 풍부하다. 서양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라 기존의 인간 세상을 구경해도 재밌을텐데 예술, 문화, 기술, 인간들의 가치관까지 동양과 서양의 것. 두개를 동시에 받아들이고 있으니 ’나‘의 잠재력과 포용력이 참으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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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소설로 생각하고 쓴 작품이 아니라 중심이 되는 사건없이 ’주인‘의 집에 드나드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짐에도 고양이 ’나‘는 모든 것을 듣고 이해하고 계속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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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허영심이라 해야할까.
급변하는 사회에서 아무리 지식인일지라도 모르는 분야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데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로 눈치만보고 모르는 주제의 이야기가 나오면 구렁이 담넘듯 넘어간다. 사업가와 지식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배척하고 무시하기에 바쁘다.
세상의 다른 것들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내가 최고인 것도 뭔가 고양이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고양이가 한숨을 쉬며 인간을 관찰하고 있으니 몹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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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고양이의 시점이 아니라도 여전히 소설에서 많이 등장하는 존재이다. 삭막한 세상에서 누군가의 위안이 되기도 꼿꼿한 모습에 상처를 주기도한다. 하지만 어쨌든 변하지 않는 것은 집사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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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며 지나가는 요즘. 사람들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빠르게 지나간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끊고 심지어 살고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도 끈다.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무언가를 얻었다는 소식을 차단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고립되다 보면, 모든 사람이 눈과 귀를 막는 선택을 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진심어린 눈빛과 말투가 나를 향하는 경험을 다시는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상처를 입지않는 것 말고 어디에서 힘과 용기를 얻어 긍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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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쓰메 소세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희화하고 풍자한다. 하지만 애정이 있어야 욕도 한다고 하지 않던가. 소세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을 사랑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양이의 사소한 습성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걸 보니 고양이를 조금 더(아주많이) 좋아한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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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한문에 능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넓었던 작가. 그가 보여준 세상의 확장과 그것을 이해하려는 애정과 노력에 대해 곱씹어봐야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