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가족에 관한 글쓰기 - 가족 가면 벗기기
양혜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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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아무리 잘 쓰여지고 ‘고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여전히 널리 읽힌다하더라도 태생적 한계를 가지는데, 어쩔 수 없는 시간의 고정성이 그것이다. 그 시절의 모습이 담길 수 밖에 없기에 그 시절이 지나 더이상 그 시절이 아닐 때 어쩔 수 없이 메울 수 없는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이 옛날 이야기, 시대에 맞지않다라는 이유로 더이상 읽혀지고 말해지지 않고 사라진다.
우리나라는 근현대에 급격한 시대의 변화를 맞이해서 그런지 최근 100년의 모습이 짧은 시대간격으로 큰 변화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빨리 더이상 통하지 않는 옛날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발전이 극에 달했다고 여겼던 지금, AI의 발전으로 말도안되는 속도로 다시한번 변하고 있으니 이야기의 유효기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시대상의 모습을 입고 있음에도 여전히 읽히는 옛날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박완서 작가의 책들이 그러하다. 내가 어릴 때 까지만 해도 만화 영화 속의 짱구엄마가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이라는 것이 놀랍지 않았으나 이제 돌이켜보면 나보다 어렸던, 심지어 갓 사회에 뛰어들었던 시기였음을 깨닫고 흠칫 놀라게 된다. 그러면서 짱구 엄마 아빠가 짠해보이기고,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이 짱구 이야기 시대보다 더 이전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박완서 작가가 살았던 시대는 여성이 무언가를 결정하는데에 많은 제약이 있던 시절이었다. <오만과 편견>과 같은 이야기에서나 존재할 것이라 믿었던 결혼을 위해 살아가는 시대의 여성이 바로 박완서 작가 본인이었다.

사랑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박완서라는 자신의 고유명사보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딸이라는 대체가능함에도 대체불가능한 아이러니한 집단명사로 여겨지는 경우가 더 많았던 그 시대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세대, 우리보다 더 어린 세대에게도 유효한 울림을 준다. 작가의 글 실력 때문일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박완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겠지.

#박완서가족에대한글쓰기 (#양혜원 씀 #책읽는고양이 출판)를 쓴 저자도 박완서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평생동안 연구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애정은 보장된 것일테니 이 책을 쓴 이유는 아마도 박완서에 대한, 박완서 글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일 것이다.

여전히 읽히지만 ‘아직도 박완서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구나’같은 반응이 아니라 여전히 주류임을 바라며 더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벌어져있는 시간의 틈을 저자가 메우고 있다. 가족이, 사랑이,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시간이 지나면서어떤 모습을 지녔는지. 그래서 이 작품에서 박완서 작가가 차용한 가족의 모습은 이러한 것들을 반영하고 의미하고 있다고 해설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 속 양혜원 저자만의 깨달음도 담겨있어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고싶게 만든다.
마흔에 작가가 된 박완서 작가가 요구받던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선택한 자신의 역할, 글쓰기. 그런 글쓰기에 그토록 자신을 얽매였던 가족이 가득 담겨있던 것은 왜 때문일까. 그때까지 평생이 소속되어 있던 가족이자신이 가장 잘 알고 할 말이 많은 ‘노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숨기고 의미를 담으려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이어야 자신의 진의에 가장 잘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들보다 조금은 덜 품을 들여도 될 테니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내 나름대로의 이유는 의미와 형태가 변하더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존재할테니까. 시대가 변해도 결국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가족이지 않을까이다.
박완서 작가가 던진 가족은 힘인지, 굴레인지 질문이 여전히 희대의 난제인 것만봐도 가족이라는 주제의 범시대성은 충분해보인다.

여성, 가족, 글쓰기, 요구받는 역할과 스스로 원하는 역할, 그리고 박완서라는 작가에 대해 수많은 물음표를 띠우게 하는 책이다. 답을 내리기 위해 박완서 작가의 책을 펼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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