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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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과 떨어진 팬션같은 곳에서는 아침에 알람이 필요없다. 온갖 새소리가 티비를 켜놓았나 착각이 들 만큼, 또렷하고 커다랗게 귀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커피를 시원하게 태워서 음악처럼 새소리를 감상하면 얼마나 행복하던지.

새소리를 참 신비롭다. 어릴적부터 싫지 않았다. 새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내는 새를 찾기위해 나무 위를 바라보며 걸었다. 그러다 넘어서 무릎은 온통 상처 투성이였다. 그러다 부모님이 쌍안경을 사주셨는데 그때부터는 안전하게 제자리에 서서 이리저리 나무 위를 샅샅이 뒤질 수 있었다. 그런 경험 때문일까. 일요일 아침마다 커피한잔과 어머니와 함께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볼때면 윤무부 박사님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새를 얼마나 좋아하면 새로 박사가, 교수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다. 동물행동학. 적어도 수십년의 데이터가 누적이 되어야 의미있는 자료가 되는 학문. 옛날 카메라 광고의 카피라이트였던 ‘72시간의 기다림’따위는 우습다. 기본으로 몇달은 인세와 멀어져 대상 동물이 경계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게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한다.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 오팬하우스 출판)는 한 술 더 뜬다. 새의 행동이 아니라 ‘언어’를 연구하는 ‘동물언어학’을 창시한 진정한 새 러버다. 이 책에는 우연히 새의 울음소리가 감정을 넘어 특정 정보를 담은 우리의 언어와 같다는 것을 깨달은 후 그것을 검정하기 위해 바친 저자의 15년이 위트있게 담겨있다. 하루종일, 15년을 새만 바라보는 이야기. 생각만해도 지루할 듯 하지만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무언가를 이토록 좋아한 적이 있었나 싶기도하다.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산을 내려가야하는 두시간. 그 두시간이면 실험을 한번이라도 더 한다라는 생각으로 반찬없이 쌀로만 한달을 버티는 ‘덕후력’은 ‘세상은 덕후가 이끈다’라는 말이 절로 떠올리기에 충분, 아니 차고 넘쳤다.

기본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서 부터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 까지. 변호사나 회계사가 사회 초년차에 하루 대부분을 갈아넣으며 존재이유를 증명하던 것들이 이제는 AI가 클릭 한번에 끝내면서 단순 반복 노동에 진득하게 시간을 들이는 것을 어리석다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론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도 성능좋은 카메라를 똑똑한 AI와 연동시켜 관찰하게 하고 비슷한 유형끼리 분류하라고 하면 금방금방 인간이 하는 것 보다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저자처럼 문득, 번뜩이는 가설을 세울 수 있을까? 언어학의 아버지 촘스키는 언어를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단정지었다.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런 방대한 자료들을 기반으로 검색하는 AI가 대부분의 자료가 가리키는 것과 반대되는 주장을 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심지어 그 말도안되는 가설을 증명하기위해 15년을 바칠 확률은?

누가보면 어리석다, 이런 것으로도 돈을 번다 싶은 일이 가장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일이 되었다.
인간이란, 의미없어 보이는 무언가에 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쏟아부어 관찰하고, 그 안에서 말도 안되는 가설을 찾아 검증하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걸어나가는 종이다.
그렇기에 다른 동물들과 다른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스스로를 여기게 된 것이다.

인간의 저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직접적으로 보고 들리는 표현형이 다를 뿐 모두 동일한 가치를 지닌 똑같은 동물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유쾌하게 느껴질만큼 천진무구한 인간의 호기심과 ‘덕업일치’의 꿈도 꾸게 만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있거나, 무언가의 덕후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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