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 네오픽션 ON시리즈 40
오동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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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고 아프고 피곤해하고 불쾌한 냄새와 맛을 느끼고, 꽉 막힌 답답함과 습도와 온기에 투덜투덜 불평을 하다보면 어김없이 드는 생각이 ‘이놈에 몸뚱아리 어디 갖다버리던가 해야지.’다.

#미식가들 (#오동궁 씀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출판)의 주인공은 화재사고로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를 첨단 과학의 집약체인 의체로 대체 한 사이보그이다.
의체를 만드는 회사에 뇌가 보관되어 있어서 인격만은 인간의 것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맛을 느끼고 촉감을 느끼고, 모든 ‘옵션’들은 제각각의 값이 매겨져있어 기본형 의체를 가진 그는 음식을 먹을수도, 맛을 느낄수도 없다.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멀뚱히 바라볼 수 밖에 없어진 그에게 먹는 행위(소리, 냄새,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의 표정)을 혐오스러워하지만 결국 ‘환상 허기’를 느끼게 되면서 인공 위장을 단다.
그리고는 환상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하루 적어도 두번의 음식물을 섭취한다. 여전히 맛은 느끼지 못하지만.

원하던 꿈을 세상과 현실에 순응하고 타협하며 십여년을 살아온 그는 이번에는 미각과 후각을 ‘업그레이드’한다. 다른 구조로 지구의 음식물을 직접 먹고 느끼지 못하는 외계인과 감각을 공유해 대신 먹는 행위를 직업으로 삼기 위함이다.

<미식가들>은 어떤 감각을 느끼는 것을 넘어 ‘대신 체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현실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대리 경험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로 빠지지 않고 언급될 정도로. 하지만 내가 어떤 부담을 갖지 않고 경제적인 값만 치르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경험은 귀한 줄 모른다. 그래서 경험이 단순한 자극으로 강등된다.

이런 자극은 우리도 알다시피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만든다. 자극을 받아들이는 역치가 높아져 이전의 자극으로는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간의 값만 치르면 더 큰 자극을 느낄 수 있기에 그것이 옳은 일인지, 윤리적인지, 합벅적인지 판단이 흐릿해진다. 돈을 받는 사람들도 돈의 달콤함에 매몰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인간이기에 살아남기 위해 필수로 해야하는 것이 하지않아도 되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 단순한 욕망이 된다. 여러가지의 욕망일 것이다. 맛보고 싶고 배부르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고, 반대로 남들과 다르다는,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음식을 삼킨다. 우리가 욕망을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지 잠들기 전 꼬르륵거리는 배와 아침에 알람을 듣지못하는 것으로 매일 매순간 느끼고 있다.

그런 욕망을 다스리고 ‘인간답게’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왜 모든 것에는 그것을 얻기위한 합당한 가치만큼의 노력과 희생을 감수해야하는가.
이것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혐오하는 것들은 우리가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서늘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반성하기도, 깨닫기도, 고민하기도.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게 한다.

집요한 물음표. <미식가들>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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