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인문학 - 축구로 읽는 40가지 삶의 지혜
명왕성 지음 / 글의온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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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들 중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룬 좁은 골목에서의 일상들이다.
위아래로, 또 옆으로. 여러 가정들이 모여살았기에 당연히 동네친구를 넘어 골목친구들이 생겨났고 책가방을 벗어두기가 바쁘게 집밖으로 달려나가 골목에서 모였다.

그 시간을 가장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놀이, 바로 공차기였다. 골목이 꺾이는 곳에 있는 주택의 담벼락이 골대가 되어(집주인 아저씨한테 참 많이도 혼났다)이리 뛰고 저리 뛰고 축구 선수들 못지않은 플레이타임을 자랑했었다.

그러다 대문 옆에 위치한 창고의 유리창을 정통으로 맞추어 깨면 도망치라는 본능을 물리쳐내고 대문의 벨을 누른다. 내가 도망가면 이 친구가 혼날 것을 알기에 도망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께 노는 행위에서 공동체의식과 상대방을 관찰하는 것, 리듬감, 책임감 등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들을 배웠다. 학교와 학원의 책상에 앉아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골 때리는 인문학> (명왕성 씀 / 글의온도 출판)은 이런 놀이에서 시작되는 축구에서 인문학적 깨달음들을 사유해내는 책이다.

축구란 참 의미가 큰 스포츠이다. 밤새워 티비 앞에 있게하기도 하고, 귀찮음을 이겨내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축구공을 들고 나가게 만들고, 그렇게 세상 욕을 하다가도 붉은 옷을 입고 모두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하나가 되게 한다.

이렇게 축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홀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축구 속에 인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축구라고 부르기 민망한 인원과 실력과 시설로 시작하는 공놀이로 시작해 학교 체육시간에 넓은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방과 후, 주말에 약속을 잡아 자발적으로 학교(운동장)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상대방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능력,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 내가 실수 했을 때 우리팀에게 돌아가는 피해에 대한 책임감, 함께 승리했을 때의 보람을 느끼고 배운다.
그것들을 위해 개별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당연히 포함이다.

이런 것들은 사회에서 살아가는데에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하지만 요즘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설레며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 말은 축구에서 자신의 인생의 결과 같은 무언가를 보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어릴적부터 놀이가 아닌 선행학습으로 책상 앞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고, 골목이 사라지고 운동장도 줄어들면서 맘껏 뛰놀지 못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지 못하고 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겉도는 개인으로 살아간다.

시대가 팍팍한 탓도 있지만 놀이와 축구에서 협동심, 공동체의식, 흐름을 이해하고 거스르지 않으면서 따라가기도 변화하기도 하는 다양한 것들을 익히지 못한 것도 크다.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세상이 나에게 의미가 있어질 때 비로소 세상에서 내가 살아가는 의미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언어, 문학, 역사, 철학. 이런 것들을 다루는 것이 인문학이라지만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학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자의 축구를 하는 플레이어로의 15년, 축구를 바라보고 그것에서 인문학적 요소를 발견하는 관중으로의 15년이 고스란히 담겨 이론은 물론, 행동적 요소까지 아낌없이 담겨있는 책이다.

왜 축구를 잘하지 못함에도 응원을 하고 보게 되는지, 축구 선수들을 멋지다 생각하는지 그 마음의 원인을 찾게 해준다. 그 해답 속에 우리 인생의 태도와 방향도 달려있다.

이제 우리가 그라운드에 설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해주는 하프타임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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