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시적인과학당신을위한최소한의우주 (#우주플리즈 지음 #모티브 출판)은 시작부터 아주 참신한 설정으로 강력하게 몰입시킨다.⠀수십 수백만 킬로미터를 아득히 넘어 1초에 지구를 일곱바퀴 반을 도는 빛 자체가 거리의 단위(광년)이 되어버리는 우주의 수학적 단위들을 인간의 그것으로 압축시킨다. 태양을 축구공으로 압축시킨 다음에 우리 지구를 포함한 다른 행성들의 크기와 그 행성과 태양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우리 지구는 크기가 참깨 한알(약2mm)이고, 태양과의 거리는 23m이다.태양을 광화문 앞에 두어서 실제로 어디정도의 종로주변에 위치할지 대입해서 보여준다.⠀하지만 인세의 단위도 아주 잠시.우리은하를 벗어나기도 전에 수치는 다시 우주의 단위 AU(1억 5000만 km)로 회귀한다. 태양을 축구공으로 줄인 세상에서 참깨 위에 먼지 보다 작은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아둥바둥 매일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하찮아 보이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것 같다.하지만 물리적 크기가 존재의 크기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먼지보다 작은 존재의 시선은 하늘을 넘어 그 위에 끝없이 펼쳐져있는 우주를 향하고 있는, 우주에게 (거의)유일무이하게 이름을 부여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상상력을 아득히 넘어서는 시작과 끝 그 자체인 우주는 오히려 우리의 존재감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었던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탈락하게 된 짧은 꼬리 행성의 출발점, 카이퍼 벨트를 넘어 인간이 아마 끝까지 관찰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관념상으로만 존재하는 오르트구름까지. 양자물리학처럼 관찰하지 못하는 것들마저 존재를 확인하는 인간에게 감탄하면서 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페이지가 끝난다.⠀그리고 이 거대하고 흥미로운 여정은 마지막으로 우리의 시선을 발아래로 향하게 한다.바로 모든 우연들이 모여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인 지구이다.⠀엄청난 자원을 소모하여 척박한 환경이지만 인간이 형태를 유지한 체(우주복을 상시 착용해야하지만)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화성에 쏟아붓는 노력을 우리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주며 고통받고 있는 지구에 쏟아붓는다면 화성으로의 이주는 필요없지 않을까.아무런 장비없이 사시사철의 계절과 푸르름과 공기를 누릴 수 있는 지구가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하지만 우주로 향하는 시선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우리와 아무 상관 없는 듯 하지만 우주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 그 모든 것에는 당연히 우리 인간도 포함되어 있다.⠀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은 몹시 중요하다.존재 이유와 존재의 가치를 깨달을수록, 스스로를 더욱 사랑할 수 있고, 다정할 수 있다. 그로인해 나를 둘러싼 다른 모든 것들도 더 다정히 대할 수 있다.⠀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에 대한 호기심, 지적능력, 그리고 다정함. 이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지구의 다정함도 제대로 알아챌 수 있다.그냥 너무나 당연히 걷고 숨쉬며 존재하는 것.너무나 당연해 고마움을 몰랐다.생색내지도 않는 다정한 지구를 가장 먼저.무엇보다 사랑하고 감사하고 다정히 대하도록 마음먹고 그럴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할 때이다.⠀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지구의 사랑이 어렴풋이 보였다.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정말 시적인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