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모니카 김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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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K-FOOD, K-DRAMA등 다양한 것들에 K라는 수식어가 붙어 식상하긴 하지만 괜히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딱 하나 안타까운 단어가 있다면 바로 K-장녀(장남)이다.

모든 문화권에 첫째는 존재하지만 유난히 K로 수식된 첫째들은 더욱 고롭다. 아마 일본과 중국과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비슷할 것이다. 가족의 유대감이 강하고 유교의 문화에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착하고 자랑스러운 아이가 되는 삶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보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먼저 깨닫고 그것이 선택의 기준이 된다. 물론 자기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은 알지만 첫째들이 그 상황과 함께 받아들이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심지어 집안 사정이 어렵거나, 한부모가정이거나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그 스트레스는 배가 아닌 제곱으로 증가한다.

#눈알이제일맛있단다 (#모니카김 지음 #다산북스 출판)은 없는 형편에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가정의 K-장녀의 이야기이다.
이 장녀의 가정환경으로는 가난하고, 아버지가 집을 나갔으며 그로인해 엄마는 우울증을 겪고 여동생이 하나 있어 모든 것을 챙겨야하는 상황이다. 입학 장학금을 받아서 일정 학점 이상을 유지해야하는 것도 더해져 말그대로 머리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이럴 때 그 또래에게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큰 위안이 되고 더 편안한 집이 되어주지만 타국에서 친구마저 없다. 그러다 장녀가 알게된 것은 생선 눈알의 맛이다.
알다시피 우리에겐 수많은 민간신앙(?)이 있다.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자면 안되고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가고 이런 것들 중 하나인 생선 눈알은 그것을 먹으면 행운이 깃든다고 한다. 남편이 떠나고 한동안 남편이 돌아오길 바라던 엄마가 매일 병적으로 생선 눈알을 파먹는다. 엄마의 권유로 한번 입에 넣는 눈알의 맛, 젤라틴 처럼 톡 터지면서 감칠맛 풍부한 짭쪼롬한 무언가가 입안에 퍼지면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경험은 장녀에게 생각 이상으로 자극적이었다. 엄마가 먹은 생선 눈알의 효능은 푸른 눈동자를 가진 백인남자와의 만남으로 돌아오는 듯 했지만 이 백인남자에게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항상 이런 것들은 첫째만 알게되고 끙끙 앓는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짜증만 나는 장녀의 머릿속에는(꿈속에서조차도)온통 푸른 눈동자 뿐이다. 푸른 눈동자를 입에 넣어 음미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는다. 그런 그의 앞에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완벽한 계시, 노숙자의 시체가 놓여진다. 그것도 푸른 눈의. 그렇게 푸른 눈동자의 맛을 알아버리고, 왜때문인지 그녀의 눈 앞에는 온통 푸른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 천지다. 그녀는 과연 어떻게 될까.

소설이 가진 매력이라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누군가가 대신 해준다는 카타르시스가 크지 않을까. 실제로 K-장남의 삶을 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둘째도, 셋째도, 막내도 각자의 고충이 있음을 알지만 그들이 모르는 첫째들만의 고충이 있다. 그것은 첫째들끼리만 안다.(안타깝게도 첫째 주변엔 첫째들이 많다. 비슷한 것들끼리 끌리는 거겠지)어릴적부터 뇌까지 전달되지도 않고 반사처럼 ‘힘들다‘를 뱉어내면서 팔사적으로 갈무리해온 것은 폭력성이었다. 물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생각만으로 하는 폭력도 횟수가 많아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는 이러한 리미트를 해제한 인물의 이야기다. 행운이 깃든다며 권해 삼킨 생선 눈알에서 시작된 K-장녀의 행운 찾기는 피비린내와 분노가 가득하다. 분명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은 맞으나 마냥 욕할수만은 없었다. 너무나 나같은 인물이 책 속에서 내가 상상만 하던 것을 하고 있으니 솔직히 통쾌하기도 하다. 해방감도 느껴진다. 수많은 K-첫째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위해 이 책을 쓴 것일까?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처럼 끝없이 나아가는 주인공에게 너무나 쉽게 매료된다.

하나만 더, 하나만 더. 결국 끝까지 단숨에 읽게되는 중독성 강한 자극적인 맛을 자랑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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