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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다이앤 수스 지음, 황유원 옮김 / 김영사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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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트sonnet. 14행, 각 행은 10음절로 맞춘 복잡한 운으로 형식미를 강조하는 유럽에서 유례한 시형이다.
엄격한 형식과 절제의 요구. 그것은 이 사회에서 우리가 요구받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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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삶의 방향이 있으나 다수가 선택하는 것을 뜻하는대로 선택하는 것은 쉽지않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원하는 길을 강요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글을 깨우치는 순간부터 오직 하나의 길을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간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다른 세상이 있는지도 모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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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나의 길을 달려가도 서로 다른 위치에 각자의 인생이 흩뿌려진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 사고, 고통, 사랑, 탈선 들이 생을 채우기도, 좀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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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형태를 강요 받으면서도 그 안에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소네트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한손엔똥을한손엔소원을 (#다이앤수스 지음 #김영사 출판)은 다이앤 수스라는 한 여자의 보편적이면서도 유일한 삶이 128개의 소네트로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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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2개의 행, 많다면 많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인생을, 소네트를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 아들의 약물중독, 뱃 속 아이와 두 번의 이별 등 있었던 일들을 받아들일 수는 있었지만 어떤 심정이었는지, 글에 담아내는 순간에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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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나의 모습이 싫지 않다. 우리 인간의 큰 재능이자 문제점이 있다면 세상을 왜곡해서 본다는 것이다. 당장 내가 꽂혀있거나 이해한, 그래서 중요하다고 인식한 것을 세상의 전부인양 생각하고 행동한다. 객관적으로 더 중요한 것들이 분명 있는데 말이다. 이것이 끝없는 창의성과 인류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정작 중요한 것(환경, 인간의 도리, 제도 밖에서 허우적 거리는 사람들)을 놓치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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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사람의 하나를 이해하면(그렇다고 믿는) 그 사람 전체를 알게 되었다고 믿는 것도 이 왜곡 중 하나다.
그렇게 너무나 쉽게 단호하게 판단 내려 놓고는 그 판단이 빗나가는 일이 생기면 상대방을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랑에 가장 쓸모없는 것이 자존심이다.
사랑과 다정 등 이 세상애 훈기를 불어넣는 그 어떠한 것에도 자존심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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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판단하지 않는 것,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
인간이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며 완전히 이해 할 수 없는 것임을 받아들이면서도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
그것이 모두 비슷한 형식을 강요받는 인생이라는 소네트를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한 음절들로 채워넣을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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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심연 같은 삶을 새겨넣은 다이앤 수스의 소네트들도 몹시 의미가 있다. 써냄으로 비워낼 수 있었을테니. 터지지 않고 살아낸 것이 쓰는 행위 덕분이었을 것이다.
율격에 투항하지 않은 자유로운 소네트라는 혁명을 이룩한 작가의 글을 보고 있으면 괜히 살아내겠다는 투쟁생이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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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네트를 써야한다면 좀 더 행복하게 쓰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살아내고자 마음 먹으면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생가는 것이구나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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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투쟁심과 온기같은 바램을 샘솟게 하는 책이다.
읽는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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