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의 정원
안리타 지음 / 홀로씨의테이블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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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닿는대로 걸어간다.
음악을 듣기는 하지만 듣는다기보다는 도시의 소음으로 부터 거리두기를 하는 것에 더 가깝다.

어제는 이쪽으로 갔으니 오늘은 저쪽으로 가볼까.
그렇게 낯선 곳으로, 내가 매일 존재하는 곳과 그다지 멀지않은 곳임에도 주위의 모든 것이 새롭다. 우와 감탄사를 남발하다 인적없는 비밀의 장소에 도착한다.
인세의 소리 하나 없이 풀과 뿌리와 새와, 해와 구름의 소리만으로 가득채워진 고요한 곳. 그곳을 정원이라 부르기로 했다.

#리타의정원 (#안리타 씀 #홀로씨의테이블 출판)을 읽다보면 위의 장면이 무성영화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산책에서 뜻밖의 정원을 발견하는 것.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나는 달리기를 자주한다.
너무 빠르지 않게,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 장애물이 아니라 땀을 식혀주는 반가운 이로 느껴질만큼의 힘듦으로 달리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데, 이 속도로는 주변 모든 환경을 다 내 안에 새겨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속이 시끄러운 날 일수록 더 달리러 나가고 싶어지는데 그것은 아마 달리면 나를 비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운다라는 것은 아 몰라 하고 저리 던져두는 것이 아니다. 달리기 중 은연중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곰곰히 곱씹어보며 소화시킨다. 그래야 비로소 비워진다.
그리고 그 비워진 내 안을 내가 달리면서 만나는 자연의 싱그러움과 생명력으로 채운다.

이런 의미로, 저자의 산책과 나의 달리기는 같은 것이 아닐까. 속도만 다른.
저자는 산책 하면서 자신만의 공간인 정원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반려견과 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시간동안 작가 안에서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피어올라 정원과 교감한다. 그 생각들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산책의 이로움부터, 만남, 슬픔, 일상의 감사함,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까지 내려놓는 일상 속 명상 등등. 수많은 화제들이 작가의 마음안에 자리잡고 글로 정돈되고 단단해 진다.

<리타의 정원>이라는 제목은 작가만의 비밀의 장소임과 동시에 온갖 주제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자기자신을 뜻하는 것이지 않을까.

나도 달리기를 하다보면 점점 인적이 드물어 진다.
포장이 끝나고 울퉁불퉁한 날 것의 길이 이어진다.
나에겐 그곳이 산책 속 발견한 나만의 정원이다.
그 정원에서는 수십년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내가 겪지 못했던 온갖 것들이 있다. 이름 모를 나무와 꽃은 어찌나 많은지 사진으로 찍어두고 시간 날 때마다 찾아보는 것이 새로운 습관이자 취미가 되었을 정도다.

도시에서 멀어져 정원으로 향하는 동안 속을 시끄럽게
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곱씹으며 내려놓고, 비우며 그 안에서 괴로운 것들에 눈이 멀어 미쳐 보지 못했던 감사한 것들, 잠시나마 따뜻하게 해줬던 것들을 발견한다. 자연의 온갖 생명력들과 함께 그것들도 내 안에 담는다. 그렇게 나도 내 안에 나만의 정원을 가꾼다.

그리고 다시 정원에서 도심으로 달려돌아온다.
자연으로의 회귀는 일상에서의 도피가 아님을, 산책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단순한 행위로 더할 수 없이 단호하게 증명한다.

산책하는 것, 자연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가는 것은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더 잘살아낼 힘을 얻기위해서 하는 그 자체로 더 나은 하루를 만들어 주는 행위이다.

덜 개발된 곳에 자리잡은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무채색에 연두색 점이, 연두색 점이 조금 더 짙은 연녹색의 선으로 빼곡하게 이어지는 것을, 그 녹색 사이사이를 각각의 색의 꽃이 점묘화처럼 알알이 박히는 순간들을 모두 눈에 담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그 행복을 안고, 지구 곁을 멀어지지 않고 계속 도는 달처럼 인세人世와 자연을 피하지 않고, 도피하지 않고 누린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기분좋은 산책이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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