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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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人倫.
‘군신ㆍ부자ㆍ형제ㆍ부부 따위에서 지켜야 할 도리’라고 사전에 검색하면 뜻이 나온다. 그 아랫줄에 예문으로 ‘인륜에 어긋나다.’가 달려있다.

인륜을 중요시하는 유교의 나라에서는 인륜을 천륜天倫이라고도 부른다. 검색하면 뜻은 ‘부모 형제 사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예문은 ’천륜을 모르는 자식‘.

인륜, 천륜 무엇이든 간에 결국은 ’도리‘이다. 도리란 마땅히 응당 하여야하는 것. 어느 누구가 일방적으로 희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듬어 주고 삭막한 세상에 제대로 두 발 붙여 지낼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어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족의 도리이고 사람의 도리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피로 맺어져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안타깝게도 간사하다. 자신이 한 번 참고 내어준 것들에, 자신이 잃은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똑같은 사랑을 주어야 함에도 그 사랑의 크기는 당연하다는 듯 다르다.
큰 사랑을 준 대상은 사랑하다못해 어려워지고, 사랑을 갈구하며 눈치를 보던 사랑을 덜 준 대상에게는 강자가 되어 함부로 대하고 더 큰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다.

프로이트의 이론 중 ‘반복 강박’이라고 있다.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과거 의 상황을 반복하고자 하는 강박적인 충동을 뜻한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반복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내가 피하지 않고 이 일이 악순환을 끊기를 바란다.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고, 나에게 진심으로 눈물흘리고 무릎 꿇고 사과하길 바라며 그 반복을 피하지 않는 것이다.

#용궁장의고백 (#조승리 지음 #달 출판)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강요받는 인륜에 얽매여 고통을 받으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반복 강박에 오랜 세월을 괴로워하던 사랑받지 못하는 가족 중 누군가의 이야기다.

눈이 보이지 않게 태어나서, 더 많은 성취를 이룬 형제에게 가려져서 각종 무시와 차별을 받아온 사람들의 입장에서 학대해온 가족의 사망은 슬프게도 슬픈 일이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던 형벌에서의 해방이었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신을 믿었다.

온 이쁨을 다 받으며 차별이 아닌 특권을 누려온 막내아들은 자신을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가 다 쓰러져가는 용궁장에서 홀로 쓸쓸히 눈 감도록 방치한 형님네 부부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형수의 세번의 유산, 24시간의 노동 착취로 변형된 손마디가 그의 눈엔 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독차지한 막내에게는 이 세상은 썩었을뿐이다.
그럼에도 인륜을 지키지 못한 옹졸한 형님네를 욕하며 신에게 버림받은 세상을 살아가겠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 반복 강박에 자신도 모르게 허우적 거리고 있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가족인데 어찌 그러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악순환에서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것 보다 용기내서 그 순환의 고리를 끊고 벗어나는 것이 비교할 수도 없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다.

결국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무조건적인, 맹목적이다 할 수 있을만큼의 사랑으로 세상이 다 무너져도 돌아갈 곳으로 든든하게 있어줘야 하는 것이 가정이고 가족이다.

하지만 그런 곳이 한번도 되어주지 못한 가정을 인륜이라는 이름으로 붙들고 있어봐야 변하는 것은 없다.
<용궁장의 고백>을 읽으며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이 소설이 위안을 주기도 하겠지만 조금 더 삶에서 자신을 위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할 사람,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기꺼이 자신을 사랑 할 수 있도록, 지친 마음에 스스로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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