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6년 2월
평점 :
⠀
#애인의애인에게 (#백영옥 지음 #김영사 출판)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이 무슨 막장 드라마인가 싶었다.
구성도 나의 이런 오해를 완벽하게 증폭시킨다. 여자 셋, 남자 하나. 막장도 이런 막장이 있을까.
⠀
하지만 아름다움과 동시에 덤덤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구원을 간절히 바라는 듯하게 여기게 하는 작가 특유의 문체를 따라 읽으면 막장 스토리를 볼 때 같은 그런 흥분은 없다. 뉴욕에서, 홍콩에서, 서울에서 덤덤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은 각자의 사랑을 한다. 그 사랑의 이유도 제각각이다. 결혼을 해서 뉴욕에 완전한 정착을 꿈꾸고, 상대방은 온전히 깊은 사랑을 했다. 누군가는 수업시간이 뒤바뀐 상대방의 휴대폰에 담긴 글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혼자만의 짝사랑은 상대방의 부부가 머무르고 있는 집에 세를 얻어 들어가게 만든다. 부부가 여행으로 비운 그 집안에서 그녀는 그의 흔적을 찾으면서도 아내의 아픔도 함께 관찰한다. 혼자 남편의 외도을 의심하며 시간을 보내기위해 뜬 완성되지 못한 스웨터(아마 남편에게 줄 선물용이었을 것이다.)를 여자 스웨터로 다시 만들어 놓는다.
⠀
자신이 원하는 안정된 정착을 놓칠 위기에 있으면서도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마지막 진실된 사랑이라 생각했지만, 상대편에게는 그것마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척도로 마음을 할퀸다.
⠀
<애인의 애인에게>속 등장인물들은 어느 누구도 사랑에 성공하지 못한다. 성공. 사랑에 성공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함께 있기만해도 좋은 것? 눈빛만 봐도 서로 아는 것? 영원을 약속하는 것? 가족을 꾸리는 것? 그런 것들을 성공이라 말하기엔 대부분 결혼까지 가는 사랑은 평생의 한번이고, 마냥 좋았던 사랑도 헤어지면 끝이다.
결혼 전에 했던 사랑, 결국 헤어진 사랑은 그럼 실패한 것일까?
⠀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사랑은 각자의 성공의 모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사랑에서 각각의 슬픔, 기쁨을 느끼고 깨우고 배운다. 다음 사랑은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또는 더 잘해야지 라는 다짐과 그 다짐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내 안에 간직한다.
조금 더 나은 나, 미래를 꿈꾸고 노력하는 나. 그것도 사랑의 성공이 아닐까.
⠀
모든 사건은 끝이라는 형태가 있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서 살아숨쉰다. 그러다보면 좋았던 것이 나빴던 것으로, 나빴던 것이 좋았던 것으로 바뀌는 경우들을 마주한다.
⠀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말고는 변화가능성을 가진 불확실한 것들이 모여 우리를, 삶을 이룬다.
⠀
어찌될지 모르는 것을 미리 실패로 여기는 것 보다 성공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무언가로 보면 어떨까.
마치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보듯이 말이다.
우리가 보고있는 밤하늘의 별은 이미 사라진 과거의 사건이다. 하지만 우리는 별을 보며 생각에 잠기도 문득 깨닫고, 마음 먹는다.
⠀
그래서 힘들 때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이 아닐까.
이미 사라진 무의미한 것들인데 존재감은 확실한.
⠀
그런것이 하늘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도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러니 두려워도, 실패해도, 아파도 겁먹지 말고
기꺼이 사랑하자.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