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확신의 언어로 희망과 격려를 전하던 사람이 사랑에 관한 글을 쓴다면, 그 글 속 사랑은 얼마나 핑크빛일지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구원에게 (#정영욱 씀 #부크럼 출판)를 그런 생각으로 펼쳤다가는 큰코다친다.

빛이 강하면 그늘지는 그림자도 짙다고 했던가.
작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하고 있는 이 책에서의 사랑은 달의 뒷면과도 같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눈이 멀어 보지못하는(어쩌면 완강히 보기를 반대하는) 그림자가 빛보다 더 어둡게 담겨있다.

자신의 잘못으로 잘못키운 자신 탓이라며 엉성한 자세로 당신의 종아리를 내려치는 아버지를 보며 맞지않아서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자신을 발견한 ‘나’는 그렇게 다시하면 안되겠다는 고통을 주는 것만을 피하며 염세적으로 성장한다.

사랑도 마찬가지. 누군가와 완전한 한몸처럼 서로에게 스며드는 완전무결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믿는 척 하며 스스로 그렇지 않음을 티내지 않으려 시선관리, 표정관리를 한다. 단순한 하룻밤을 원하던 그의 사랑은 수, 비와 같은 자기만의 결핍, 더 나아가 결함같은 상처를 가진 ‘일반적’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사랑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자기의 방식에 상대방을 맞추게 이끌던 것이 뒤늦게 나마 상대방의 의중을 이해하게 되었고, 느닷없이 부모님 간호로 인한 귀향으로 이별아닌 이별을 하였다가 결혼하게 ‘되었다’는 인사로 끝이난 사랑의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떠올리고 길거리에서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나면 그녀라 믿고 또 그렇게 우연으로라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떠난 ‘수’의 빈자리를 ‘비’가 채우게 되면서 수와 닮았다는 첫인상이 있었지만 그녀가 가진 아픔은 너무나 달랐다. 서른에 죽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자신이 죽으면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죽는 것이라며 걱정하던 ‘비’. 이때 ‘나’는 좌절아닌 좌절을 한다. 왜 나의 사랑은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냐고.
하지만 그 와중에 다른 분야이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라는 둘이었기에 서로의 일을 스스럼 없이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문학적으로 깊지 못한 글을 써내고 있다고 푸념하는 ‘나’에게 모든 글이 깊을 필요는 없지않냐며 사랑에 관한 글을 쓰라고 ‘비’는 조언한다. 너가 잘하는 사랑을 쓰라고. 자신이 사랑을 잘하는 줄도 몰랐었는데 말이다.

그처럼 사계절같은 각각의 사랑을 지나오면서 ‘나’는 알게 모르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랑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간다. 즐겁기 위해, 쾌락을 좇던 사랑이 누군가를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시큼해지는 ‘아픔’이 실은 아픔이 아니라 이것이 사랑임을 배운다. 그런 사랑을 겪으면서 물러나지 않고 ‘나는 왜 이런 아픔을 감내하면서도 그를 사랑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런 사랑들을 넘어오며 자신이 관계마다 마음의 방을 만들어 감정을 가두어 온 것은 아닌지 자문하고, 그와동시에 자신은 어떤 글을 쓰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고민하게 된다.

사랑과 글, 써야지만 완성되는 것들에 대한 물러나지않는 사유와 내 삶으로 들어온 모든 사람들, 추억들, 숨기고 지우고 싶은 오점들까지 모두 써서 제 소임을 다 하게 하겠다는 각오로 ‘나’는 사랑과 글을 쓰기로 마침내 다짐한다.

그렇게 <구원에게> 책이 탄생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혼자 있으면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고 갈고 닦는 것이 성장에 중요하지만, 나를 비출 거울이 없으면 스스로의 모습을 바로잡거나 고쳐나가지 못한다. 그 거울이 바로 타인이고, 그 거울 속 자신을 마음에 들지않아도 피하지 않고 바라보고 그리하여 마침내 단정한, 마음에 드는 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나’는, 저자는 자신만 사랑의 상대자가 ‘비정상’적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모두 각자의 아픔과 그림자가 있다. 숨길뿐이다. 믿기에 사랑하기에 그 모습까지 숨김없이 내보이는 것이다. 그런의미로 ‘비정상적’일 수는 있겠으나 각자에게 그림자가 있는 것은 ‘정상’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아무 눈치 보지않아도 되는 안식처같은 구원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각자의 사랑에게, 각자의 자신에게, 그렇게 우리의 구원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