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건축 기행 - 익숙한 도시의 낯선 표정을 발견하는 시간
천경환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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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상경했을 때, 촌놈 티 팍팍내며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북촌마을이었다. 으리으리한 빌딩숲이 하늘을 가리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 요즘 북촌은 막히지 않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고개가 뻐근해져 내리면 한옥 특유의 지붕처마의 곡선들이 모여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다가왔고 리듬감 넘치는 돌담들이 무언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 북촌은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의 느낌보다는 관광지같은 곳이었다.

#북촌건축기행 (#천경환 지음 #디자인하우스 출판)에 담겨있는 북촌은 관광지 그 이상의 특별한 장소였다.
계동의 아담한 한옥주택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이자 건축 전문 여행사와 함께 북촌 건축 기행을 운영하고 있는 건축 전문가답게 북촌의 동서남북을 아우르는 19개의 건축으로 북촌을 빠짐없이 보여주고 있다

북촌에 있는 한옥 중 상태가 양호해 보이는 것들은 일제시대 때 다시 지어진 한옥주택이거나 대기업 자본들이 유입되어 쇼룸형태로 운영되는 건물들이 많다.
한옥 뿐만 아니라 너무 높지 않지만 각각의 건축가와 건축주가 지은 현대식 건물들도 있다.
물론 경복궁과 창덕궁에 어우려지게 멋스러우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품는 것을 잊지않아 북촌의, 궁의 경치를 헤치지 않는다.

삼청동 부자주민들의 지름길 역할을 해서 갤러리가 많고 그덕에 미술관이 많은 독특한 문화성도 빼놓을 수 없다.
갤러리를 위해 유명 건축가가 아예 건물을 새로 짓기도 하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역답게 기무사 건물과 같은 남다른 역할을 수행해온 건물들이 리모델링되어 미술관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미술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모습은 유지한 채 여전히 이용되는 나이가 많은 건축물들이 꽤나 많다.

신구조화가 멋지게 어우러진 건축물들을 따라 여행을 하는 것도 멋진 경험이었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서 한발 떨어져 계동의 나뭇잎의 수맥같은 골목골목을 따라 관광객이 없는 보통의 북촌을 구경하는 것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각자의 목적에 맞게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가는 곳이 북촌이라 생각했는데 그 안에서 수십년을 고즈넉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이 보였다.

궁 근처, 청와대 근처라는 지리적 특성때문에 크게 집을 고치지도 못하는 제약이 있음에도 그곳에서 여전히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살아가는 주민들과, 출근의 목적으로 일상의 한부분으로 북촌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관광지로만 내안에 저장되어 있는 북촌 이미지의 빈곳들을 채워넣었다. 비로소 내안의 북촌이 완성되었다.

왜 직접 북촌을 드나들던 시절에 보이지 않던 삶의 터전으로의 북촌이 <북촌 건축 기행>을 읽으면서야 보였을까. 그 이유는 나는 건축의 특징때문이 아닐까 싶다.

건축은 건축가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건물의 용도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건물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며 자신들의 일상으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건물은 그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세월이 흐르며 길들여진다.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으로 맞춰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는 발견하지 못하고 놓쳐버렸을 건축물의 특성들을 살펴보면서 그안에서 살아온(살고있는)사람들을 비로소 생각할 수 있었다.

궁 옆이라는 특징덕에 나무기둥과 화강석, 기와를 주로 사용하거나 포인트로 사용한 건물들은 특유의 묵직함과 고즈넉함이 있다. 그 특유의 무게감이 견뎌온 시간들을 흘려보내지않고 나이테처럼 시간이라는 조각칼로 삶의 무늬를 새겨왔고 그것을 지금의 내가 보며 시간을 되짚어 관광이 아닌 삶으로 여행을 떠난다.

다시 북촌을 가보고 싶다.
책이 알려주는 코스를 따라 걸으며 손으로 건물들을 훑으며 진짜 북촌을 손 끝으로, 눈으로 내 안에 아로새기고싶다.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조금 특이한 하나의 형태로의 북촌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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