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루스트 - 삶의 슬픔과 희열, 위로와 예술을 알려준 우리들의 프루스트를 찾아서
김주원 외 지음 / 현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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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푸르스트. 내가 이십대 때 책의 설정을 인용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재미있게 보면서 책의 존재를 알았더랬다.

그리고 제법(한참)시간이 지나 북스타그램을 나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존재만 알 뿐, 번역본이 이쁘다는 것만 알 뿐(아! 어영부영하다 번역이 13권으로 완성되었다는 것도 아네!)읽어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12권까지 나왔을 때 딱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인데, 가깝게 지내던 이웃이 새로운 한 해의 목표로 한달에 한권씩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완독을 결심하더라. 따라 하고 싶었으나 블로그를 그만둬버리는 바람에🙈(그분은 완독하셨을려나 문득 궁금하네)

수많은 크고 작은 북스타그래머들을 보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련된 피드를 찾아보기 쉽지않다. 이미 다 읽어버리신걸까? 라는 조바심이 문득 들지만, 그만큼 유명세만큼 읽기를 시도하는데에 많은 심력이 든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박경리 작가의 대작 <토지>는 매년 도전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데 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드물까? 그럼에도 성경처럼 머리맡에 두고 읽고, 전공을 하기도 하며, 원서로 읽고싶어 불어불문과로 진학하는 팬층이 두터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프루스트 (#유예진 엮음 김주원 최양현 외 3명 씀 #현암사 출판)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마르셀 프루스트를 몹시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선정한 각자의 주제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풀어낸 10명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책이다.

원작을 먼저 읽고 읽어야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오히려 <나의 프루스트>를 읽으니 비로소 원작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솟아오른다.

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야 하는가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으면 이 책마저 다 읽어내기 힘들었을텐데 그렇지 않다. 자신의 선조가 일제강점기 때 손수 옮겨놓은 문서를 바탕으로 책을 엮기도 하고, 피아니스트인 한 사람은 자신이 이해한 프루스트를 피아노에 녹여낸다.
위대한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서 프루스트의 흔적을 발견해 수집해 놓기도 하고(그러는 와중에 읽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다시 읽기도 한다. 그렇게 꼭 숙제하듯이 각잡고 앉아 눈 부릅뜨고 읽을 필요없다고 말해준다.)한 작가는 글을 쓰고픈 욕망,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프루스트에게서 배웠다며 그와 그의 작품을 작가라는 정체성의 동반자라고 고백한다.

이 글들을 읽다보면 그들에게 프루스트와 그의 저서는 해야만 하는 숙제, 일이 아니라 그것들을 견뎌내며 해야할 이유를 알려주고 해낼 힘과 용기를 주었으며, 그의 글에서 깨달은 것들을 자신의 본업에 녹여내어 한걸음 더 나아가기까지 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주는 책이 또 있을까. 보통 대장편을 읽기를 시도해서 성공하면 깨달음보다는 과업을 달성했다는 뿌듯함이 더 클텐데 이들에게는 완독은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서부터 비로소 제대로된 시작이었다.

이 긴 글을 몇번이고 다시읽고, 중간 중간 꺼내 읽어도 익숙해질만큼 읽어내는 것은 누가 시켜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말 ‘순수한’ 프루스트 애독자들이었다.

소위 ‘덕질’이라 부르는, 특정 아티스트를 좋아해 그의 모든 것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에서 ‘오타쿠’가 바람직하지 못한 왜곡된 이미지로 넘어와서 그렇지, 실제로 스스로를 ‘덕후’라 칭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얼굴에서 빛이 난다. ‘덕질’할 때만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 활력이 넘친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도 스며든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위에서 에너지를 얻어 일상을 더 건강하고 활력있게 살아가고, 주변사람에게도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 세상은 무언가에 푹 빠져 몇번이고 곱씹고 재생산해내는 ‘덕후’. 이 세상은 ‘덕후’들이 움직인다는 것이 괜히있는 말이아니다.

무언가에 대한 열렬하면서도 평온하고 속은 뜨거우나 주변에는 따스함만 전해지는 밝은 에너지 가득한 사랑이 가득담겨있는 책이다. 프루스트와 그의 책에 대한 연서이다. 더할나위 없는 영업 광고이다.

어느덧 그가 세상을 떠난지 백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하늘에서 흐뭇하게 웃고있을 것이다.

나도 덕후가 되고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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