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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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듣기만해도 기분이 이상해지는 마법같은 단어다. 우울증이 정신의 감기라고 불리는 마당에도 정신병원은 진료 한번 받으러 문을 열기가 어렵다.

그런 정신병원에서 한 가정이 살아간다면, 열살 남짓한 아이가 살아간다면 어떨까? 감옥에서도 출산을 하면 보육시설로 이동된다는데 정신병원에서 ‘정상적인’성장, 생활이 가능할까?

#죽은이는모두날아오른다 (#요아힘마이어호프 지음 #사계절 출판)속 주인공 ‘요아힘’(작가의 자전적 작품이다.)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다.

천오백명의 환자를 돌보는 어린이 청소년 정신병원의 원장인 아버지의 아들로 태아난 요아힘은 병동시설의 이름으로 알파벳을 떼고, 아버지의 생일 때마다 집에 초대되어 함께 식사하는 병원 환자와 친구로 지내고, 학교를 가기위해 많은 환자들을 규칙적으로 지나가야하는 환경에서 살고있다. 유치원에서 분노장애 증상을 보여 일년을 버티지 못하고 집에서 보내지만 그는 환자가 아니다.

아들에게 자상하지만 환자들에게 더 자상한, 자기가 하는 일에서는 완벽하지만 나머지에서는 살짝 나사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 묘하게 아들들을 맥이는(?) 그러나 분노증상이 보일 때마다 꼬옥 안아 달래는 어머니, 요아힘을 놀리고 괴롭히느라 바쁘지만 애정가득한 두 형. 모두가 ‘정상’과 ‘비정상’ 두가지 모두를 품고 살아간다.

반려견과 피를 나누고 싶다며 상처입히고, 항해를 하고싶다며 요트보다 정박지를, 면허보다 요트를 먼저 구입한 멀미에 취약한 아버지, 시골 별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만든 가마에서 만든 숯으로 바베큐파티를 벌이는 등 일상적인 모습이 유쾌하게 세밀하게 담겨져있다.

정신병원과 그 안에서 지내고 있는 환자들은 위험요소가 아닌 돌보아야 하는 약자임과 동시에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똑같은 사람이며, 요아힘 가족의 생계가 가능하게 해주는 아버지의 일터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들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가 정신병원이라는 것과, 등장인물들이 누가 환자이고 누가 ‘일반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아니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과연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무엇일까?
일반인과 환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읽는 동안, 그리고 책을 덮고나서도 끝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본 질문이다.
이 질문에 내가 내린 답은 ‘다수’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 사람, 외형적으로 특징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그러지 않고 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에 비해 소수다.
그래서 나와는 다르다라는 다수의 인식이 다름을 틀림으로 구분짓는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가진사람은 수없이 많고, 무언가에 서툴거나 일반적인 수준보다 ‘비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럼에도 다수이기에 ‘정상’으로 분류한다.

부모나 형제의 죽음 앞에서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비정상’은 아니지 않나.
요아힘에게 ‘정신병원’은 그러한 배움과 상실, 집이 세상의 대부분이던 유년시절의 모든 것을 닮고 있는 ‘집’이었다.

유년 시절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는 사라지지 않고 내 안 깊은 곳에 자리잡아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낸다. 요아힘은 비정상적인 곳이 아니라 조금 특별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 시간들이 그의 안에 켜켜이 쌓여 ‘특별한’사람이 되었다.

다만 집을 떠나 세상으로 나갔다 다시 돌아온 곳은 요아힘 스스로에게도 낯선 곳이 되었고, 마지막을 앞둔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낯선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요아힘의 그런 마음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또다른 내일의 요아힘을 만들어낼 것이니까. 그냥 유년기의 자신과 결별하는 성장통을 뿐이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를뿐이다라는 사실과 삶의 모든 순간의 경험으로 특별한 내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뭐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도, 분명 뭔가 달라졌다. 이별이란 이름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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