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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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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부커상이 SF소설에게 주는 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트램프 (#바누무슈타크 지음 #열림원 출판)를 읽으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없는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쓴 줄 알았다. 하지만 부커상은 영국에서 출판된 그 해 최고의 책에 수여하는 상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음직한, 어딘가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났(진행중일)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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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한 사람의 이야기라기엔 신이 과연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만큼 부당한 것들에 둘러싸여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런 비통한 일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발생한다고 생각하니 또 뒷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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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양차대전을 겪으면서 민주주의가 자리잡고 사람들의 권리가 점차 평등해졌다. 노예, 여성들 까지 모두 차별없는 한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 굶고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죽는 아이들이 있듯이, 여전히 동등한 한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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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종교 근본주의와 가부장제로 탄압받는 ‘어머니’이다. 누군가의 딸로,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가족이게 바치는 희생에 대한 존경을 받아야함이 마땅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12편이 담겨있다. 그 안에서 여성은 끊임없이 출산하고 더이상 애기를 낳지 못하게 하는 수술도 수치로 여겨진다. 그리고 출산 후 제대로 된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다. 그런 친구를 가엽게 보는 여성은 한달이 넘도록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해서 몸을 회복시켜줬던 어머니를 잃는다. 세상을 잃고 돌아온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같은 날 죽은 그 친구이다. 자신은 건강해서 괜찮다며 일주일만에 스웨터를 입고 장을 보러 나왔던 친구마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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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성은 최후의 믿을 곳이어야하는 친정이 폭력을 행사하는 곳이고, 아들에게 재산이 다 상속되어 먹고 살기가 요원하다. 무슨 오만과 편견 속 시대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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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고등학교까지만 다니면 된다고 영특한 첫째딸은 결혼도 전에 이미 또다른 엄마, 또다른 아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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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것은 글 속의 여성들은 이런 현실 속을 살아가기만 할뿐 평가하지 않는다. 슬퍼할 뿐 어찌하지 않는다. 내가, 나의 어머니가, 어머니의 어머니가, 또 그의 어머니가 겪어오면서 당연한 것으로 세겨진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적응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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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더 잘 받아들이고 살아가기 위해서 택한 전략이겠지만 이 여성들이 처한 환경은 생태계와 같은 천재지변이 아니다. 누군가 잘못되었다 목소리를 내야 ‘그런가?’라는 의심이 생기고 그 의심이 환경을 변화시키는 트리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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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하트 램프>는 그 트리거의 역할을 한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런 믿기 어려운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알았을까? 실제 그 문화권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자기 나라 여성이 쓴 책이 큰 상을 받았다고 읽어보면 왜 이 책이 그렇게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는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이 세상에 있는 나, 너, 우리 모두가 알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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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꽝꽝 얼어있는 곳에 돌을 하나 던지고 또 던지다 보면 표면에 금이 갈 것이고 결국 깨어져 다시 물이 흐를 것이다. 매말라있던 곳을 촉촉하게 적실 것이고 새로운 환경을 싹틔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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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이, 신경이 미쳐 닿지 못하는 곳이 이렇게 꽁꽁 얼어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문지 해결의 첫 단계인 문제가 있음을 항상 인식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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