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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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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글을 써온, 이동진이 내일 노벨문학상을 받는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한 #줄리언반스 의 마지막 책 #떠난것은돌아오지않는다 (#다산북스 출판)속 작가본인 줄리언은 예순이 넘어서 잊었던 친구 스티븐과 진을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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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대학 때 연인 사이었다가 헤어진 이력이 있고, 스티븐이 진을 잊지 못해 재회의 순간을 줄리언에게 부탁한다. 그렇게 다시만난 진과 스티븐은 결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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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혼이 삐걱거린다. 상대방을 완전히 바라보는 것을 사랑이라 생각한 남자와 상대방만을 바라보는 맹목적인 사랑을 인정하지도, 할 수도 없는 여자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그 때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는 별 의미가 없다. 두사람이 서로에게 잘 맞는지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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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으로 죽지는 않지만 죽을 때까지 암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작품 속 줄리언은 다가오는 죽음을 흐릿해지는 기억과 유한성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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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지 수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글로 픽션은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로 현실을 향하는지 스토리성을 위해 과장, 왜곡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지는지를 질문하고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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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본인들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지키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예전의 그들로 생각해 여전히 판단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의 정답으로 유도한다. 결국 그것들은 오해를 낳는다.
바라지 않았던 결말. 소설인가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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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기억’에 관해 곱씹는다.
기억은 사실인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특성부터, 기억을 잃어버린 나는 그럼에도 여전히 나라고 할 수 있는가를 소설 속에서, 작가 본인이 등판하는 에세이로 끝없이 이야기하고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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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답은 없다.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다. 전적으로 독자들에게 맡긴다. 평생을 작가로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독자에 향한 신뢰가 묻어난다. 충분히 스스로 생각하여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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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책임에도 500페이지짜리 책보다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읽기어려운 문체가 아님에도 그렇기에 왜그럴까 한참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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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억을 하나 둘 잃어버리는 것 처럼 책 속 이야기에도 중간중간 구멍이 나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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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곳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고, 그 빈 곳을 상상으로 채워가며 읽어야 하기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생각으로 빈곳을 채워가는 읽기는 작가와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또다른 오독, 오해로 나아간다. 그렇게 모호해 지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진도가 나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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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식적으로 떠나고 이 책은 나와 당신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이다”작가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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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으로 객관적이지 않은 기억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 사실에 자기들만의 각색을 얹은 것으로도 모자라 그것들 까먹으며 구멍이 뽕뽕 뚫려있다.
그것으로 스스로를, 타인을 판단한다. 당연히 오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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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을 얼마나 잘 알고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 자체를 글 전체로 형상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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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글을 써온 작가의 물음표 그 자체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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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마지막 물음표를 던지면서도 독자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않는다. 굳건히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며, 그리울 것이라며, 오랜 세월 자신과의 관계를 기쁘게 여기길 바란다며 본인은 그러했다고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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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부고 후에 책이 출간되는 것보다 살아생전 문학적 부고를 먼저 알리는 것을 택한 작가의 위트가 가득담겨있다. 노인이지만 찐친들끼리 있을 때 나오는 편안한 어투가 가득하다. 독자들에게도 점잖빼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진심으로 동화되어 생각하고 구경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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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물러나지만 독자들은 여전히 구경하길 바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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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한물간 장르다라는 말이 나온 때부터 수십년을 소설을 쓰며 소설을 유지해온 작가의 소설에 대한, 그 소설을 읽는 독자에 대한 애정이 500페이지 같은 270페이지네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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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작가의 이전 작품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작가를 떠내보내지 못하고 또다른 대화를 이어나가게 하는 책이다.
끝없는 대화, 각자만의 해설. 그것이 소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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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의 신작은 없지만 걱정없다.
작가도 독자를, 스스로를 너무 걱정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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