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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밤 - 그림과 문장과 삶을 엮은 내 영혼의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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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감성적이 되는 것인지 차분해지는 것 때문인지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럴 때 글을 쓰면 아주 솔직한, 감정이 절절하게 써진다. 아침에 보고 낯 뜨거워 수정하고 싶어질만큼. 하지만 나는 그란 시간과 그런 글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평생을 감정을 숨기고 절제하라고 배웠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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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정확한 색을 표현하기에 물감 색이 부족할 지경인 이 다채로운 세상을 스스로 색을 줄여 바라보다니, 잿빛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고 기쁨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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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해가 떠있을 때 수정하더라도, 자기도 몰랐던 솔직한 심정을 알게되지 않나. 그렇게 조금더 자신을 스스로 잘 보듬어 줄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의 색이 조금은 돌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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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귀한 몽상의 밤을 더욱 더 만끽하게 해주는 것들이 있다. 음악, 그림, 책, 따뜻한 차 한잔 같은 것들 말이다.
막상 감정을 끄집어 내려하면 막막한데 이러한 것들이 감정의 물꼬를 터준다. 그 터진 물꼬는 너른 감정의 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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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읽는밤 (#이소영 지음 #청림출판)은 누구랑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누구보다 충실한 감성 충만한 48번의 밤이 담겨져있다. 그 밤의 매개체는 그림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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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 작가는 직업상 마음에 박히는 글과 그림이 항상 있었을 것이고 예민한 감각이 그것들을 곱씹어보고 필사하고 감상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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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 생각하고 쓰게하는 글과 그림이 어느 지점에서 합쳐졌다. 하고자 하는 말의 결이 같은 것들을 정성스럽게 하나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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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함보다는 저자의 마음에 박혔던 작품들을 큐레이션해서 보여주고, 고백하면서 그와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써보게 한다. 자기만의 감상을 적어 스스로 저자로 나아가게 한다. 감상에 젖는 법을 익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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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비기너인 나에게는 처음보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그림이 제법 있었다. 그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29번째 밤. 에밀리오 롱고니의 <홀로>라는 작품이다.
저자는 여인은 책상에 얼굴을 묻고 세상과 자신을 잠시 단절시키는 중이며, 손을 맞잡은 모습은 기도라기보다는 스스로를 간신히 붙들어 세우는 마지막 안간힘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문가답게 롱고니가 빛으로 영혼의 떨림을 포착하는 화가이며, 작품 하단의 백합이 부활을 상징한다며 여인이 곧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이 작품을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의 문장과 엮어낸다. “실패에는 해결책이 없네. 나아가는 힘만 있을 뿐이야. 그 힘을 만들어 내야 해결책이 뒤따라오는 것이지.”라는 문장이 작품 속 그녀를 벌떡 일으켜 세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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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뭐라하지 않으니 나 스스로도 작품을 보고 상상해 보았다. 초 하나에 의지해 속앓이로 밤을 보내다 그대로 잠이든 그녀는 백합의 기분좋은 향기를 맡으며 잠에서 깬다. 밖은 오늘의 또다른 해가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를 잠식했던 고민들이 빛과 향에 으스러진다. 그녀는 누운 상태로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켠다. 기지개를 켜며 마주잡은 손에는 활력과 각오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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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해석과 비슷한 듯 하지만 나는 희망을 조금 더 그녀 곁에 가까이 두었다.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가 아닌 이미 일어난 준비가 거진 완료된 상태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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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일어나서 씻으며 탁상에 눌려 빨개진 볼을 보며 피식 웃을 것이다. 아마 그 자국도 금방 사라질 것이다. 오늘 그녀에게는 활력과 생명력이 넘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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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글처럼 나아갈 힘을 충전한 그녀의 하루를 응원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내일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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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다녔지만 그 감상을 이렇게 글로 남겨본 적이 없었다. 사진을 찍지만 다시 꺼내보는 일도 적다. 그렇게 그 그림과 감상은 오롯이 나의 것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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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밤>은 큐레이션뿐만 아니라 주체적으로 감상을 적으며 체화시켜, 자양분이 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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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개의 그림, 48개의 문장. 100여개의 작품이 감상, 필사는 물론 스스로 감상하는 법을 익히게 해준다.
이 책을 따라 감상을 해낸다면 앞으로의 매일이 ‘그림 읽는 밤’이 될 것이고. 그렇게 삶 전체가 충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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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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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chungrimbooks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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