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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고백 - 천재의 가장 사적인 편지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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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단편적인 모습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기억하는가. ‘천재’라는 수식어는 누구라도 칭찬으로 듣고 기분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후천적 노력은 빛을 보지 못하는 말이다. 또한 호수 위에 떠있는 백조처럼 별다른 고생없이 그저 우아하고 꼿꼿하게 살아가는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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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동, 천재 라는 수식어만 들으면 음악은 몰라도 모차르트는 바로 튀오나오는 시대. 수많은 곡을 남긴 그는 천재라는 말로 담아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었다.
세살에 연주, 다섯살에 작곡을 시작하고 어린나이에 연주 여행을 다녔다고 하니 부자집 천재도련님 같지만 #모차르트의고백 (#모차르트 지음 #지콜론북 편역 출판)에 담긴 그의 편지를 보면 거의 모든 편지에 ‘돈’이야기이다. 그가 진정 원해서 여행을 나선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은 모든 것들에서 떠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지만 모차르트가 평생을 다닌 여행은 자신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후원자와 직장을 찾기위한 떠돎이었다. 한 곳에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보름정도 머무르다가는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돈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차르트 스스로를 위한 성과가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고 집안에 유복함을 위해 응당 치뤄야하는 낳아준 댓가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임에도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사랑을 갈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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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보내는 편지에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면서도 자신을 조금만 더 사랑해달라는 말을 잊지않는다.
클래식의 거장 모차르트가 아닌 누군가의 아들 울프강으로 살아가는 세월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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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고백>에는 1769년부터 1781년까지 누이와 어머니,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들이 담겨있다.
아버지에게는 끊임없이 성과를 고백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라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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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널 위해서라는 거라며 쓴소리와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처벌을 하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물론 내가 번듯하게 잘 되는 것에 일조한 것은 맞지만 감사함은 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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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인간이기에 잘해준 것 보다 못해준 것이 생각나는 법일까? 그러기에는 마냥 고마움 마음이 들 뿐인 사람도 분명 존재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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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인정, 가정의 안녕, 자신의 증명과 같은 수많은 이유로 귀족들과 선제후들을 만나 열심히 사회생활을 한다. 아부도 하고 자신을 어필하기도 하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번에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정중한 불합격 소식에 울분을 터트리기도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고용주가 부르는 접대 자리도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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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런 모습을 보고도 천재, 음악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도련님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전공이 음악이라는 것을 빼고는(이것마저 같은 사람이 있지 당연히) 공부하고 취업하고 사회생활하는 우리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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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두발 딱 딛고 단단히 걸어나갔던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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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났음을 고백해도 너가 지금 연애할때냐, 본 아빠는 너에게 매우 실망했다 같은 말을 들으며 아들로의 삶만을 살아가던 모차르트는 책에 실린 마지막 편지 1781년 1월 18일 이후 뮌헨에서의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며(아버지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대주교에게 당당히 사표를 던지며 아버지에게도 벗어나 위대한 음악가 모차르트의 삶을 비로소 살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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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딱 십년밖에 시간이 없었지만 그의 전체 생에서는 1/3에 해당하는 기간이니 충만했기를 바랄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미완의) 레퀴엠을 써내려갔으니 그는 천생 음악가이자 노력과 성실의 아이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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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맞다. 하지만 노력하는 천재였다.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졌으니 수 많은 천재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곳에 이름이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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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하며 우리와 똑같이 스트레스 받고,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무너지지않았던 모차르트의 삶의 태도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지금 나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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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현실을 산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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