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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이명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2월
평점 :
한번 무너졌던 것을 다시 쌓을 용기.
그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군대도 몰랐으니 갔지 알고서는 못간다고(그러니 병장으로 들어가면 간다느니, 돈을 얼마 주면 간다느니 조건을 달겠지. 용기를 그렇게 해서라도 내야 하니까)
인생에서 잠깐의 순간도 다시 쌓아올리는 것도 그렇게 힘든데 평생을, 자기자신을 다시 쌓아올려야 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가능해도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너에게안녕을말할때 (#이명희 씀 #샘터 출판)는 ‘평생 혼자 움직일 수 없는’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기존의 자신을 잃어버린 한 엄마의 ‘재활’일지 같았다.
열심히 하면 나아질 것이다, 나의 문제다 라는 인식으로 살아온 삶이 더이상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어두운 미래를 영원히 확정받으면서 부정당하면 세상에서 격언, 위로 라고 하는 말이 다 부질없는 말로 들릴 것이고,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악에 차 세상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할 것이다.
그렇게 친구들도 어느순간 떠나가고 점점 더 고립된다.
예기치 못한 부정적인 것들이 스멀스멀 스스로를 물들이면 극한의 무기력함이 찾아오고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지금이 몇시인지, 해는 떴는지, 비는 오는지, 빨래는 했는지 주위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온갖 부정적인 것으로 잠식되어 있는 스스로만 보다보니 생각 할 수 있는 것은 온통 부정적인 것 뿐이다.
하지만 어느순간 때가 되면 알이 깨지고 빛을 마주하게 되는 것일까. 우울감을 표출하면 같이 큰일 난 반응을 보이길 바랬지만 그 와중에 멈춘 아내 손을 대신 해 밥을 챙겨먹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를 챙기고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남편을 보고 서운함이 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독립적인 성숙한 개체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누군가의 반응을 원하고 그 반응으로 살아지기도 서운하기도 한 사람이구나 라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장면처럼 기존의 나와 달라진 나를 무너졌다 생각하지 않고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다시 한번 깨우치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나를 비롯한 주위를 있는 그대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세상을 보고 있는그대로 느끼고 허심탄회하게 써내려간 글이다. 책을 읽으면 항상(당연하게도) 주제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은 인간관계도, 가족도, 아이의 아픔도 아닌 ‘솔직함’이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순간들에 대한 지금 내 솔직한 감상. 당연히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으나 솔직히 글로 적으면서 눈으로 그것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과 약간의 거리를 두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이럴때 이렇게 받아들이는구나를 발견하고 있는그대로를 받아들여 솔직한 내가 되는 것.
그것이 매순간 애를 써야하는 순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생에서 떠내려가는 것을 막아주는 추진력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솔직한 나를 마주했을 때 건낼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바로 ‘안녕?’이지 않을까.
안녕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사랑도, 이해도, 용서도, 관심도, 안부도 모든 것을 전할 수 있는 그 어떤 상황도 타지 않는 담백한 인사.
그 인사가 나 스스로에게도, 너에게도, 그렇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너무 솔직하면 낯부끄러우니 두리뭉술한 ‘안녕’이라는 인사로 살짝 비치게 보여주면 어떨까?
그런 수줍은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