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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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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간혹 사후 세계, 지옥이나 천국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한다. 아마 죽음이라는 확정적 미래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싶어서일수도 있고, 힘든 현실을 여전히 자신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갈 힘이 필요해서 일지도, 반대로 스스로도 자신없는 삶을 살아온 자의 너무 최악을 아니길 바라는 양심없는 바램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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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후세계를 생각하다 숨을 쉬고, 해를 느끼고, 땅을 밟는 살아있는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삶을 끝내고 싶지않다는 막연함으로 쌓아올린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현실도 오염된다.
그렇게 내가 살고있는 현실에 지옥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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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뜬구름 (#찬쉐 씀 #열린책들 출판)은 현실이 아니길 이 책이 소설이길 바라게 될 만큼의 잔인한 지옥이 그려져있다. 이 책에는 이웃하는 두 부부를 중심으로 그들의 가족, 사회에서 맺은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으나 피를 나눈 가족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만큼의 신뢰도 없다. 그들은 서로를 믿지 않고 염탐한다.
고개를 내밀어, 거울을 통해서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을 감시하고 철기둥을 내 집에 박아 침입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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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집안에서도 남편과 일말의 신뢰도 없다.
결혼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결혼 할때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다. 변했다며, 변한건 너때문이라며 서로를 미워한다. 의심한다. 그러면 온갖 부(-)의 감정들이 본래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그 또는 그녀로 대명사화 되어있어 누구를 지칭하는지 독자들이 헷갈리게 됨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 독자와 글 속 주인공의 거리감이 사라진다.
마치 읽고 있는 내가 염탐하는 것 같고, 남편과 부모를 의심하는 것 같고, 아이를 원했으나 몸 속네 갈대만 차오르고 점점 장기가 사라져 인간아닌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그래서 더 기괴하고 을씨년하고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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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말고, 희망보다 더 값어치가 없는 일말의 긍정적인 것 하나 없는 현실에 살아있어봐야 뭐하나 싶은 참혹스런 현실이지만 누구도 죽음을 해방의 순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눈썹와 입에 얇은 얼음막이 생겨 그냥 놓아버리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성냥에 불을 붙여 입맞춘다. 입을 녹인다. 이미 검게 변해버린 물을 갈대뿐인 몸안에 들이붙는다. 굳이 사람들을 만나 인상을 찌푸린다. 악의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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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은 이 순간에도 <오래된 뜬구름>으로 찬쉐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솔직히 감도 잡히지 않는다.
살아있어도 죽은것 같았던, 그보다 더했던 중국의 문화 대혁명이라는 암흑기를 반영한다고 하는데, 그걸 힌트로 삼는다면 지옥을 지옥같았다라고 말할 수 있고, 내뱉었음에도 여전히 아무일 없이 살아갈 수 있다라는 것을 작품과 작가 본인의 살아있음으로 증명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아닌 건 아니라고 종말보다 더한 암흑이었다라고 걱정없이 말 할 수 있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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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이 존재하는 작가 중에서 가장 무의미한,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이정표가 되어주기가 가장 어려운 작가라고 불리는 찬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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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체 글을 써서 세상에 내놓기 시작한 초기에 이 글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내가 살아온 만큼 세상을 살아낸 책인데 그 책 속에 담긴 인물들의 삶은 지옥이었어도 <오래된 뜬구름>책만은 여전히 펄떡이며 노벨문학상 1순위로 꼽히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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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생명력 자체가 이 책의 존재이유를 보여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작가는 책의 서사까지 담아 이 책의 뜻을 완성한 것일까? 그럼에도 살아남길 바랬을까.
살아남아야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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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심장뛰는 소리가 여전히 내 귓가에 들림에도 여전히 낯선 감각이다. 이 감각이 이 저자의, 이 책의 매력일까.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