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밀 속의 비밀 1
댄 브라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평점 :
⠀
드러나 있는 의미를 넘어 그 너머의 진의를 찾는 기호학을 대표하는 브레인 로버트 랭던 교수가 8년만에 #비밀속의비밀 (#댄브라운 지음 #문학수첩 출판)으로 돌아왔다. 나의 이십대는 댄 브라운의 소설로 로버트 랭던 교수가 함께했다. 그와 함께 뜻하지 않은(랭던도 마찬가지)위험을 넘고 또 넘었다.
⠀
그래도 이번에는 시작부터 혼자가 아니다.
플라토닉 러브를 수십년 해왔던 연상녀 캐서린과 낭만의 도시 프라하에서 한 침대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랭던의 달콤한 시간은 세시간도 가지 않는다. 누구도 밟지않은 눈을 밟으며 아침운동을 다녀오던 중 한밤 중에 캐서린이 악몽에서 보았다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심벌, 광배를 쓴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여성을 카렐교에서 마주치고는 불안함을 안고 돌아오지만 캐서린은 호텔에 없다.
⠀
캐서린은 ‘인간의 의식과 잠재력‘을 탐구하는 노에틱과학자의 유명인물이다. 정통적인 과학자들의 유물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노에틱과학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꿀 비밀을 발견했다. 그 비밀을 살짝 털어놓는 강의를 한 당일 체코의 신경학자 게스네르와 아침약속을 위해 자리를 비웠었다. 하지만 약속장소인 게스네르의 연구실에는 두 여자 모두 없다. 로버트 랭던은 자신의 날카로운 지식과 관찰력을 살려 게스네르 연구실의 비밀통로를 찾는다. 그리고 그 통로의 끝에는 로버트 랭던과 내가 환장하는 비밀번로 입력 키패드가 놓여있다. 전날 저녁 게스네르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기가막힌 비밀번호가 있는 출입구가 있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
미술과 종교, 과학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며 기호학 스릴러를 만들어온 댄 브라운이 이제는 인간의 의식을 건드린다. 빙의, 예지몽과 같은 비과학적 이야기들을 과학으로 가져와 오랜 팬들의 흥미를 돋군다.
⠀
주제는 솔직히 무엇이든 상관없다.
댄 브라운 이라는 이름, 그리고 로버트 랭던이라는 이름이면 수만 수억 명의 팬이 지갑을 들고 대기중이다.
나또한 그런 팬이고.
⠀
댄 브라운의 소설은 흔히 말하는 ’음모론‘적 요소가 가득한 이야기이라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내셔널트래저, 툼 레이더같은 숨겨진 역사(보물)을 찾아나서는 시리즈들이 모두 음모론 요소가 기저에 있는지라 익숙하다.(심지어 좋아한다)그러니 나에게는 극호. 심지어 작가가 열심히 준비해 음모론에 기호학이라는 사실성을 부여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읽을 수록 헷갈리는 몰입력이 상당한 것이 댄 브라운 소설의 특징이라 각 권이 4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양이지만 즐겁게 읽었다.
⠀
학창시절의 추억이었던 해리포터가 영화로 태어나고 그다음 시리즈가 나왔을 때의 감격과 뭉클함이 느껴지는 추억의 소설 시리즈의 부활이었다.
⠀
책을 고르는 것에 내용 면에서 유익한 무언가를 선택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만화책이나 무협지,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을 쓸데없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혼났던 기억 때문일까.
⠀
북스타그램을 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그럴싸한 깨달음이나 리뷰를 쓸 수 있을 것 같은 책을 골라 읽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비밀 속의 비밀>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던, 추억이 있는, 의미심장한 교훈보다 읽는 재미에 집중하는 독서가 얼마나 유의미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릴 때 불빛이 세어나갈까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손전등으로 책을 읽던 순수한 독서의 재미.
⠀
독서를 지속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자랑하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하자고 읽는 것 아닌가. 조금 더 순수하게 재미를 포함해서 조금 힘을 뺀 느슨한, 그럼에도 끈끈한 그런 다정한 관계를 책과 맺고 싶어졌다. 나에게 그런 의미가 있는 책이 긴 시간을 지나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와서 너무 좋다.
⠀
그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