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하·화도편 - 춤 하나로 세상의 보물이 된 남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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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의 의미를 특별한 순간에서 찾으려 한다. 그래서 삶에서 특별한 순간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나는 왜이럴까라며 반짝이며 빛을 내고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이런 기조 속 올 한해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평생을 한 권에 담은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와 비슷한, 어쩌면 내 미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면서 책장을 덮을 때 따뜻함을 느낀다. 그 따뜻함이 위안을 준다. 묵묵히 보통의 나날들을 자신답게 살아간다면 의미있고 행복한 삶이라고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다. #국보 (#요시다슈이치 지음 #하발리스 출판)는 가부키라는 예술에 평생도 모자라 영원을, 영혼을, 가족들을 바친 사람의 이야기이다.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앞서 말했던 보통 사람의 보통의 생을 본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평범함, 보통의 일상이란 어떤 것일까.
일상에 포함되어 있는 것의 특성과는 상관없는 것 같다.
아무리 특수한 무언가를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그 하나에 바쳤다. 매일의 대부분이었다면 인생의 대부분이 아닐까. 그런 사람에게 그것이 일상이 아니면 무엇일까.

예술은 오래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향유하던 일종의 놀이였고 삶이었다. 그러다 특수집단만이 누리는 무언가라는 이미지가 생겨 일상과 멀어졌지만, 주인공 키쿠오는 예술이 곧 삶인 예술가의 삶을 살아갔다. 물론 예술애호가와 예술인이라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보통의 일상으로 예술을 몰두하는 삶이 #상권_청춘편 까지만해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가지는 서사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권_화도 편에서는, 해도 너무한다 싶은 평탄치 않은 예술가의 삶이 담겨있다. 평탄했다면 자신의 글이, 그림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하던 많은 예술가들이 저절로 떠오르는 처절한, 피를 나눈 가족들 조차도 키쿠오가 하나를 가지면 자신들은 하나를 잃는다며 두려워할 정도로 처절한 키쿠오의 삶이.

하지만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야기꾼 같은 문체때문인지, 세상 제일로 가부키를 사랑하는 키쿠오의 열정 때문인지 그의 아픔이 너무 아프게 읽는 독자를 할퀴지는 않는다.

키쿠오의 마음이 꺾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여전히 자신의 삶의 가장 높은 곳에 가부키를 올려두고 평생을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오십년이 넘는 시간을 가부키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은 슬픔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가부키로 가득차 있었다.
가부키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만큼.
모두가 그것을 알고 놓아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대에서만 존재이유를 찾았기에 그만 내려오라 할수 없었다. 그를위해.

그런 그도 무대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자 키쿠오의 마음도 무너졌다. 이 이야기의 시작에 그의 삶에서 내렸던 현실의 눈이, 이야기의 끝에는 무대에서 벚꽃처럼 흩날린다. 두 눈 모두 그에게는 현실, 또는 무대가 되어버렸다.

평생 무대를 내려오고 싶지 않다던 키쿠오는 책 속 마지막 무대에서 여장배우의 통로인 화도, 꽃길을 통하지 않도 객석으로 내려온다. 여전히 아름다운 눈을 보며 이쁘다며 감탄하면서. 무대가 끝났음에도 현실이 아닌 무대에서 걷고있다. 자신의 뜻대로 여전히 무대에 있는 것이다.

평생 무언가를 국보라고 여겨질만큼 성심을 다해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특별하다 싶지만 그 특별함이 그에게는 일상이었다.
고되고 힘들지만 수십년을, 인생 대부분을 그렇게 보통의 나날로 살 수 있었던 것은 가부키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키쿠오처럼 살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가족같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기에.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삶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그러나 그의 삶의 태도는 가슴에 담아둘 가치가 있다. 수백년 수천년의 시간을 버텨내어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는 국보처럼,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영겁의 세월을 살아갈 삶의 태도. 그것이 보물이자 가부키보다 아름다운 예술이다.

그가 삶에서, 그리고 무대에서 보았던 눈처럼 시리도록 아름다운, 삶과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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