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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ㅣ 원전대로 읽는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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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이라고 믿고있는 기존의 세계에 시간이라는 하나의 차원이 더해진 4차원이 세상의 진실이라고 시간 여행자가 알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타임머신 (#허버트조지웰스 지음 #새움 출판)은 80만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지난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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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가 호모 사피엔스까지 진화하는 만큼의 시간이 지난 미래는 뭐랄까 분명 신기하긴 하나 낯설지 않았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와 책 속 몇몇 장면들을 다른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시기감이 들었듯, 80만년이 지난 미래 세상에서의 몰록과 엘로이에게도 기시감이 느껴졌다. 내가 SF소설을 좋아하게한 문장 ‘SF만큼 사회적인 장르는 없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기시감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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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먼 미래는 더 나은 세상을 미래에서 찾는다기 보다 과거의 영광에서 찾는듯 했다. 19세기 말, 그리고 지금까지 겪고 있는 사회의 계층분리는 80만년이 지나 해결되기는 커녕 아예 두 종으로 분리되었다. 문제가 더 심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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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가 미래에도 여전히, 더 나빠졌다면 그것을 알아버린 현재의 우리 인류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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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임 머신>으로 본 허버트 조지 웰스는 자포자기하고 놓아버리는 것을 현재의 인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운명에 맞서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현인류들에게 발버둥 칠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던 80만년 후의 미래까지 아직 80만번, 그 이상의 기회가 현 인류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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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어 보이는 것도 그 전까지 80만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일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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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라면 미래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며 경고하면서도 호모사피엔스가 겪어온 시간만큼의 기회를 현인류에게 쥐어주면서 분발하라고, 바꿀 수 있다고 현재를 격려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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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대로는 안된다며 각성을 촉구하긴 하지만, 80만년이라는 터무니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숫자가 자상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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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시간개념을 설명하면서 기구를 개발하기 전까지 인류는 위 아래의 이동도 쉽지않았다고 말하면서 시간도 이동이 어려울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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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을 한방향으로 흐르는 것, 그 흐름을 바꿀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시간여행처럼 한번에 큰 이동은 앞으로도 힘들 수 있지만 매일의, 매순간의 작은 노력들이 80만년동안 모인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정말 그대로일까? 바뀌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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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 타임머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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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변할 것 같지 않은 것들도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격려가 어두운 미래의 모습에 역설적으로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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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만이 발전하는 미래가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함께 발전하는. 기술적, 사회적 첨단 사회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