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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평점 :
생식기.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이야~ 우리나라가 이제 이런 제목의 책을 유통시킬만큼 오픈마인드가 되었구나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게다가 “인간 담당은 두번째지만, 수컷 개체는 처음입니다.잘 부탁합니다. ”라는 강력한 책 속 화자의 인사까지. 표지와 제목만으로 이미 이 책에 꽂혔다.
물론 이 책의 제목 #생식기 는 우리 인체에 달려있는(?) 그 생식기와 마지막 ‘기’의 한자가 다르다.
#생식기 (#리드비 출판)의 저자 #아사이료 가 이전 작품인 <정욕>에서부터 사용한 단어로, ‘생식의 기록’을 뜻한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 서른두 살 다쓰야 쇼세이를 담당하며 그의 몸에 존재하는 무언가(저자가 이 책의 화자를 강력히 비밀로 하기를 원했기에 나도 동참한다.)의 시선에서 바라본 주인공과 인간 사회를 이야기 하는 책인데, 다쓰야 쇼세이는 대다수의 사람과는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다.
바로 같은 성인 남성에게만 반응한다는 것.
자기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다르게(사회에서는 틀리게 라고 말하겠지)몸과 마음이 짝지어져 괴로워하지만 동성애를 숨어야하는 혐오스러운 무언가로 규정짓는 일본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을 숨기며 여성력이 있는 자신과 비슷할지도 모르는 존재들을 자기는 아닌 척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반적’인 무리에서 그럴듯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에 제법 무심하다.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고, 그로인해 이 세상의 발전을 담당하는 역꾼이 되기싫은 마음이 생겨 무언가를 제대로 해볼 생각이 잘 들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이 다쓰야인지, 이 책의 화자인지는 모르겠지만)결국 동성애를 잘못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성애의 특권의식이 차세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식능력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공자궁, ‘바이오 백’같은 생식의학이 이러한 이성애의 특권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는, 그렇게 되면 더이상 다른 것을 함부로 억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행복이라 말 할 수 있는 충만함을 느낀다.
그 전에 주인공은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에만 주목했다.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 하지않으며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 신경썼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운동해서 살을 빼고, 좋아하는 디저트를 레시피가 공개된 김에시간도 죽일겸 집에서 베이킹을 하고, 먹고 그렇게 칼로리가 채워지면 근력운동, 수영 등의 운동으로 또 칼로리를 소비하는 약간 섬뜩하지만 멋져보이는(!)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편의점에서 디저트를 볼 때 가격뿐만 아니라 ‘만드는 난이도’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세상을 다르게 보며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다쓰야 스스로는 모르지만(화자는 안다)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책 표지에 있는 무지개 색으로 칠해진 사과를 보면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가 떠오른다. 아마 그런 의도일테다.
그리고 그런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탄압받는 동성애자가 견뎌내는 방식이나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다.
세상은 다른 것을,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생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고, 억압당하는 이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기에 자기만의 루틴과 행동을 통해 삶 속의 행복을 찾고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제목부터 신박했던 <생식기>가, 이 책의 화자가 하고자 한 말이 아닐까.
정말 쉽게 술술 읽히고 퀴어에 대해 너무 무겁지 않게 산뜻하게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보며 주인공인 다쓰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스스로가 동성애를 비롯한 다름을 이유로 억압하는 다수의 특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