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쓰이지 않은 세상에서 - 소설가를 꿈꾸는 어느 작가의 고백
강주원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쓰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행위 또는 어떤 용도로 사용한다, 이 두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
#내가쓰이지않은세상에서 (#강주원 씀 #디페랑스 출판)제목에 담긴 ‘쓰이다’는 후자의 뜻을 담고 있다. 소설가를 꿈꾸었으나 아직 소설을 발표하지 못한 작가 스스로를 담아낸 제목이 감정이입되어 슬펐지만 정작 책을 열고 덮기까지 슬픔은 없었다.
정식으로 소설쓰는 법을 배운 적은 없고,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글쓰기를 가르치고, 커피를 내렸던, 그러면서도 꾸준히 글쓰기를 해왔던 저자의 인생이 담백하게(가끔 아제개그로 슴슴함을 조절한다.)산뜻하게 담겨있다.
소설가가 아직 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푸념보다는 글쓰기에 관한, 글에 대한, 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꾸준히 글을 쓴다면 누구든 작가라는 말을 하던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강주원 작가는 거기에 하나를 더 첨가한다.
글을 쓰되, 그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평가받는 것. 그것이 작가라고 돈을 받고 받지 않고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개된 공간에 글을 적어 올리기는 하지만 평가는 받지 않는다. 조용한 댓글창이 못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드는 것은 아쉬운 평가를 받고싶은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글을 쓸까?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들었다. 널리 보여줄 것도, 평가받을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내가 쓰이지 않은 세상에서>를 보면 저자는 하고픈 말이 많은 사람이다. 글쓰기에 대한 본인의 생각, 글쓰기 방법론, 자신의 북카페와 글쓰기 수업에 참여해준 사람들에게 보내는 무뚝뚝한 러브레터 등 다양한 이야기가 간결하면서도 리듬감 있게 담겨있다. 읽기 쉬운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고, 생각이 많으면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것에 비해 나는 생각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ISFP로, 좋은게 좋은거라며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은 하나 깊지 않고 스스로도 생각을 했던가?싶은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기록을 남기겠다는 생각으로, 노트에 적자니 손이 아플 것 같고, 고치기도 힘들고, 컴퓨터에 저장하자니 쳐박혀있는 것 같아 괜히 아쉽고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였고 별 생각없이 읽은 뒤 감상을 대충 적어두는 정도로 시작한 나의 글쓰기는 여전히 퀄리티는 ‘대충’이나 어느정도 읽은 책과 쓴 글의 양이 많아지고, 독서모임에서 찐 고수들의 읽고난 뒤 사유가 담긴 글들을 보니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 책을 읽고나서 떠오르는 질문이 나름 쓸모있어졌다?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히(?)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쓰여지고 있다.
여전히 왜 나는 글을 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는 것인지 등단 작가가 되겠다 같은 거창한 목표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쨌든 글을 계속 쓰고 있는 나 스스로는 썩 마음에 든다.
일반적인 예술과 글의 차이점을 저자가 말한 것이 있다.
예술은 피카소가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이다 라고 말했을만큼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지만, 글쓰기는 어린이들의 글쓰기보다 당연히 어른의 글쓰기가 더 낫다. ‘인위적’이라는 요소가 가미되기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던데 나도 공감했다. 자연스럽게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서툰 나에게 인위적인(적절히 노출 수위를 조절 할 수 있는)글쓰기의 특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반년정도 꾸준히 글을 써오면서 변하지 않고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을 칭찬받는 경우들이 가끔 있다. 그런 분들이 나보다 더 오래 글을 꾸준히 쓰고 거기에다가 책에 대해 더한 열정과 진심을 보여주는 분들이라 황송하고 낯뜨겁지만, 이 책은 소설가가 아직 되지못한 저자가 그럼에도 글쓰기를 꾸준히 포기하지않고 써내려 가, 문장이 페이지가 되고, 페이지가 한 권이 책이 된 진정한 변치않은 시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만두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부터 적당함과 타협하지 마라는 조언을 하는 저자를 보며 작가가 가져야할 소양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소설가가 되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 책이 나에게는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었다. 저자는 이미 자신의 소설을 완성한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