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말 2 -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이어령의 말 2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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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평생을 꾸준히 공부하고 글을 쓰는 것. 좋아보이기는 하나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취미로 마냥 사랑하던 것도 업으로 삼으면 애정이 반감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데 꾸준히 공부! 하고 공부한 것을 꾸준히 글로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겠나. 심지어 그런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모두 해낸 삶을 살고, 소천한 뒤에도 꾸준히, 여전히 글이 사랑받는 작가가 있다. 바로 #이어령 선생이다.
다양한 분야를 익히고 글을 쓰던 이어령 선생은 무려 88년 동안 글을 쓰고 사유했다. 그 수많은 책과 강연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던 글들 수백권 중에서 ‘정수’라 불릴만한 것들만 추려 #이어령의말2 (#세계사 출판)로 출판되었다.

1권 한권으로는 부족할 만큼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기도 했고, 미공개 강연을 비롯한 이어령 선생의 새로운 글들(저자의 사후 출판된 서적의 문장도)이 2권에 담겨있다. 평생을 글 써온 저자의 시간과 사유를 관통하는 감성, 지성, 자연, 문화, 물질, 정신, 일상, 상상 8개의 주제로 나뉘어 담겨있다.

지식인들에게 숨쉬는 것과 마찬가지라던 ‘말하기’를 사랑하고 평생을 해왔던 저자는 생애 마지막 직전에 팬데믹 사태를 경험하고 ‘생명’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특히나 많은 호흡을 했고 그 흔적들을 남겼다. 우연찮게 ‘생명’에 대해 21년도에 남긴 영상을 봤었던 기억이 있다. 끔찍한 사태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그럼에도 이어져 나갈 인류의 미래의 희망이 생명이라 여겼던 저자의 뚜렷한 주관이 그만큼 뚜렷하고 맑은 두 눈에 서려있었다.

전쟁, 환경오염, 경제위기,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것들이 가득하게 눈앞에 놓여져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더더욱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강조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숨을 놓지 않듯 글과 사유를 놓지 않으며 누구보다 많은 말을 글로 남겼던 이어령 선생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말들을 다 잊어달라고 한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일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리고 나만의 결론은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평생의 말과 사유에 있어 마중물의 역할만을 하기를 바랬던 것이 아닌가싶다.

살아생전 저자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으로,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누군가의 말과 글을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했다. 노력하여 스스로 생각하여 받아들이지 않은 것들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책을 읽고 스스로 사유하길 바란다 했었다.

그렇게 수많은 저서를 남겼지만 자신의 글도 누군가에게 무조건 적으로 받아야들여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스스로가 읽고 사유하는 것은 놓치지 않길 바랬으니, 물이 끊임없이 흐르도록 처음에 살짝 부어주어 돕기만하는 마중물같이 자신의 글과 사유도 딱 그만큼의 역할만 하기를 바란 것 같다. 누군가의 생각, 그 전체가 자신의 것으로 채워지길 거부한 것이다. 자기의 글이 잊혀지기를 바라는 작가라 하면 어떻게 작가가 그럴 수 있나 싶지만, 어찌보면 자신과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들의 글과 사유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가장 잘 지키고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평생을 생각하고 글을 쓰다보면 문투는 어투와 거의 똑같게 되고 그리되어 군더더기가 없어진다고 들은 적이있다.
결국 글이 꾸밈없이 온전한 저자의 생각을 투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때 이어령 저자는 세상 모든 일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글이 없었다. 명징하였으나 고요하였고 어느쪽으로도 편향되지 않았던 그의 글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마침내 잊혀질 결심을 담아낸 것이 아닐까.

평생을 애정으로 가르친 자식들이 이제 스스로 독립하여 씩씩한 날갯짓을 응원하는 어미새의 마음으로, 애정 듬뿍 담은 최후의 응원이 여기있다. 스스로 세상을 높은 곳에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힘찬 날갯짓으로 날아오르길, 그렇게 자신의 삶을 향유하길.

스스로 사유하는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중물 같은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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